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서북청년단 재림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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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서북청년단 재림에 대한 단상
  • 김영숙
  • 승인 2014.10.0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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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선]
미디어몽구 캡쳐사진

서북청년단은 아니지만 울 아빠도 개성 피란민 출신이라서 우측 맨 앞에 위치해있던 분이시다.

피란민 출신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 두고 온 재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남한쪽에서 새로 시작해야만 하는 고난과 삶의 터전을 읽어버린 상실감으로 조선공산당에 대한 적개심이 뼛속까지 스며있다.

그래서 실향민 출신의 기업가들이나 종교인, 학연이 모여서 보수우익에 이바지하는 길이 곧 자신의 사명임을 그 자식세대에게까지 가르쳤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옛날 동화은행 출범할 때는 정말이지 고향땅을 구입한다는 듯이 송도고 출신의 동창들과 함께 주식인가 뭔가를 사들이셨다.

쿠데타로 박정권이 들어서고, 전두환이 들어설 때 울 아빠 친구들은 안심했다. 빨갱이들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은 끝장난다고, 사회정화위원회까지 자진해서 가입하고는 초등학교 때는 수련회까지 쫒아다니신 걸로 기억난다.
 
거기에 부응하여 난 전두환이 정말 훌륭한 사람인줄 알고 상상화 그리기에 전대통령에게 사인받는 그림을 그렸다가 담임선생님께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난다.

나 또한 '개성이 남한에 포함되면 우리는 진짜 부자였는데...'라고 안타까워한 적도 있고...

울 할머니가 개성 왕씨인데 그 씨족마을은 모든 구성원이 무속신앙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점을 보러다니고 무당을 불러다 굿을 했다.

할머니와 아빠는 개성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가난한 시절인데도 강정을 하면 느이 아빤 혼자 나무에 올라가 몽땅 다 먹고 내려왔다."는...

전쟁통에도 단 한번도 밥은 굶지 않았노라고.... 하지만 보리밥에 맨날 김치와 콩나물만 먹었다고 하면서 '개성에서 살았더라면...'하고 끝에 가선 김일성 욕을 엄청 해댔다.

우리집은 전쟁으로 인해 모진 고통과 가족 구성원들이 뿔뿔히 흩어진 비극은 격진 않았다.

그래서일까?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고향땅에서 꽤나 잘 살았다는 것을 경험한 분들에게서만 두드러지지 그 외의 가족들에게는 북한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오히려 울 아빠의 딸인 내가 북한과 개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민주노동당 당원시절 아빠와 개성관광을 가겠다고 설레발 치다가 "고향땅도 못보고 빨갱이 김대중 들러리나 할 걸 미쳤다고 가냐!"고 소리소리 지르셔서 결국 못갔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때 고집을 피워서 아빠와 함께 갔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중국에 가서도 공안들에게 소리지르다 잡혀서 몇시간 구금을 당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골수우익인 울 아빠를 데리고 북한의 개성을 갔더라면 어떤 일일 벌어졌을까?

서북청년단의 재림을 보면서 아빠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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