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엑스포의 '역대급 파행' 추문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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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엑스포의 '역대급 파행' 추문 어쩌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4.10.06 2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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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조직위원들, 공식후원한 인천항만공사, 한국관광공사 '아무도 책임 안져'
26일 경부터 공지된 케이팝 엑스포 공연 중단 공지사항. 예정된 종료일자보다 열흘이나 앞이었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어려운 예산 상황 속에서 시장이 두 번이나 교체되며 우여곡절의 연속으로 치러진 아시안게임은 지난 2010년 엄청난 비용으로 치러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비교되며 운영상 문제점 등이 연일 보도됐다. 폐회식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 대회를 돌아보니 왠지 득보다는 실이 많은 듯한 느낌이다.

이 아시안게임과 관련 또는 연계해서 인천지역 내에서 여러 행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 또한 매우 좋지 않은 평판으로 이어졌다. 인천도시공사가 기획한 K-Festival이 이들 중에선 큰 사고 없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며 그나마 선전했으나, 이마저도 관객 유치 및 흥행은 잘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인천항만공사와 한국관광공사 등이 공식 후원한 [케이팝 엑스포 인 아시아]였다. “다시는 이런 행사가 열리지 않는 것이 인천의 발전에 이롭다”는 이야기가 연일 나올 정도다.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다는 이 행사는 결국 파행, 그것도 올해 인천시가 주최하거나 인천지역에서 열린 대형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역대급 파행’으로 이어지며 막을 내렸다. 지난 달 19일부터 5일까지가 행사 기간이었으나, 실제 공연은 지난 달 25일 이후 열린 적이 없다. “폭우로 인해 스테이지 조명에 이상이 발생해 복구 공사 중에 있다”는 공지사항이 이 행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후 그냥 소리 소문 없이 끝나버린 것이다. 아시안게임 관람 차 방문했던 외국인들도 행사 시작 당일까지 공사현장처럼 엉망진창에 가까웠던 이 행사의 현장을 보고 경악을 했다고 하는 소식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행사가 중단된 채 의자만 널려 있는 스산한 공연장의 모습.
ⓒ 네이버 블로그 '팔랑귀 라퓬젤'

실제 이 행사의 파행에 대해서는 종편방송 JTBC를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문제를 짚었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음은 그러한 보도기사들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짚을 수 있는 부분. 전직 국회의원 이 모씨를 앞세워 조직위까지 만들어놓고도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었다. 행사 개막은 물론 이후로도 상인들이 먹거리를 파는 부스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음식물이 죄다 상해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비싼 보증금까지 내고 입점한 업주들 대부분은 보증금 환불을 포기하거나, 법적 소송을 계획 중에 있다고 했다. 전기 및 조명 담당 업체는 설치비용 일체를 정산 받지 못했다. 이는 출연진들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 가수의 관계자는 “행사 전날 오후까지 기다려봤는데 약속했던 시간을 훨씬 넘겨도 입금이 되지 않아 결국 취소 통보를 하고 참여하지 않았는데, 아마 가수 측을 비롯해 그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 모두가 금액 정산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영세업주들로부터 보증금은 받고, 지급해야 할 시설비용 등은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한 마디로 ‘받을 것은 받았으면서 줄 것은 주지 않은 희대의 양아치 소행’이 벌어진 셈.

[인천in]은 이 행사와 관련해 한 내부 직원의 고발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행사는 ‘시작부터 망할 수밖에 없는’ 축제였다. 그는 “조직위 그 어느 누구도 공연기획에 대한 프로의식이 없었고, 이 행사가 망해도 자신들에게 굳이 해로울 것 없다는 자세로 일관했다”며 “공연기획이라는 것이 빠듯하게 일을 해도 모자랄 판에 너무 방만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그는 “행사와 관련해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공연을 유치하면서 이것을 홍보하기 위해 책자를 만들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알고, 나는 그것과 관련해 지난 8월부터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조직위원장을 필두로 전/현직 국회의원들 역시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며 “K-Pop 가수들의 무대를 주 콘텐츠로 하는 이 행사에 정치인들이 저렇게 이름을 올릴 필요가 있나”하는 마음이 들었었다고 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한다. 그는 행사에 참여한 몇몇 투자가들이 해당 정치인들과 친분이 있다며 거들먹거리기 일쑤였고, 이렇게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 혹은 자신과 잘 아는 지인 밥그릇 챙겨주기를 노골적으로 밥 먹듯 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한 번은 외부에서 조직위 이름들을 보고 참여한 듯한 사람이 갑자기 자신이 아는 편집 디자이너를 데리고 와서 월 600만 원씩을 주고 고용하라는 말도 안 되는 강요를 한 적도 있었다”고 밝히며 “알고 보니 조직위는 이런 사람들 천지였더라”며 분개했다.

행사 준비 기간 동안 조직위는 무슨 일을 한 것일까. 그는 “사실상 아무 일도 안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책자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조직위에 자료를 요청하거나 할 일이 많았는데 한 번을 제대로 도착한 적이 없었다”며 “사소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제대로 했겠는가”며 분개했다. 그는 “행사의 홍보를 담당하기 위해 광고 팀이 꾸려지기도 했는데 팀까지 짜놓은 사람들이 광고 한 건을 성사시킬 생각을 안 하고 서성대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위 구성원들의 포트폴리오를 볼 일이 있었는데 모두 ‘현직’이 아닌 ‘전직’에서 대단한 것이 있으면 그걸 어떻게든 포장하려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다 보고 나니 조직위가 그야말로 소위 ‘떨거지들 모임’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조직위는 행사 기간 중 사실상 해체 상태였다”며 “조직위 면면을 보니, 여기에 일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 모두는 일의 프로세스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정치인으로서의 자기 PR 혹은 ‘밥그릇 챙기기’ 및 ‘지인 돈줄 챙겨주기’ 등이 목적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나 참여한 투자자들 및 관계자들 대부분이 행사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치적 혹은 경력 추가하기에 급급했다는 얘기고, 인천항만공사와 한국관광공사 등 공기업들은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케이팝 엑스포] 상임고문 명단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이름이 많이 보인다.

항만공사의 해명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은 일정 비용과 관계자 초대권 일부 등을 받고 대지를 대여해 주었는데, 빌려준 그 대지가 현재 아무런 사용을 하지 않고 있는 곳인 데다 유료 대여였기 때문에 안 빌려줄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후원사이기 때문에 진행 및 운영에 관여할 만한 입장은 아니고 운영이 잘 되는지의 여부는 법적 문제가 아니기에 관여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기획 및 운영이 아닌 후원만 하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후원사이기에 운영엔 아무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럴듯한 해명이 과연 맞는 것일까.

취재 중 공연업계에서 10년 정도 무대감독으로 일했다는 기획자를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가수나 퍼포먼스를 하는 무대가 이뤄지는 행사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공식 후원사의 역할은 대부분 후원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후원사가 운영 권한이 공식적으로 없다 해도 자신들의 이름이 걸려 있는 만큼 운영에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그 가운데서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 발견되거나 하면 어필을 하고 고치도록 하는 것 또한 일반적인 후원사들이 요청하는 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후원사들인 운영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공연을 하다가 운영이 잘못되거나 하는 등의 문제로 회사의 이미지 차원에서 중도에서 후원을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그것이 피곤한 문제(법적 소송 등을 이야기함)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의외로 많기에, 후원사들의 개별적인 요청이 있거나 했을 때는 충분히 협의를 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 민간 공연의 일반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는 “케이팝 엑스포 역시 잘못된 운영이 보이거나 했으면 인천항만공사가 이에 대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경로가 있었을 텐데 그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항만공사가 전혀 신경을 안 썼던지 보고도 넘겼던지 둘 중 하나”라며 “정치인들의 참여가 공사의 어필을 강압적으로 막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편 내부 고발자의 전언에 따르면 운영상의 방만함과 정치인들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밝혀지거나 발견된 바가 없었다. 하지만 투자자들 대부분은 “내가 국회의원 누구누구하고 잘 아는데”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이 행사의 총감독은 기획과 운영이 ‘산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자 지속적으로 어필을 했다가, 결국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에 충격을 받고 한 차례 쓰러져 병원 행을 진 바가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조직위 측의 한 관계자는 “향후 좋은 행사를 다시 개최해 이번에 발생한 상인들의 손해를 모두 탕감토록 할 것”이라는 소위 ‘맡 같지도 않은’ 말을 공식 입장처럼 전했다.
 

'레드 카펫 포토존'을 의도한 이 시설물은 그야말로 누더기 그 자체다.
 ⓒ 네이버 블로그 '팔랑귀 라퓬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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