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기자
지난 10일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지 보름이 지났다. 인수위에서는 매일 주요 사안에 대해 업무브리핑을 하는 등 송 당선자가 약속했던 '소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일 브리핑을 포함한 인수위 보도자료는 거의 '돈 없는 인천시'에 대한 내용이다. 도개공 부채문제, 경제자유구역 발전방안, 도시기본계획 재검토 등 '돈을 잘 벌기' 위한 게 대부분이다.
보름간 인수위 브리핑 중 '친환경 무상급식'이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송도갯벌'에 대한 내용도 마찬가지.
지난 지방선거의 이슈 중 하나는 '친환경 무상급식'이었다.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이지 않으려는 엄마들의 힘이 공약을 채택한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를 당선자로 만들었다. 또한 환경을 보존하려는 시민들의 노력도 한 몫 거들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24일 인수위원회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경제자유구역이나 도개공 부채에 대해 송 당선자는 열변을 토하며 기자들에게 포부를 밝혔다.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잘 사는 인천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물론 중요하다. 어찌 먹고사는 문제가 서민들에게 소홀한 일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환경 보전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현안이다.
송 당선자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어떻게, 언제부터 실현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건넸다. 또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4만마리 물새 터전인 송도 11공구 매립 관련 질문에도 "갯벌을 축소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짧고 성의없는 대답뿐이었다.
송도 11공구의 경우 송 당선자는 선거 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계획대로 매립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송도갯벌은 저어새의 번식지인 남동유수지와 새들의 먹이터인 송도갯벌을 둘러보고 보존방안을 찾기 위해 대만과 미국의 NGO와 학계 전문가들이 찾아오는 등 세계적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세이브 인터내셔널'은 1년여간의 조사를 토대로 송도 11공구를 생태디자인도시로 만들기 위한 제안서를 직접 만들어 인천에 가져오기도 했다. 송 당선자는 이 제안서를 보기나 했을까.
너무 앞서가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인천의 재정적인 부분만 강조하다 보면 지난 8년보다도 더 많은 공사현장이 생겨날 수도 있으리라. 경제발전을 이유로 시민 삶의 행복을 간과한다면 '건설지상주의 MB'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일에도 순서가 있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이슈가 되진 않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있다. 아이들의 먹을거리와 환경 보존 대책 마련이 그것이다.
곧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재정 형편상 당장 시행하는 건 무리라고 치더라도 언제까지 '돈 벌기'에만 혈안이 돼 등한시하는 것은 송 당선자를 뽑아준 시민들을 업수이 여기는 꼴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송도갯벌에 대해서도 "축소 검토"라는 건성의 대답이 아닌, 해외 NGO들도 만나보고 지역의 환경단체와도 송 당선자가 중요시하는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송 당선자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님,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 밥은 언제부터 무상으로 먹일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