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예술사 연구로 정치·경제사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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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예술사 연구로 정치·경제사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 김선경 기자
  • 승인 2015.04.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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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론 언론학교 지상중계] 5 - 이영미 평론가, ‘드라마로 보는 한국사회’


 
이영미 평론가가 “한국대중예술사의 시대구분은 정치·경제사의 흐름과 거의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지난 4월 7일 언론학교 88기의 다섯 번째 수업 ‘드라마로 보는 한국사회’가 이영미 대중예술평론가에 의해 진행됐다.
 
이날 이 평론가는 한국 80년대와 90년대, 2000년대를 관통하는 대중예술사를 살펴봄으로써 당시 사회상에 따라 대중들의 집단적 선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실에 따라 대중들의 심리, 태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대중예술사를 분석하는 것은 당시 시대를 살펴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한국문화의 르네상스’
 
로맨틱코메디의 지평을 연 <질투>와 <결혼이야기> 포스터
 

80년대에는 에로와 사회적 발언을 담는 장르 외에는 다양한 분야의 영화가 상영되지 않은 것에 비해 90년대에는 드라마 <질투(1992)>, 영화 <결혼이야기(1992)>처럼 ‘로맨틱코메디’라는 장르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평론가는 이런 사회의 변화를 “정치적으로 91년에는 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끝났고, 92년에는 문민정부의 시작인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3저 호황을 누리면서 정치·경제에 대한 대중들의 ‘풍요’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92년 <난 알아요>로 데뷔해 선풍적 인기를 누렸던 '서태지와 아이들'
 
 
또한 이 평론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성공도 이런 시대적 흐름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중음악이 ‘변진섭’과 ‘신승훈’이라는 발라드 시대에서 ‘서태지’라는 변혁의 아이콘로 옮겨간 것도 이런 변화에 대중들의 심리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당시 한국대중예술사에 반항, 변화가 반영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허용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복고·판타지의 부활

1997년에 외환위기와 IMF의 개입으로 한국경제가 위태로워지면서, 대중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 드라마 <가을동화(00)>처럼 불치병, 순정적 사랑을 다시 선택하기 시작한다. 이 평론가는 “가정이 흔들리는 불치병, 불륜, 출생의 비밀과 같은 소재들을 대중들이 선호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시기에 대중음악은 ‘조성모’처럼 순수한 이미지가 유행했는데, 이를 이 평론가는 “대중음악에서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순정의 사랑을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시대를 “대중들이 현실의 삶이 각박해져 이를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였던 것”이라고 정리했다.
 
▲2010년대: 진지한 멜로의 몰락

2008년에 다시 외환위기와 그로 인한 청년실업을 겪으면서 대중들은 더욱더 도피성 판타지 컨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드라마 <꽃보다남자(09)>, <시크릿가든(10)>처럼 멜로와 가벼운 코메디, 판타지성을 다루는 드라마들이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이 평론가는 “특히 신데렐라의 스토리와 판타지, 타임슬립이 합쳐진 드라마 <옥탑방왕세자(12)>가 폭발적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사랑으로 계층상승이 불가능하다’라는 대중들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고충을 담은 tvN 드라마 <미생>
 
더 나아가 최근에는 연애물보다는 드라마 <미생(14)>처럼 각박한 사회현실이 담긴 컨텐츠가 유행하기 시작한 현상에 대해서 이 평론가는 “예능 <진짜사나이(13)>, <학교다녀오겠습니다(14)>처럼 힘든 현실을 그저 견디는 대중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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