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수필] 서운동 주말 텃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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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수필] 서운동 주말 텃밭에서
  • 김청규
  • 승인 2014.07.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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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규 삼산동 현대엠코타운 주민
말도 많고 탓도 많던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드디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지방정부 행사라면서 뒷짐만 쥔 채 오불관언 자세로 임하던 중앙정부가 이미 개최한 바 있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대구육상경기대회에 준하는 행.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40여 성상을 오로지 국가의 동량이 될 후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불철주야 고심하다 정년을 맞아 교단을 떠난 지 어언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뜻대로 행하여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七十而從心所慾不蹂矩 : 論語)는 고희(古稀)를 지난해에 넘겼다. 나이가 들면 잠이 주는 대신 걱정거리는 는다더니 요즘 상태가 꼭 그 모양이다. 밤 9시 뉴스를 시청하고 잠자리에 들면 묘하게도 다음날 두.세시면 눈이 떠진다.
 
구독하는 신문도 배달되지 않은 시간이라 하는 수 없이 책상의 컴퓨터 스위치를 켠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뉴스와 지인들이 보낸 메일을 검색하거나 카페에 글을 올리다 보면 어느 새 동녘이 훤하다. 그러면 나의 분신인 자전거를 끌고 서운동 텃밭으로 달린다. 안중근 열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것 같다'고 했다지만, 나는 하루라도 서운동 텃밭에 가지 않으면 좀이 쑤셔 견딜 수가 없다. 이것도 나이 먹으면 나타나는 중후군의 일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전거를 타고 삼산동에서 시작되는 서부간선수로를 달리면 이내 청라 와 서울 강서구간 BRT버스노선 도로에 인접한 서운동 체육공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요즘 인천국제벨로드롬 사이클 경기장 리모델링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개장한 배드민턴 경기장과 양궁 경기장이 보이는 도로 건너편에 텃밭이 있다. 며칠 전에는 서울외곽고속도로 옆으로 흐르는 하천 바닥 파내기 작업이 이루어졌다. 농사체험을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하천 물을 떠다가 작물에 주곤 했는데, 요즘은 오염이 심해 농수(農水)로 사용하지 않는다.
 
서울외곽고속도로 밑의 공간은 이 곳 구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체육활동 장(場)으로 요긴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우천에도 비를 피할 수 있는 배드민턴장, 발 축구장, 게이트장등이 있어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주민들의 차량으로 붐빈다. 뿐만 아니라 경기 장내는 몰라도 장외 주변은 늘 불결하여 텃밭에 오고 갈 적마다 솔직히 심기가 불편하다.  몇 번이고 담당구청에 이야기 할까 하다가 '국제경기가 코앞에 다가왔으니 곧 정리가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참아왔다. 우리 선조들은 응당 집안 밖을 깨끗이 쓸고 닦고 손님을 청하는 것이 기본 예의로 지켜왔지 않은가!
 
지지난 주말 아침, 텃밭에서 캔 감자를 자동차에 싣는데, 마침 게이트장 안에서 사람 모습이 어른거린다. ‘떡 본 김에 제사상 차린다’ 순수한 마음으로 게이트볼 경기장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이 근처에서 텃밭 가꾸는 사람입니다. 보시다시피 주변이 매우 불결합니다. 곧 아시아올림픽경기로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할 텐데, 걱정이 됩니다.”

 "치우면 뭣 합니까! 이렇게 펜슬로 막아도 갖다 버리는데....."

 "그렇다고 그냥 둘 수는 없잖습니까, 치워야지요"
 
 그런데 그 다음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정말 가관이다.

 "외국인들이 오면 뭐 어떻습니까, 보라지요.“

그리고는 식전부터 몹시 기분 상했다는 표정으로 획 돌아선다. 공연히 말 붙였다가 무안만 당하니 입안이 씁쓸하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우리 속담에 "똥 싼 놈이 오히려 화를 낸다." 는 말이 있다. 부정한 돈 거래로 한 때,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가 은전으로 되살아 난 정치인 또는 일부 사회 지도급 인사 중에는 근신하는 모습은커녕 오히려 무슨 큰 벼슬이나 하고 나온 것처럼 목에 힘을 행태를 보노라면, 과연 몸담고 사는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사회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른장마가 지속되는 이상기후 현상도 이런 사회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지금 한창 자라나는 후대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나이 먹은 늙은이의 기우( 杞(기)憂(우) )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삼산동 엠코타운에서/김청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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