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수목원에 있는 나무는 '족보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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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목원에 있는 나무는 '족보 있는' 나무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4.04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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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맞아 인천대공원 수목원을 찾다
장미원.JPG
 
 
수목원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제69회 식목일을 맞아 인천대공원 수목원을 찾아가봤다. 인천대공원 안에 있는 인천수목원은 1994년에 공사를 시작하고, 3년 만인 1997년에 완공되었다. 문을 연 지 7년 정도 된 셈이다. 벚꽃을 비롯해 봄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하는 요즘, 인천대공원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이들 가운데 수목원이 공원과 유원지와 다르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인천수목원에 있는 나무는 현재 1075종, 22만4천847본이다. 일년에 20만명 정도 수목원을 찾는다. 수목원은 한겨울인 1월과 2월은 문을 닫는다. 이때는 오는 사람도 별로 없는 데다, 오히려 훼손되는 부분도 있어서다. 3월 1일부터 12월까지 운영하는데, 특히 봄꽃이 피는 4월과 5월, 단풍이 드는 10월에 사람이 많이 든다. 21년째 인천대공원에서 일하는 수목원팀 정수경 연구사는 “하루에 3천명으로 제한했다. 이 인원이 넘는 경우는 일년에 몇 번 안 된다. 하지만 점점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언젠가는 3천명이 넘을 것 같다”며 “수목원은 공원이나 유원지와는 이용형태가 다르다. 수목원은 휴게나 전시 기능도 하지만, 종의 보존이 중요하다. 공원이나 유원지에 있는 나무는 나무의 소스가 없다”고 말했다.
 
 
수목원에 있는 나무는, ‘족보 있는’ 나무
식물의 소스 정리, 종의 보존 중요해
 
‘나무의 소스’란, 사람으로 따지면 ‘족보가 있다’는 말과 같다. 말하자면 수목원에 있는 나무는 족보가 있다는 말이다. 채취할 때부터 나름의 정보군을 갖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종으로서 역할을 하고, 종의 교류도 할 수 있다. 식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스가 정확해야 한다. 수목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꽃과 푸른 숲을 즐기고 ‘쉼터’의 개념으로 오지만,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수목원의 존재 목적이 있다. 수목원 연구사들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식물의 소스 정리, 종의 보존이다.
수목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연구사들 이외에 숲해설가나 안내자, 유아숲체험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국비 지원을 받아 숲해설가로 온다. 정 연구사는 수목원에서 하는 역할 중에 중요한 부분이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아숲체험은 시민의 호응도가 높다. 올해는 16개 단체를 모집해서 유아들이 2주에 한 번은 숲에서 놀고 갈 수 있도록 교사 세 분을 투입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숲에서 자연과 호흡하다 점심까지 먹는 일정이다.”
 
올해 인천수목원에서 세운 특별한 계획이 있을까. 정 연구사는 할 일이야 많지만, 수목원 일은 서두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며 어리석은 질문에 답했다. “좀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수목원 일은 눈에 띄게 달라지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지 않는다. 사는 게 그렇지 않나.(웃음) 나무와 비슷하게 느긋하게 일해야 한다. 세월에 맡기는 부분이 많다. 마음이 급하면 수목원 일은 하지 못한다. 나무처럼, 자연처럼 느긋하게 기다려야 하더라.”
 
그는 또 “사립수목원에서는 조성하고 5년에서 10년까지는 개방하지 않는다. 그래야 한 종이 군락을 이룰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사실 우리 수목원은 그러지 못했다. 인천대공원 옆에 붙어있는 수목원이다 보니까 개방에 대한 압력이 아주 많았다. 조성하고 바로 개방해서 부족한 점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관리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기반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 식물은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정착하는데 손님들이 많이 와 즐기다보니 인간이 간섭하고 훼손하는 게 많았다. 보여주기 위해 더 심고, 없어지는 부분은 보충해서 심는 등 기반조성에 힘을 쏟았다.”
 
 
2017년 목재문화체험관 완공 예정
‘나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이제는 수목원 본연의 목적대로 종의 개발에 대해 깊게 들어갈 것이다. 수목원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외국의 수목원들은 소스 관리 등 수목원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국립수목원이 500년 역사를 갖고 있는데, 보이는 건 아름드리 나무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자원의 관리 등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목원이 되었다. 우리도 어느 정도 기반은 됐고, 그 쪽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지금 설계하고 있는 목재문화체험관은 지난해에 산림청에서 브리핑하고 국비 52억원을 따왔다. 그래서 2017년도에 준공된다. 목재문화체험관이 완공되면 인천대공원에 들어서면 앞쪽부터 돌아서 수목원, 목재문화체험관, 습지원, 자연생태원, 환경미래관, 온실이 하나의 벨트처럼 연결될 것이다. 그때는 인천에서 숲과 나무에 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인천대공원 수목원에 오면 된다는 말이 통할 것이다.”
 
이처럼 수목원에서 하는 일은 많지만, 인력이 적다는 것이 문제다. 정 연구사는 나무처럼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녹지연구사가 한두 명 더 있다면 수목원의 역사를 만드는 데 힘과 속도를 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녹지연구사는 기본적으로 수목원의 소스 관리, 번식, 정식 일을 실제로 하고 있다. 그 다음에 수목원을 디자인하는 등 수목원 코디네이터 전반적인 일과 전시, 교육도 하고 있다. 한 분야의 일을 오랫동한 해야 경험도 쌓이고 종자채취, 번식, 교류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다.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초가집.JPG
인천수목원 안에 있는 초가집 전경.
 
 
인천수목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맘때 가장 바쁘다. 꽃을 보러 오는 시민이 하루종일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가할 때도 있다. 한겨울인 1, 2월과 장마철이다. 그때는 내년 계획을 고민하는 시기다. “행복한 시간이다.(웃음) 장마철에는 어디 가서 무슨 종자를 채취해올까 고민한다. 수목원에 대해 온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기다. 뭔가 꿈을 꿀 수 있는,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웃음) 그 시간을 잘 보내야 수목원이 수목원다워질 수 있다.”
 
 
시민들은 ‘꽃 피는 자리’ 좋아해
냉이 캐고 쑥 뜯는 문화 점점 줄어
 
인천대공원을 비롯해 수목원을 찾는 시민은 공원과 수목원에 예의를 제대로 지킬까. 정 연구사는 그 문제도 급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유원지하고 공원을 구분하는 데도 20년가량 걸렸는데, 공원과 수목원을 구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문화는 좌판문화라 평편한 곳에 돗자리를 깔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노래를 부른다. 수목원에서 그런 부분이 안 된다고 하면 화를 낸다. 공원과 수목원 구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정신이 투철한 시민이 많아서 안내자 분들한테 왜 단속을 안 하냐며 역정을 내신다. 공원에 오는 분들은 스스로 다 주인이라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부분도 해결될 것이다.”
 
“냉이 캐고 쑥 뜯고 분도 많이 줄었다. 대공원팀에서 불법단속이라고 해서 용역인력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쑥 뜯고 냉이 캐는 일도 우리나라 문화라 이해가 가지만 자연 생태계를 조금만 이해하면 그런 일을 하지 않게 된다. 쑥에 나비가 알을 낳고, 알이 있어야 다람쥐가 있고… 생태적으로 생각하면 자제하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쑥 뜯어온 층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젊은 층은 경험이 없어 그러지 않더라.(웃음) 우리나라 문화지만 점점 없어질 것 같다.”
 
인천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은 꽃이 피는 희귀자생원을 좋아하는 편이다. 깽깽이풀, 얼레지, 노루귀, 복소초 피는 자리 등 꽃이 피는 자리를 좋아한다. 문화식물원 쪽도 마찬가지로 수선화, 철쭉꽃이 피는 쪽을 좋아한다.
 
 
나무 위도 보고 아래도 다 봤으면
눈에 들어오면 에티켓도 생길 것
 
인천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정 연구사는 이 문제도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맘껏 즐기시면 된다. 대신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보지 말고 다 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나무 위 벚꽃만 보지 말고 나무 아래 개불알풀꽃도 보고, 노루귀 싹도 보면 좋겠다. 그러면 저절로 수목원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을 다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원하는 것만 보고 ‘직진’하다가 아래쪽을 다 엉망이 되게 만든다. 사진 찍는 분들도 자기가 찍고 싶은 것만 찍는다. 심지어 어느 분은 자기가 찍은 곳을 다른 사람이 찍지 못하도록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좀 크게 보면 하지 말라고 할 일이 없을 것이다. 기본 에티켓이니까, 다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을 많이 다니다 보면 점점 눈에 들어오고 점점 소중하게 될 것이다. 나도 나무를 전공해서인지 처음에는 나무만 보였는데, 그러다가 언뜻 바닥에 있는 풀을 보게 됐고, 나무와 풀을 보다가… 벌레가 보이고, 좀 조심스러워지고, 그러다가 하늘을 보니까 새가 보이고, 그 세월이 거의 10년이 걸렸다. 나무를 보면서 나무의 싱싱함, 어떤 특징, 새, 벌레 등이 한꺼번에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이 10년 걸렸다.”
 
그는 또 인천수목원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수목원에 날마다 오는 분들도 있다. 자연에 대해 예의를 잘 지키는 분도 계시고, 너무 열정적으로 하시느라 우리를 힘들게 하는 분도 있다. 자기가 정한 부분이 완벽해지길 바래서 요구사항이 많아지는 건데, 하지만 그런 분들이 많아지면 좋은 일이다. 다들 각자 지켜주면 저희 수목원 측에서는 시민에게 좀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고,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고마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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