스트레스 덜 받는 '개편한세상'의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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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덜 받는 '개편한세상'의 개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1.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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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동, 애견호텔 겸 애견유치원 '개편한세상'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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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마음도 바쁘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그 가운데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은 고민이 하나 더해질 수도 있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 동안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만 집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데려갈 수도 없는 일이고 난감하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위에서 강아지는 ‘집을 지키는’ 일에서 벗어난 지 꽤 됐다. 반려견인 강아지들이 싫어하는 날이 혹시 명절이 아닐까. 강아지를 혼자 두는 주인의 마음도 불편하겠지만 강아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 바로 애견호텔, 애견유치원이 있다. 구월동 모래내시장 주변에 있는 ‘개편한세상’을 찾아가 애견호텔에 관한 이모저모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은구월 사거리에서 모래내시장 쪽으로 방향을 틀어, 첫 번째 버스정류장 앞에 ‘개편한세상’이 있다. 벨을 누르자마자 안에서는 개소리가 요란했다. 일을 함께하는 동갑내기 두 친구, 김경은 김희경씨(37)가 환한 얼굴로 반겼다. 현관문을 거쳐, 문을 두 개 지나 너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강아지들의 놀이터이자 쉼터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열 마리가량이 손님에게 안기고 알은척을 한다. 따뜻하고 널찍한 방에서 소형견 아홉 마리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셈이 됐다.
 
‘개편한세상’은 애견호텔이다. 보호자들이 사정에 따라,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 달이나 연 단위로도 맡기고 있다. 기자가 개가 많다고 하자 김경은씨는 “일반적으로 개를 많이 볼 기회가 적어서, 열 마리가량이 한자리에 있으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집에서 키우니까 사나운 애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아지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하고 생활을 많이 하다보니, 강아지들끼리는 서로 안 친하다. 개들은 원래 무리지어 생활하는 게 맞는데, 집에서 한두 마리 키우니까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고 주인에게 사랑을 받다 보니, 질투가 강한 애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요즘에는 개주인들이 자신의 개가 최고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에서도 산책하거나 오가다 개들끼리 싸우게 되면 사람끼리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공원에 갈 때는 줄을 꼭 해서 다녀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 더욱이 소형견은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자기 개는 물지 않고 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줄 없이 다니는 일이 불편하지 않은 것이다.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다. 소형견을 키우는 사람은 자기네 개가 공격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형견 키우는 입장에서는 소형견이 와서 집적대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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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씨 말이다. “사실 대형견이 더 순한테, 통제에 길들여 키워진다. 소형견들은 예쁘다 예쁘다 해서 키워지다 보니 성격이 앙칼진 애들이 있다. 그래서 대형견한테도 덤비기도 한다. 대형견이나 소형견이나 개를 키우는 사람한테는 무엇보다 사람이나 상대방 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애견호텔에 개를 맡기는 경우는 무척 다양하다. 김경은씨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여행이나 출장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이사, 공사, 손님 오신다고 맡기기도 하고, 병원에 입원하느라 맡기기도 한다. 개 때문에 이사 문제도 종종 생기더라. 집 계약 관련해서 맡기기도 한다. 집 주인이 싫어하면 개를 키울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전세 계약 기간 2년 동안 생이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개는 사람과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사람이 겪는 인생처럼 나름의 ‘견생’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애견호텔을 이용하면서 계약서에 꼭 쓰는 것들이 있다.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어떤 게 있고, 그 이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알려드린다. 가장 큰 문제는 전염병, 즉 건강 관련 문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호텔이라 하면 조그만 데서 갇혀 있는 게 일반적인 환경이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나마 여기를 오면 뛰어놀게 해서 스트레스를 적게 하지만, 애들이 집보다는 편하지는 않다. 사람 같으면, 여기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올게, 라고 이유를 말해줄 수 있지만, 얘네들은 이유도 모른 채 어느 날 갑자기 온 게 되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죠. 부모랑 떨어지기도 하고, 여러 강아지들을 만나나보니 스트레스로 하루 이틀 정도 안 먹는다. 평균적으로 이틀 안 먹는다. 그럴 경우 계약서를 작성할 때 설명을 드린다. 애들이 밥을 안 먹는 걸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먹지 않는 경우를 알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인이 자신의 개에 대해 애정이 많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강아지를 호텔에 맡기면 면회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맡겨놓기만 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찾아보지 않을까봐 ‘개편한세상’에서는 강제적으로 한 달 이상 맡기는 분한테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와서 보도록 하고 있다. 날마다 데려오고 데려가는 경우도 가능하다. 아침에 사람 유치원처럼 통학버스가 다니는 형태로 아침 아홉시쯤 데려왔다가 저녁 7,8시쯤 데려다 주기도 하는 형태도 있다. ‘개편한세상’은 호텔이 주를 이루지만, 유치원처럼 왔다가는 경우도 있다.
 
김희경씨는 개들을 보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전한다. “잘 있다 간다, 고맙다는 부모들이 있으면 기분이 좋다. 개들이 견종에 따라 특성이 있지만, 거기서 개별로 특성이 있다. 견주님들 성격도 많이 닮아간다.(웃음) 저희가 애견호텔을 운영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처음에 저희도 강아지를 키웠는데 어디를 갈 때 참 난감할 때가 많았다. 친구한테 맡기기도 그렇고, 가족한테 맡기기도 그렇고, 개들을 다 좋아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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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한세상’은 애견호텔, 애견유치원만 한다. 호텔이 주를 이루고, 하루만 맡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두세 시간을 맡기기도 한다. 타지에서 영행 왔다가 강아지가 갈 수 없는 데 가다보니 맡길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주인들이 직접 데려와서 맡기는 경우도 있지만 ‘개편한세상’에서 데려오고 데려다주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개가 좋아서 일을 시작했어도 힘든 점은 없을까. 김희경씨는 “사람과 사람은 언어로 말을 하는데 동물은 할 수 없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서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과 교감을 통해서 해야 하니까 표현 방법과 교감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다.” 그는 또 처음에는 분양도 하려다 포기했다고 전했다. “농장견에서 오는 애들은 아픈 강아지들도 많이 온다. 이유식 하다 보면 정이 들어 그냥 키우게 된다. 이 애들은 소심해서 다른 애들을 경계한다. 중형견은 코카 스파니엘이 많고, 대형견은 사모예드나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류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건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사람과 친하고 착하다. 식탐이 많아 많이 먹고 많이 싸는 편이다.(웃음)”
 
개마다 성격이 다르면 어떻게 다룰까. 특히 힘든 강아지는 어떤 경우일까. 김경은씨 말이다. “영문없이 짖는 애다. 화장실만 가도 짖고, 밤새 짖는 애들도 있다. 그런 애들은 데리고 잔다. 까탈스러운 애들은 주인이 맡기고 가면 며칠 밥을 안 먹기도 한다.” 그렇다면 애견호텔에 맡기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몸무게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진다. 5킬로그램까지 하루에 1만5천원이다. 한 달이면 45만원이다. 이용하시는 분들이 보기에는 비싸다고 여길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환경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고 말씀드린다. 45만원이 정액이지만 금액은 절충해드린다. 상황에 따라서 더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맡기러 오시면 절충해서 맡기고 간다.”
 
아직 애견호텔이나 애견유치원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듣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애견카페에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김경은씨는 “아직까지는 카페에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페랑 여기는 차이가 있다. 어떤 게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이용목적이 다르다. 카페는 아이들이 운동이 부족하거나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간다. 그게 장점이다. 하지만 다수가 오게 되니까 손을 타는 경우도 있고, 간식도 먹여서는 안 되는 것도 먹을 수 있다. 여러 명이 다니다보니 출입문을 드나드는 사람이 많고, 그러는 사이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개편한세상’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고 예약해야 올 수 있다. 안에 유리문도 있고, 그 다음 중문도 있어서 분실을 차단한다. 그래서 일산에 사는 분은 일부러 여기로 오는 분도 있다. 호텔이 우리나라는 많지는 않은데, 호텔도 애들이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까지는 인식하시는 것 같다. 애들이 어떤 환경에서 관리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김경은, 김희경씨는 멀쩡한 직장을 다니다 이 일로 접어들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걱정을 많이 들으면서 시작했지만, 어느 정도 만족한다. 힘들지만 재밌고 애들이 예쁘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말한다. “직장생활보다는 구속을 덜 받는다. 성과에 대해서도 만족한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놀러갈 수는 없게 됐다.(웃음) 명절에도 부모님을 못 뵙는다. 오가는 시간 머무르는 시간까지 반나절을 비울 수 없어서다. 맡기는 분들도 우리가 퇴근 없이 여기서 머무르기 때문에 그걸 장점으로 보고 맡기는 분들이 많다. 보통 자리를 비워도 한 시간 이내만 비운다. 동물병원이나 산책 가는 때 빼고는 한 시간 이상 비우지 않는다.”
 
명절 때는 포화상태다. 무조건 다 받을 수는 없고 25~30마리 정도 받는다. 휴가철에도 많이 맡기는 편이다. 애견호텔을 운영하는 데는 관리비도 만만찮게 든다. “옛날 같으면 강아지들을 바깥에서 키워서 추위에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애들이 집안에서, 침대에서 같이 살다보니 이불 안에서 안 나온다고 말한다. 애들이 원래 털을 가진 추위에 강한 동물이 아니라, 이제는 추위에 약해서 겨울에는 난방을 계속 해줘야 한다. 반대로 여름에는 냉방을 계속 한다. 그래서 어떤 손님은 여름에 시원하게 지내게 맡기는 분이 있다. 출근하면서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줄 수 없으니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까 아예 휴가처럼 개를 이쪽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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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편한세상’은 교육이나 훈련은 하지 않는다. 김희경씨는 “교육이나 훈련은 하루 이틀 만에 되는 일이 아니다. 훈련소에 가도 기본적으로 2주 이상 기간을 잡는다. 여기서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실컷 노는 걸로 한다. 집에서도 배변을 못 가리는 애들이 여기 저기 누는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설을 앞두고 하루에 한두 건 예약이 된다. 영종도나 서울에서도 온다. 명절에는 대형견이 들어오기 힘들다. 우리는 소형견 위주로 받는다. 대형견은 싸움이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지니까 1실로 들어가야 해서 수용하기가 힘들어서다”라고 덧붙였다.
 
3월부터는 애견미용도 한다. 이용하는 분들이 목욕을 원해서 목욕은 하고 있다. 미용만 하는 데서는 두세 시간 보고 미용을 하니까 애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적어도 하루 이틀 이상 같이 지내던 사람이 손을 대면, 강아지들도 그만큼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요즘 개주인들은 강아지를 어떻게 대할까. 두 사람의 말이다. “환경이 바뀌어서 가끔 스트레스로 설사하는 애들도 있다. 보호자분들 입장에서는 놀란다. 잘못 먹였나. 견주님들은 애들을 예뻐만 했지 관찰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애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버릇이 있나 모르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집에서는 예뻐라만 하시니까,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애들이 오면 먼저 관찰부터 한다. 이런 데서는 이렇게 반응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반응하는구나를 유심히 본다. 그런데 주인은 우리 애 왜 이래요, 하면서 놀란다. 혹시 말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때렸나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물론 집처럼 편하지 않다. 그래서 집에 가면 잠만 자는데, 주인들은 어, 우리 애 왜 이렇지, 왜 기운이 없지 한다. 고맙다고 하는 분들도 많지만, 어쩌다 따지는 분들도 많다. 개들이 많은 데서 있다가 집에 가면 구석에서 혼자 숨어있거나, 때마침 생리를 시작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겁먹고 왔구나 그런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를 자세히 관찰하면 좋겠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강아지들은 바빴다. 뛰어다니고, 안아달라고 하고, 알아달라고 하고, 소파에 올라가 있기도 하고, 따뜻한 바닥에 엎드려 자고… 제각각 움직이고 있었다. 개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는 소유물이 아니다. 개와 눈을 맞추고, 반응을 하나하나 살필 때 진정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을까. ‘개편한세상’ 주인장 두 사람을 만나고 나오면서, 개들은 자신의 집 다음으로 편한 곳에 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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