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주는 최고의 자식교육” <아메리칸 셰프(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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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주는 최고의 자식교육” <아메리칸 셰프(Chef)>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프로그래머
  • 승인 2015.01.08 2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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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7
 
얼마 전에 지인의 집에 갔다가 다소 흥미로운 상황을 접했다. 오랜만에 본 터라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좀 오랫동안 담소를 나누었는데, 지인의 어린 딸과 아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그들은 요즈음 아이들과 달리 통화 위주의 아주 단순한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고 손에 쥐는 별도의 오락기도 없었다. 지인 부부가 둘 다 높은 연봉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들이라 형편의 문제는 결코 아니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이후에 가서 저녁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느라 6시간이 넘게 머물렀는데, 그 시간 동안 이 두 녀석들, 식사를 차리는 부모를 돕고, 식사를 하고 나서 치우는 것을 돕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정통 클래식부터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의 팝음악까지 다소 폭넓은 음악을 들으며 한 녀석은 역사서적을 한 녀석은 신간소설을 읽고 있었고, 결국 첫째가 책을 독파하고 두 번째 책의 삼 분의 일쯤 집중할 무렵에야 난 지인의 집을 나섰다. 다른 지인이나 친척들의 자녀들을 보면, TV나 스마트폰, 개인 오락기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과거에는 ‘사내다움’으로 현재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불릴 정도의 산만함으로 정신 없던 기억의 나에겐 신기할 정도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 신기함은 금새 의문이 풀렸다. 지인의 집에는 정보 검색이나 문서 작업에 필요한 컴퓨터 외에 TV나 오락기가 아예 없었다. 지인 부부가 여행 외에는 독서와 음악감상이 취미인 탓에 집에는 많은 CD와 책들로 거실이 가득했다. 부부가 아이를 갖기 전부터 퇴근 후와 여행을 가지 않는 주말에는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다. 두 사람의 결혼 전부터 서로의 취향이 같았음을 알았던 나는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종종 했음이 기억났다.

아이들에게 가르침은 강한 지적과 훈계, 강요와 반복적인 요구가 아니다. 부모가 스스로 보여주면 모든 게 끝난다. 공부하는 자식을 보고 싶으면 내가 공부를 하면 되고, TV보다 책을 읽는 자식을 보고 싶으면 내가 TV를 끄고 책을 읽으면 된다. 언행을 바르게 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식이 되길 원하면 바로 내 스스로가 그렇게 노력하면 된다.

<아이언 맨>으로 대성공을 거뒀으나 <아이언 맨 2> 당시 제작사와 의견충돌로 시리즈에서 하차한 후 만든 존 파브로 감독의 <아메리칸 셰프>는 바로 이런 자식사랑과 가정교육을 이야기한다. 영화 중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푸드 트럭으로 몰락한 아빠의 일을 돕던 아들이 공짜로 먹는 사람들이니 좀 탄 음식을 줘도 괜찮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최고의 남편도 아니었고, 최고의 아빠도 아니었어. 하지만 이건 잘해. 내가 만드는 요리로 남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것! 이 일을 돕게 하는 건 너와 그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야!”

단순한 스토리 안에 가족의 사랑과 이해, 일의 열정과 동료간의 우정, 멋진 남미의 음악들과 심지어 맛있는 음식들까지! 2015년을 기분 좋게 시작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 뉴올리언스에서 LA까지 푸드 트럭 셰프의 신나는 여정과 맛있는 도전을 담은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이 점은 경고한다.

“빈 속으로 절대 보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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