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을미년, 서로의 얼굴에 침 뱉지 말자. 양처럼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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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을미년, 서로의 얼굴에 침 뱉지 말자. 양처럼 평화롭게…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5.01.07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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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7.

“사람의 얼굴에는 삼라만상이 들어있다?”
 
사람에겐 얼굴이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으나 깊이 따지면 수천수백년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세포 속에 조상님들의 데이터, 즉 DNA가 촘촘히 배겨있어 그 대가 끊어지지 않는 한 바뀔 수가 없다.
 
헌데 사람마다 얼굴은 제각각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몇 번 보면 다른 부분을 자연스레 찾아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를 구별할 수 있다. 여기서 신비로운 것은 얼굴에 ‘운명’이라는 코드가 박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관상’이라고 한다.
 
얼굴을 보고 개개인의 운명과 성격, 수명 따위를 금세 알아챈다는 관상. 신라시대에 어딘가로부터 스며들어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대박 유행했으며 ‘관상학’이라는 학문으로까지 떡 하니 자리 차지했다. 그리고 현세에 이르러서도 그 대박유행행진은 멈출 줄을 모른다. 아니 문명의 혜택으로 말미암아 그 도가 더해 관상을 뜯어고치는 성형수술이네 시술이네 하며 야매(?)까지 성행하고 있다. 그만큼 좋은 얼굴, 예쁜 얼굴, 눈길 끄는 얼굴을 갖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 시대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관상처럼 운명은 정해진 것일까? 관상으로 인해 잘 살기도 못 살기도 하고 유명한 사람이 되기도 유명을 달리하는 고인이 되기도 한다는 말일까?
 
새해가 되면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인터넷·모바일 사주 및 토정비결 싸이트의 트래픽이 급증한다. 또 이름 탓하며 작명하는 일도 이맘때 많다고 한다. 잘 살아보자는 작은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어찌 흠이 되겠냐마는 그저 주어진 팔자대로 살면 그만일 터인데 바꾸려 용쓰는 거 보면 역설적으로 운명은 이미 정해진 건 아닌듯싶다. 태생이야 바꿀 수 없어도 미래마저 결정된 거라면 누가 이 질긴 질곡의 삶을 살아가겠는가? 그래도 모당(?)처럼 여차하면 사람 바뀌고 걸핏하면 이름 바꾸면 그만큼 참 식상한 게 없다. 꼭 이름 바꾼다고 잘 풀린다는 보장은 없다. 스스로의 내실과 노력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바꿀 때마다 드는 비용은 누가 주는 건데? 넘어가자.    
 
어,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다 보니 문득 사람에게만 얼굴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각 단체에도 얼굴이 있고 각 지자체도 얼굴이 있으며 각 당은 물론 각 나라에도 얼굴이 있는 것 같다. 단체든 지자체든 당이든 나라든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친근감을 느끼는 데도 있고 두려움을 느끼는 데도 있다. 그래서 대표성을 가진 이가 중요하다. 그 대표가 이미지의 반은 차지하지 않을까?
 
관상에서는 만남이 운명의 주요한 변수라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을 ‘인연’이라고 한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다 있지만 이미 연이 닿았다면 피할 수 없다. 세상사 귀인만 만날 수는 없지 않을까? 서로 지지고 볶고 하다 보면 악연도 순한 양처럼 변할 수 있겠다싶다.
 
여야도 마찬가지고 각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끝나지 않는 전쟁.서구 기독교와 아랍 이슬람 간의 종교전쟁. 요즘은 IS가 전세계적으로 공포를 자아내고 있다. 정말 끔찍하다. 그리고 마지막, 남과 북의 분단갈등.
 
남과 북은 피할 수 없는 민족 운명이다. 피할 수 없다면 잠깐의 말다툼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말을 걸어야 한다. 저쪽이 피하면 계속 걸고 저쪽이 걸어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
 
예컨데, 중국의 경우를 보자. 한중수교 전만해도 중국 공산당이라면 무슨 철전지 웬수보듯 하지 않았던가? 허나 지금은 대한민국에 굉장히 중요한 국가로 긴밀해졌다. 한반도에서 중국을 빼놓고 논할 수 없게끔 변한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적은 없다고 한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최고위급회담까지 거론하며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하셨다. 띵호와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든다. 그저 신년이면 의례히 하는 말뿐인 통일 의제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진정 비슷한 서로의 얼굴에 침 뱉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잘났든 못났든 그냥 서로의 얼굴을 인정하면 쉬울텐데 말이다. 삼라만상은 아니어도 60여년 공통의 분단아픔을 지닌 서로의 얼굴을….
 
영화 <관상>에서 관상쟁이 김내경은 마지막에 시처럼 대사를 읊는다.

“난 파도만 보았소, 파도를 만들어 내는 건 바람인 것을...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며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
이렇듯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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