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꼴지 인천 교육'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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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꼴지 인천 교육' 이대론 안 된다
  • 김도연
  • 승인 2010.01.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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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교육계 혁신이 절실해


2009년은 그 어느 해보다 '인천 교육'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렇게 인천 교육을 걱정하는 여론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4월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결과에 대한 전문가 세미나'를 열면서부터다. 세미나에선 '일반계 고등학교 재학생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성적'을 대상으로 2005학년도부터 2009학년도 수능성적 자료 분석 결과가를 발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도자료에는 인천이 1, 2, 3, 4 등급의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5, 6등급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왔다. 또 인천은 2005학년도와 2009학년도 사이 성적향상도에서도 7, 8, 9 등급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등급의 비율은 낮고 하위 등급의 비율은 점차 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는 시교육청 공무원들의 긴장감 없는 태도를 꼬집는 한편, 전반적인 교육계의 혁신을 촉구했다.

지난 9월에는 한나라당 박보환 국회의원이 '최근 5년간 지역별 수능성적 분석'이란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서 역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분석 결과처럼 인천의 수능 1~2 등급 비율이 전 영역에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10월에는 한나라당 조전혁(인천 남동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2009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의 표준 점수 평균 상위 100개교 내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여기서 인천은 단 두 곳의 고교가 이름을 올려, 학력수준이 타 시·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역에선 인천의 학력 수준이 전국 최저 수준을 맴돌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급기야 지난 12월 11일에는 '인천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란 주제로 정책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수 학생들의 '탈 인천'

 지난 12월 11일 인천토지공사 4층 강당에서 열린 '인천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란 토론회에서 우수 학생의 '탈 인천'이 지적됐다.

인천의 학력 수준이 전국 하위권을 맴도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학생들의 '탈 인천'이 꼽힌다. 우수한 인재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인천을 등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서는 인천 학력 수준 문제를 진단하는 기사를 통해 소위 특목고로의 진학을 위해 인천을 떠나는 중학생들을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인천의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타 시·도 특수목적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 수는 과학고 37명, 외국어고 850명, 예·체능고 772명, 자립형사립고 225명, 국제고 12명 등 모두 1천89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05년 300명, 2006년 368명, 2007년 430명, 2008년 389명, 2009년 409명 등이었다. 변동 폭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점차 증가추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우수 학생들이 진작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다 보니 상위 등급 비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지적은 '인천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도 제기됐다.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우수 학생들의 타 지역 이탈이 여러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여기서는 서울과 가깝다는 인천지역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상당수가 인천을 서울로 진출하기 위한 '정거장'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정주의식의 부족이 근본적인 해결 과제로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생들의 '탈 인천'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의 약화와 경제적 여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전체적인 공교육 약화로 인한 사교육의 증대가 교육 환경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부모의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인천지역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력 향상을 위한 기회를 적게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천의 학력 수준은 위기일까?

이에 대해 단순히 지필고사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교육의 목표는 단순한 학력 향상보다는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질을 계발할 수 있어야

 지난 12월 15일 열린 교육 토론회에서는 학생들이 학습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5~2009학년도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수능성적 분석에서 나타난 결과만을 놓고 인천지역의 전체적인 학력 수준이 낮다고 판단해 교육이 잘못됐다고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교육은 단순히 선다형의 지필고사로 평가되는 게 아니고 학생들 각자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게 많은 교육 관계자의 견해였다.

김모(48) 고교 교사는 "교육을 단순히 선다형 문제로 판단하는 데엔 무리가 따른다"며 "교육 목표를 얼마만큼 이룩했는가를 판단하는 것에는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가에 대한 평가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성적 등 지필 고사의 결과는 단지 학생들의 문제 풀이 능력일 뿐, 각자가 갖고 있는 소질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아니라고 그는 지적한다.

이러한 입장은 교육의 목표가 학생들의 수학이나 영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자질을 충분히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인천 교육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정희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역량강화팀장은 "학생들의 학력은 단순히 수능성적으로 평가돼선 안 되며 다양한 평가로 진단해야 한다"며 "인천 교육의 문제 해결도 다각적인 평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류권홍 교수도 "외국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이 국제사회에서 생활하다 경쟁에서 뒤쳐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우리 학생들의 경우 공부는 잘 하지만 사회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소질과 경쟁력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따라서 교육의 목표가 수능 성적 향상에 맞춰져서는 곤란하다"며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학습 방법 요구

일부에서는 지금의 학력 수준을 높이고 인천 학생들의 타 시·도 전출을 막기 위해서는 특목고 등을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하고 싶은 공부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례로 지난 9월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이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보고서Ⅱ'에 따르면 2009학년도 기준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 결과 상위 1~2등급이 많은 지역 20곳 가운데 특목고, 자사고 등을 제외할 경우 그 비율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4위를 기록한 동두천이 특목고를 제외하니 188위로 떨어졌고, 5위를 기록한 강원도 횡성 역시 자사고를 제외하면 165위로 추락했다. 3위를 기록한 부산 연제구도 특목고와 자사고 변수를 빼면 80위로 순위가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에서 특목고와 자사고 유치는 학력신장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타지의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곳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인천지부 김용우 정책실장은 "단순히 학생들의 지필고사 능력을 키우기 위해 특목고 등을 유치할 것이 아니라 갈등 해소를 위한 판단 및 정보수집 능력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학력 신장만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뒤쳐지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세운 학력관리 종합추진계획에는 '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집중 지도 관리', '학교별 수능성적 상위권 학생 집중 지도 관리', '학력향상 우수학교에 대한 행·재정적 인센티브 강화', '중고등학교 학력관리 및 진학지도 연수 프로그램 운영', '학력관리 중심의 장학지도 및 학교평가 실시', '학력향상 하위 학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학력 관리에만 전력을 쏟아 부으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대로 학력 향상은 단순히 지필고사 평가의 결과를 높이는 수준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 새로운 학력관리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월 중 발표를 목표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학력향상 계획을 기획하고 있다"며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획기적인 학력 향상 방안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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