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미친다는 것” <망원동 인공위성>
상태바
“이 땅에서 미친다는 것” <망원동 인공위성>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프로그래머
  • 승인 2015.02.05 2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욱의 영화이야기] 11
 
"뭐 이런 미친X이 다 있고, 이런 걸 영화로 찍는 미친 XX는 도대체 뭐야?"

"티셔츠 1만장을 팔아 1억 원의 인공위성 발사비용을 충당해서 대한민국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라는 내용의 영화를 개봉하고 싶다는 배급사의 연락을 받았을 때, 내 머리 속의 즉각적 반응은 그랬다. 도대체 개인이 인공위성을 왜 만들어 쏘며, 러시아 로켓에 빌붙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에만 1억 원의 거액이 드는 짓을 도대체 왜 하며, 더구나 그 비용을 티셔츠 1만장, 대충 개당 1만원을 받아 충당하겠다니! 도대체! 왜? 이런 미친! 뭐 이런 단어들만이 내 머리 속을 빙빙 돌고 있었다. 하지만 극장을 위해 영화를 선정하는 프로그래머가 나의 직업인지라 결국 배급시사를 통해 영화를 봐야만 했다.

대한민국은 제정신이 아니다. 결별한 애인은 차로 밀어버리고, 새치기한 차량은 삼단봉으로 다스리고, 부당 계약이라 생각되면 대화보다는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건물을 태워버리고, 돈 협박을 위해서 애인을 성관계 시키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정신병원 같다. 망원동 한 창고에서 인공위성을 만드는 이 송호준이라는 미디어 아티스트도 이 대한민국이라는 정신병원의 격리병동급 환자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런데, 이 송호준 환자, 뭔가 다른 구석이 있다. 아무리 봐도 정신은 나간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끌리는 구석이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비웃음의 썩은 미소를 날리면서도, 계속되는 실패에 당연의 콧방귀를 뀌어대면서도,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잡아당기는 묘한 매력의 감정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도대체 그게 무얼까?

사실 나는 이 정신 나간 아티스트 송호준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이토록 자신이 원하는 뭔가를 위해서 정말 글자 그대로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올인하다니! 나도 아티스트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일을 하고 있는 나름 꿈을 쫓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망원동 인공위성 송호준 작가의 이야기를 보니, 난 현실에 타협하고, 그에 맞게 꿈을 수정하고, 그 수정된 꿈에 안주하고, 그 안주한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족하는 망상가에 불과했다. 헛된 꿈을 쫓는 허망한 망상가는 오히려 송호준 그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2015년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나고 있다. 아니 아직도 11개월이나 남아있으니 아직 시작이라고 또 스스로 합리화하고 자족한다. 그래도 이 남은 기간 동안 나도 저 하늘과 우주에 나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싶다. 아니,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 각자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비록 티셔츠는 몇 장 못 팔리고, 돈은 돈대로 다 날리고, 사람들은 나를 미쳤다고 욕하고, 결국 인공위성은 수신조차 안 된다 해도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