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시트지로 도시를 들여다보다 - 박상희의 ‘도시여행’
상태바
플라스틱 시트지로 도시를 들여다보다 - 박상희의 ‘도시여행’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04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포동 선광미술관에서 12월 5일부터 12일까지
도시 야경을 플라스틱 시트지라는 재료를 사용해 제작해 온 작가 박상희 개인전이 신포동에 위치한 선광미술관에서 12월 5일부터 12월 12일까지 열린다.

작가는 도시를 바라보는 따뜻한 여행자의 시선으로 일상적인 도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본다. 흔한 도시 풍경일지라도 한 톤 낮춘 서울의 삼청동 정독도서관 앞길은 오래 지난 앨범에서 발견된 흑백사진처럼 정겨우면서도 낯선 공간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일상의 도시를 탐험하고 새로움을 찾아내는 부지런한 발품으로 도시 공간을 테마파크의 화려하고 강렬한 매혹의 공간으로 변주하고 있다. 여전히 작가의 시트지 컷팅은 톡톡 튀는 격자무늬의 기하학적 형상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도시의 펀(fun)하고 유쾌한 상념들을 보여준다.

박상희 개인전–도시 여행 (Travelling in the city)
- 인천 선광미술관(인천 중구 중앙동 4가 2-26)
- 전시일정: 2014. 12. 5.(금)–12. 12.(수)
- 오프닝: 2014. 12. 5.(금), 오후시
- 휴관일: 없음
-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6시
- 전시문의: 032-773-1177




박상희/인천아트플랫폼 3기 작가

이번 전시의 주제는 ‘도시 여행’이다. 여행이라면 멀리 떠나 새롭고 낯선 곳을 가는 것을 말하겠지만 이번 전시에 그려진 그림들은 내 주변의 흔한 도시 풍경들이다. 너무나 가까워서 원경으로 봐야하는 신선함을 찾기 힘들지만 며칠 동안의 여행 후 돌아온 아파트 입구의 전경처럼 왠지 달라 보이지만 거기에 그대로 있어줘서 고마운 그런 모습들이다. 길가의 상점들과 밤을 밝히는 간판들 속에 어지럽게 주차된 차들이 나에겐 일상적이지만 새로운 조각들을 맞추고 노는 퍼즐처럼 다양한 상상의 소재들이다. 마치 '코리아 넘버 원'을 외치는 방송에서의 외국인들처럼 한국의 도시 풍경이 신기한 테마파크처럼 재미있을 수 있다. 북적거리는 선술집이나 24시간 마트들의 환하게 켜진 불빛들이 테마 놀이공원의 펀(fun)하고 유쾌한 불꽃 쇼처럼 보일 때 간혹 그 속의 비루한 삶의 현실이 가려져 있다손 치더라도 공간에 대한 낯선 거리두기가 지루해지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묘약이면서 대단할 것 없는 삶에 대한 의미 찾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예술적 감흥과 위안을 찾아내려는 시도에서 나는 여행자의 카메라를 메고 풍경 사진을 찍는다. 특히 밤의 풍경은 대낮의 그것과 달리 도시가 갖고 있는 소소하고 비밀스러운 얘기들이 잘 담겨져 보인다. 그 속에서 한낮의 보편적인 빛에 가려졌지만 우연한 사건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삶의 활력과 긴장 또는 낭만을 발견하게 된다. 그 낭만적인 불빛에 현혹되어 포탄의 섬광인지 축제 속 화려한 불꽃놀이 인지도 모른 채 내면의 어둠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도시의 밤 풍경은 보는 이들에게는 야경의 아름다움을, 작가에게는 세팅된 정물처럼 빛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소재임이 틀림없다. 작품의 제작 과정은 플라스틱 씨트지를 캔버스에 붙이고 아크릴로 채색한 뒤 칼로 형태를 따 오려내는 방식이다. 이미지가 전달하려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씨트지가 오려지고 붙어있던 작은 조각들이 부조의 평면처럼 굴곡과 입체감을 표현하는 데 더 주목하고 싶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