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대한 문화예술적 접근, ‘문갑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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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대한 문화예술적 접근, ‘문갑도’를 말하다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2.04 21: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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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제21, 지속가능한 인천 섬 문화포럼 열어


▲ 김경배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인천의제21 제3차 문화정책포럼이 3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아트플랫폼에서 열렸다. ‘생활문화예술’, ‘전문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하단 링크 참조)을 돌아보는 자리에 이은 세 번째 시간이었다.

좌장 김종현 문갑도날개달기프로젝트 대표의 진행으로, 김경배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와 류재형 인천가톨릭대 문화예술교육원 출강 사진가(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문화분과 위원장)가 발제를 맡았다.

문갑도는 부산, 익산에 이어 국토부 선정 경관협정 시범사업 전국 3군데 중 하나다. 경관사업은 마을주민과 주요사업을 함께 하고, 주민이 협정을 맺으면 마음대로 건축할 수 없는 규약을 갖는다.

김경배 교수는 ‘문갑도 경관협정의 현황과 발전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추진경위와 문제점, 잠재력을 알리고, 문갑도의 지역자산 활성화 방안과 비전을 나눴다.

문갑도는 2010년 10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토탈디자인 빌리지 조성사업을 시행했다. 호수공원, 돌담쌓기, 약수터 정비, 도로 포장 등에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호수공원의 물 마름, 산책로 우천시 미끄럼 발생, 오폐수 악취, 안내사인물 탈색 등의 공사 후 하자와 주민주도가 아닌 공공 지원사업으로 인식하는 것(관광인프라 개발에 치우칠 우려), 고령의 저소득주민에게 무상 참여 한계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문갑도 주민의 81%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로, 농어업 외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응답자 94%가 경관협정 사업이 재개되면 다시 참여하겠다고 대답했다. 김 교수는 “문갑도가 자연경관이 풍부하고 잠재력이 많은 지역임에도 인공경관인 호수공원이 대표 먹거리 1위로 뽑혔다”며 “먹거리, 볼거리 등의 관광자원을 폭넓게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굴업도처럼 개발과 보전의 주민갈등이 심화되면 안 된다면서 일본 나오시마(호박 조형물, 야외미술전시), 독일 카셀(실험 미술의 상징도시), 영국 포트메리온(유명한 도자기 이름을 땀), 네덜란드 텍셀섬(휴식의 섬), 제주 가파도(자연과 예술의 섬)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문갑도의 역사, 문화가 느껴지고 경제적 활력과 생동감이 넘치는 문화, 예술, 관광자원이 어우러진 섬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코스(자구리 축제 활성화), 이야기가 있는 섬(전시회), 주민모임(주민이 만드는 마을) 등이 다양하게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류재형 사진가는 ‘문갑도의 삶의 구조와 문화적 접근’에 대해 사진 중심으로 발표했다. 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주민의 얼굴과 생활, 마을의 구석구석을 감상하면서 문갑도를 실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섬에 들어갈 때마다 딴 나라에 가는 것처럼 먼 데를 방문하는 기분이었다. 쉽게 가고 올 수 없는 섬이기 때문이다. 안개와 풍랑 때문에 7시간 기다린 적도 있다. 덕적도에서 배로 15분 거리인데 문갑도는 먼 바다 섬으로 취급돼 왔다. ‘낙도’라 불리지만 문갑도 주민들은 무조건 외지 자본이 들어오는 건 원치 않는다. 삶의 터전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류 사진가는 준비한 수백 장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주민과 인터뷰하고, 공감한 내용을 전했다. 말 못하는 어르신, 납북 경험으로 여전히 고통을 겪는 분, 민박 주인, 발전소 직원, 자구리를 낚는 주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갑도는 이전부터 독이 유명했다며 독 만드는 공장이 세 군데나 있었다고 전했다. 그밖에 나무로 지은 초등학교, 김 양식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을이나 집의 흔적을 보면 도시와는 다른 생활방식을 갖고 있다. 얼핏 물건을 늘어놓는 것 같지만 있는 있던 자리에 그대로 두고 쓰는 게 그들의 생활방식이다. 무엇을 소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살아가는 모습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이해의 시작이다.”

▲ 이날 포럼에는 의제 문화분과 위원, 문갑도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진그룹 아마고 회원 등 다수가 참여했다.

이어지는 토론에는 김용구 남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김진규 문갑도 주민, 노형래 전 인천일보 기자가 참여했다.

김용구 센터장은 “전문가는 아니고 낚시를 좋아해서 섬에 자주 다녔다. 전공이 ‘데이타 분석’인데 실제 사례와 데이터분석이 어떻게 맞고 다른지를 연구한다. [인천in]에 섬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섬 어르신들의 인터뷰를 통해 단절된 역사 등을 새롭게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갑도는 주변의 울도와 더불어 새우, 꽃게잡이가 유명했다. 1930년대에 어장이 발견됐는데 우리나라 2대 어장으로 규모가 컸다. 60년대까지 새우 파시가 있었다. 꽃게는 70년대부터 잡기 시작했는데 전성기 때는 사람이 많이 필요해서 외부 유입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자원이 없다. 문갑도를 문화예술적 접근으로만 볼 게 아니라 새우, 꽃게로 경제생활권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접근을 바탕으로 섬의 무형/유형 자원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문갑도 주민으로 참석한 김진규 전 이장이자 문갑도경관협정사업위원장은 “의제21에서 관심 가져주기 전부터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덕분에 개발과 보존이 병행된 쪽으로 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희망적인 이야기, 나도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것들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전문가그룹을 의제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문갑도 프로젝트 일환이었던 사진 전시가 매우 좋았다. 외부인에게도 환영받았지만 주민 반응도 좋았다. 주민들이 안방에 다 자기 사진을 모셔놓고 있다. 함께 공감했던 시간을 좋게 받아들이고 있고, 앞으로 또 어떤 축제가 열릴지 기대된다. 대한민국에서 1호로 시행된 문갑도 경관협정 시범마을을 모델로 문갑도의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김 전 이장은 류재형 교수가 말한 ‘사람이 중요하다’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질문했다. 류 교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 주민이 소중하다는 의미”라며 문갑도 주민들은 “친화력이 좋고 인성이 훌륭했다”고 대답했다.

노형래 전 인천일보 기자는 2003년부터 110여개 섬을 다니면서 환경/생태를 전문적으로 취재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문갑도 스토리텔링 개발에 대한 고민을 중점적으로 전했다. 문갑도 인근에 한글 이름으로 된 섬이 많다며 섬과 우리말과 연결 지은 점, 민어와 새우(민어 울음소리가 아기울음소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북파공작원 얘기들을 요소요소로 끄집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박상문 인천의제21 상임회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문갑도를 가다/보다/품다’라는 이름으로 책이 아주 잘 나왔다. 돌아보고 보듬으면서 더 잘해나가면 된다. 의제에서 지역의 아젠다를 개발하면 시행까지 1년에서 5년을 지켜본다. 성과가 있으면 그동안 해 온 걸 넘겨준다. 무한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가깝게는 옹진군, 인천시, 해수부가 문갑도를 잘 지키고 가꿀 수 있도록 돕겠다.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서 관이 직접적으로 힘이 될 수 있게 의제에서 힘을 싣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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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숙 2014-12-05 16:28:06
문갑도날개달기 프로젝트팀 모든 분들 정말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문갑도 주민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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