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초교? '용학'초교? 인천 신설학교명 행정편의주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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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초교? '용학'초교? 인천 신설학교명 행정편의주의 심각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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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시교육청 교명심의위 선정 학교명, 신중하게 재고해야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세종대왕 탄신일이기도 하다. 스승의날은 1958년 민간에서 먼저 시작되었다가 박정희 정권 때인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겨레의 큰 스승이라는 의미에서 스승의 날로 삼았다는 것이다.

때마침 인천시교육청(교육감 이청연)에서 2016~2017년도 개교 예정학교인 단설유치원 1원, 초 3교, 중 1교, 고 1교, 특수 1교 등 총 7교에 대한 「인천광역시립학교 교명심의위원회」의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이번에 선정된 신설 학교의 학교명은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6일까지 20일간 학부모, 교직원 등 98명의 시민들이 341건의 교명을 제안해 왔으며, 공모된 교명을 대상으로「인천광역시립학교 교명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교명을 결정했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그런데 발표된 학교명을 살펴보니 교육현장에서 우리의 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뜻과는 거리가 먼 낡은 관행으로 교명을 작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교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신설학교의 교명은 각각 「인천예송유치원(가칭 송도유치원)」, 「인천용학초등학교(가칭 용현학익3초)」, 「인천연송초등학교(가칭 송도2초)」, 「인천첨단초등학교(가칭 첨단1초)」,「인천예송중학교(가칭 송도3중)」,「인천마전고등학교(가칭 마전고)」, 「인천청선학교(가칭 동희학교)」 등이다. 

교육청과 교명심의위원회가 어떤 근거와 이유로 위와 같은 교명을 확정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아 명칭의 의미와 사유에 대해 알수는 없으나, 병기한 가칭으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예송'유치원의 '예송'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용학'초등학교는 용현동의 '용'자와 학익동의 '학'자를 딴 한자 합성어이다. '연송'초등학교도 연수동의 '연'자와 송도의 '송'자를 딴 것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마전'고등학교는 마전동 지명을 딴 것일테고, '청선'학교 또한 그 유래를 알기 어렵다. 
 
교육청은 금번 교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교명은 인천광역시의회『인천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개정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 밝혔으니, 절차만 남은 셈인데, 그러나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고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배우는 일선 학교의 교명이 이런 식으로 작명돼서는 곤란하다고 하다.

좀 시간이 지난 연구논문이긴 하지만, 인하대 국어교육과 박덕유 교수가 조사, 연구한 [인천 학교명 연구](<한국학연구>, 1999)에 따르면, 인천의 학교명 중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 지어진 학교명은 '함박초등학교'가 유일하다고 한다. 게다가 인천의 학교명은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해 행정동명을 그대로 따거나, 위와 같은 방식의 한자 합성어 조어로 만들어진 학교명이 70% 이상을 상회한다고 한다.

박 교수는 지명과 마찬가지로 학교명은 그 지역의 향토사와 지역적 특성을 잘 반영해주는 주요한 매우 중요한 언어적 자원인데, 인천의 학교명이 이처럼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해 급조되거나 일제 때 지어진 이름이나 역사적 고증이 잘못된 교명 등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잘못된 학교명의 정정과 함께 새롭게 학교명을 지을 때에서는 지역적 특성과 전통적 문화성을 고려해 지어야 한다고 결론에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청과 교명심의위원회가 이번에 내놓은 신설 학교명은 여전히 행정편의주의와 국적불명의 한자 합성어를 통한 손쉬운 작명으로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으니,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특히 유독 눈에 띄는 '첨단'초등학교는 도대체 어떤 의미의 학교명인가? 단어 그대로의 의미대로 '첨단'을 뜻한다면, 초등학교명으로 가치판단이 가미된 '첨단'이라는 명칭을 선정한 그 교육철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인천평등교육학부모회 이은주 대표는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한다. 인천 서구와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제물포중학교'와 '동인천여자중학교'가 왜 서구에 있냐는 것이다. 비단 서구뿐만이 아니라, 광역도시 인천 내의 각 지역과는 상관이 없는 학교명이 엉뚱한 곳에 배치돼 있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구도심을 버리고 신도시로 학교들이 이전하면서, '동인천고등학교'가 만수동으로 이전하고, '축현'초등학교가 옥련동으로 이전하는 등의 문제점을 낳고 있어, 잘못된 인천역의 역사 이름만큼이나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지역의 지명과 역사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학교명들은 지역자치를 위해서도 바뀌야 한다"면서 "시 교육청이 신설 학교명을 보다 신중하게 짓고, 또 적절치 않은 학교명칭은 조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한다.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해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학교를 하나 세운다는 것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세종대왕 탄신일에 학교의 토대가 되는 지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궁구하면서 살려 쓸 오래된 아름다운 지명을 돌보지 않고, 급조하기 쉬운 한자 합성어로 학교명을 손쉽게 짓는 우를 교육현장에서는 범하지 말자. 

시 교육청은 교명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다시 한번 전문가와 교육가족들, 그리고 지역사회에 널리 회람하여 보다 신중하게 학교명을 새로 창안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겨레의 큰 스승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는 뜻에 어울리는 행정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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