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는 정말 세월호를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잊고 있는 걸까요?
상태바
[기고] 우리는 정말 세월호를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잊고 있는 걸까요?
  • 조경숙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국장
  • 승인 2014.07.31 16:0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촉구를 위한 인천시국미사에 참여하면서

미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 *사진=조경숙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는 바람에 날려도 좋단 말인가?”(욥기 6.1)
 
지난 7월 21일 발표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선언문을 시작하는 성경구절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 하고도 한주일이 더 지난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한 성경구절인 듯 싶습니다.
 
7월 30일, 부평1동 성당에서 봉헌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촉구를 위한 인천시국미사'에 참여하였습니다. 급한 일 마무리 짓고, 비지땀을 흘리며 급하게 성전을 들어서는 순간 “어! 이게 뭐지?” 성당 안이 너무나 썰렁했습니다. 1층이 꽉 차고 2층도 자리없으면 어쩌지 걱정하고 들어갔는데, 2층까지는커녕 1층도 군데군데 빈자리가 꽤나 보였습니다.

7월 24일 진행된 세월호 참사 100일째 부평역에서 진행된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집회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그 많은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갓을까? 홍보가 제대로 안 된 것일까? 다들 휴가를 갔단 말인가? 아니면 정말 낮은 곳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겠다던 나부터, 내 주변의 사람들부터 세월호를 자신도 모르게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란스러웠습니다.

카톡방을 수놓고 sns를 달궜던 “미안해요. 잊지않겠습니다!” 그 마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니 마음은 그대로인데, 상황들이 안 되는 것인가요?
 
그래서 몇 개의 카톡방에 “ 다들 휴가가신 걸까요? 사람이 너무 없어요.”라는 문자를 올렸습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당황스러워서요.

미사 집전에 참례한 사제단 신부님은 20여 분.
50대의 사제부터 30대 초반의 사제들을 보면서, 신자석 중간중간에 앉아 계신 수녀님들을 보면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인천교구 사제 290여 분 중 20여 분이라는 것은 아주 많이 미약할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 분들의 세대가 이어지고, 그 미약함이 한 알의 밀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위안삼을 수 있으니까요.
 
1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미사에서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며 사제연대 총무님인 김윤석 신부님은 강론 중에 “진실의 문을 열고 안전사회로 가기 위한 출발은 성역없는 진상조사와 특별법 제정,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로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세월호 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사회가 품는 시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날 미사에는 5명의 먼저 간 단원고 아이들의 부모님이 함께 했습니다.
 
“4월 22일 잠자듯이 예쁜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로 시작된 유가족 대표의 발언은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신을 거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요!
 
사고 첫날 팽목항은 너무나 조용했답니다. 언론에서는 구조헬기가 몇 대, 구조해경이 몇 명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실상 현장은 조용했다는 것입니다. 이 분들이 특별법 제정에 목숨걸고 거리로 나온 것은 단 한 가지 이유랍니다.

“꿈속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바보같은 엄마, 아빠가 노력해서 대한민국이 이렇게 달라졌다.”라고 당당하게 얘기해야겠다는 그 단 한 가지랍니다.
원하는 것도 단 하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특별법 제정으로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부모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거짓된 정보, 유언비어에 속지말라.”는 호소로 발언을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사제연대 대표이신 김영욱 신부님의 “방관과 침묵으로 악에 공조했던 나의 삶이 사고를 가지고 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 당신을 이 자리에 서게 했다.”는 자기 고백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상임대표이자 부평1동성당 주임신부님인 김일회 신부님의 메이저 3사의 뉴스는 절대로 보지 말라는 말씀에 모두가 공감의 박수를 보내며 세월호 특별법촉구를 위한 인천시국미사는 정리되었습니다.
 
아무 잘못없이 꽃 같은 자식을 먼저 보내고 오히려 죄인이 된 듯, 부모 노릇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게 만드는 사회, 평범한 서민을 투사로 만드는 나라,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것을요. 우리는 언제까지 귀 막고 눈 감고 그런 거짓된 사회를 모른척 할 수 있을까요!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7.30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 가슴을 짓누르고 머리 끝까지 차오르는 그 답답함을 풀어보려 몇 자 적어봅니다.
 
땡볕 아래 진행되고 있는 유가족 단식농성에 사제단과 수녀님들의 연합모임인 장상연합회가 함께 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도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의 매듭을 풀기 위해, 지지농성이라도 한번 해야겠습니다.

 

인천교구 사제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무지개천사 2014-08-01 08:07:44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많으십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