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영 칼럼] 북한인권법은 진정 인권을 위한 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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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영 칼럼] 북한인권법은 진정 인권을 위한 법일까?
  • 지창영/시인, 번역가
  • 승인 2014.12.0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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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부르는 것이 인권법인가.”

유엔인권이사회 ©UN Photo/Jean-Marc Ferre

피냄새가 배어나는 인권 결의안
 
2014년 11월 18일 유엔에서는 북한 인권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2003년부터 결의돼 왔으니 10년이 넘도록 끌어 오던 것이 통과된 것이다. 인권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그런데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를 보면서 피냄새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북과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이 정말 순수한 의도로 인권을 걱정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한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그 길을 접어 두고 굳이 상대가 반발하는 것을 무릅쓰고 인권을 거론하는 데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미국이 적대 국가를 침략할 때는 사전에 그 국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좋게 말하면 침략할 명분을 찾는 일이지만 거기에 사실의 왜곡과 속임수가 개입되면 모략이다. 이라크해방법(Iraq Liberation Act), 이란민주화법(Iran Democracy Act) 그리고 북한인권법(North Korean Human Rights Act)은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는 법의 대표적인 예다. 이 세 나라들은 미국 대통령이던 조지 W.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들이다.
 
이라크해방법(Iraq Liberation Act)은 얼핏 보면 고통 받는 이라크 민중을 해방하기 위한 법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일까? 결국 이 법을 명분으로 미국은 이라크를 침략했지만 이라크 국민이 과연 해방됐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전쟁으로 인한 피해만 늘어난 꼴이 됐고, 전쟁에 참가한 미군들의 희생도 컸을 뿐이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를 부른 이라크 해방법
 
1998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의 서명으로 법제화된 이라크해방법은 이라크의 정권교체를 겨냥하고 있었다. 미국의 주도로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전파하기 위한 법이라고 그럴 듯하게 포장하기도 했다. 조지 W. 부시는 집권한 후 이 법을 자주 거론했다. 급기야 2002년 10월에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결정하게 됐는데 이 때 이라크해방법이 활용되었다.
 
이라크 전쟁의 희생자를 집계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정확한 숫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화염이 하늘을 뒤덮고 파편이 난무하는 가운데 어디서 어떻게 몇 사람이 죽어갔는지 어찌 다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 다양한 통계를 참고해 볼 때 확실한 것은 희생자가 10만 명이 훨씬 넘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할 때는 대량살상무기가 있을 것이라는 핑계를 내세웠지만 결국 그런 것은 없었다. 미군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여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대량살상무기는 지금 내 가슴 속에서 자라고 있다!”고…. 이것이 인권을 내세우고 민주주의를 내세운 이라크 전쟁의 결과물이다.
 
핵무장한 국가를 공격하지 못하는 미국
 
부시가 악의 축으로 지목한 3국 중 이라크는 이렇게 침략을 당했고 다음 순서는 이란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미국은 이란을 침략하지 못했다. 미국이 이란을 치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치고 이스라엘이 여기에 가세하기도 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 배경에는 이란의 강화된 군사력이 있고 심지어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서 드러나는 내용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만약 이란이 이라크처럼 군사력이 허약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란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언론플레이가 있었을 것이고 그 정점에는 이란민주화법이 있었을 것이다. 이란은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의 근원으로 인식될 것이고 그 여론을 몰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했을 것이다.
 
이란의 군사력 강화에 북이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것도 북과 닮아 있다. 핵무장을 견제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에 주눅들지 않는 것도 북의 행보와 닮아 있다. 이란의 핵무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로 한 방향으로서, 이란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머지않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스라엘을 아바타로 내세워 미국이 누리던 중동 지역의 패권도 이제 균열이 가고 말았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아바타라면 이란은 북의 아바타로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즉, 중동 패권을 두고 미국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힘겨루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며 승패가 갈릴 것이다.
 

보수파 중심의 북한인권시민연합 회원들이 침묵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 = 통일부)

인권법으로 인권이 개선될 수 있을까
 
북의 인권은 물론 개선돼야 한다. 인권은 북코리아 뿐만 아니라 지구 상 어느 나라에서든지 개선돼야 한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외면하고 한쪽에서는 남아도는 식량을 바다에 버리는 것도 반인권적이다. 인권에 관한 한 미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전역을 흔들고 있는 인종 차별 문제도 그렇고 수십만에서 수백만까지 추정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도 그러하며 남한 인구에 육박하는 4천5백만 가량의 국민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도 모두 개선되어야 할 인권 문제다.
 
한 나라의 객관적인 정보를 차단한 가운데 어두운 면만 부각시켜 반복적으로 그 장면만 본다면 온전하게 보일 까닭이 없다. 당장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자식이 왜 죽었는지 그 진실을 밝히자고 반년이 지나도록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며 몸으로 외치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외침 속에서 불길에 숨져 간 용산참사 철거민들과 그 가족들, 일터를 빼앗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그로 인해 20명이 넘는 가족들이 연이어 자살하거나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태 등, 이런 부정적인 면만 화면 가득 줄기차게 비추어 보라. 그러면 그 나라는 생지옥으로 비칠 것이다. 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이 1위로서 37분에 1 명씩 자살하는 나라, 성적을 비관한 학생들이 자살하고 생활고를 못 이겨 부모가 자식과 함께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어 가는 모습만 부각시킨다면 그게 온전한 나라로 보이겠는가. 아마도 금방 무너질 나라로 비칠 것이다.
 
인권을 문제 삼는 유엔에 대하여 북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은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하여 "우리 군대와 인민은 미국과 그 하수인들이 유엔무대를 악용해 조작해낸 인권결의라는 것을 전면거부·전면배격한다"고 밝히며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의 초강경대응전의 첫째가는 대상은 미국"이라며 "며칠전에도 오바마의 친서까지 들고 찾아온 미국고위관리들을 아량 있게 대해 줬고 미국국적의 범죄자들에게도 인도적인 관용을 베풀었는데 미국은 대조선 인권소동에 광분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우리의 무자비한 보복세례를 받을 첫 과녁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졌다"고 쏘아붙였다.
 
인권을 개선하는 길
 
세상에 알려진 사실로 볼 때 전쟁 이후 북의 인권이 가장 열악했던 때는 아마도 1990년대 중반일 것이다. 중국과 소련마저도 자본주의 바람에 흔들리면서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북은 자연재해까지 겹쳐 수많은 인민들이 굶어죽었다. 미국이 진정 인권을 걱정했다면 이런 때 식량과 의약품이라도 전폭적으로 지원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언론을 통하여 북의 붕괴만을 점치고 있었다.
 
진정 북의 인권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실효적인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인권은 안정된 체제에서 나온다. 미국과 대결하는 동안 북은 늘 제재를 받으며 살아 왔고 전쟁의 불안 속에서 살아 왔다. 그 여파로 남측도 불안한 나날이 이어져 왔다. 미국과 평화적인 공존 관계가 수립된다면 북의 인권은 물론 남의 인권도 한층 개선될 것이다. 북을 핑계로 정치적 탄압을 일삼거나 간첩을 조작해내는 일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북의 인권 개선은 개성공단 확대에서 온다. 군사무기가 있던 자리에 공장이 들어서고 남과 북이 함께 일하며 정을 돈독히 쌓아갈 때 북도 남도 인권이 개선된다. 끊어진 철길을 이어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때 인권은 상호 개선된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은 인권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다. 북의 인권 개선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확대에서 오고 나아가 통일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온다.
 
애기봉 등탑이 철거된 자리에 거대한 성탄 트리를 세울 것이라 한다. 대북 삐라와 마찬가지로 북을 자극하는 행위다. 진정성이 결여된 인권법도 결국 북을 자극하는 행위다. 자칫하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쟁을 부르는 것이 인권법인가. 북과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관계를 개선하면 해결될 일을 두고 자꾸 대결의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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