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종교개혁가의 삶을 통해 한국교회를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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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종교개혁가의 삶을 통해 한국교회를 성찰한다
  • 이희환 기자
  • 승인 2015.05.1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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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추천도서] <체코 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만나다>

마르틴 루터보다 100년 앞선 종교개혁의 선구자
 
2015년은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얀 후스가 화형당해 순교한 지 6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15년 순교 500주년을 맞아 프라하 광장 한가운데 얀 후스의 청동상을 세울 정도로 체코의 국민적인 성인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그는 마르틴 루터보다 100년을 앞서 공개적으로 교황의 면죄부 판매와 성직 매매, 교회 부패에 맞선 인물로 ‘종교개혁의 선구자’로도 칭송을 받지만 우리에게는 낯설다. 이 책 <체코 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만나다>(도서출판 동연)는 얀 후스의 종교개혁적인 교회 비판만 읽어 왔던 사람들에게 그의 전체적인 활동과 사상, 삶을 폭넓게 다뤄 진면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1372년 보헤미하 남부 후시네츠에서 출생했으며, 프라하 대학교에서 신학과 문학을 배우고 교수로 활동했다. 1402년 베들레헴 채플의 설교자가 되었고, 일찍이 교회갱신에 대한 개혁적인 노력에 앞장섰다. 또한 프라하 대학 총장을 역임했으며, 일반대중 설교가이자 체코의 영적인 찬송 보급자로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당시의 체코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의 종교개혁자 존 위클리프의 영향을 받은 그는 성서를 유일한 권위로 인정하고, 교황을 비롯한 고위 성직자들의 이른바 성직매매 등 세속화를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체코 민족운동의 지도자로서 보헤미아의 독일화 정책에 저항하였고, 프라하 대주교의 후원을 얻어 프라하 대학교 내에서의 체코인의 권리를 신장시켰으며, 체코어의 정자법을 확립, 성서와 위클리프의 저작을 체코어로 번역하였다.

1412년, 후스는 마르틴 루터보다 100년 앞서 공개적으로 교황의 면죄부 판매, 성직 매매와 당시 교회의 부패에 맞섰다. 그는 이종성찬을 주장했으며, 그로 인해 교회로부터 추방을 당하고 프라하에서 설교하는 것이 금지된다. 복음진리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은 그는 콘스탄츠에서 재판을 받고 이단으로 정죄되어 1415년 7월 6일 화형에 처해졌다.
 
간략히 후스의 삶을 정리한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단지 종교개혁가만은 아니었다. 체코 민족운동의 지도자였다. 그 시대 민중들의 삶을 후스의 입을 빌려서 표현하면 “내가 어린 시절에 배고팠을 때, 흘레바(역자주: 체코인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호밀 식빵)로 숟가락을 만들어 콩 수프를 떠서 먹다가 다 먹으면 그 숟가락도 먹었다”(21쪽)고 할 만큼 굶주림이 흔한 일상이었다. 그렇기에 그도 한때는 “사제가 되면 좋은 집에서 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빨리 사제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러나 “성경을 알고 나서는 그것이 악한 욕망인 것을 알았다”(22쪽)고 고백한다. 후시네츠라는 보헤미아(현재 체코의 서부지역) 시골에서 자란 삶의 바탕이 있었기에 체코 민중의 삶이 우선이었으며, 그의 삶을 관통하여 체코인들의 삶을 고양하는 데에 앞장섰다.

이처럼 이 책은 체코 고어로 된 얀 후스의 난해했던 글들을 그의 육성을 옆에서 들려주는 듯하게 끄집어내었다. 그리하여 종교개혁의 참의미,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의미의 제2의 종교개혁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이 책은 두껍지 않은 분량이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무게는 훨씬 무겁다. 600년 전에 발언된 후스의 담백한 목소리가 지금 한국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하고 진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책은 한국 교회 복음의 상당 부분이 향신료를 잔뜩 덧입혀 그 원재료의 맛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 유효기간이 지난 ‘즉석식 복음’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또한 우리에게 복음의 본래 정신으로 신앙의 본래 자리로 돌아오라고 요구한다.

이 책의 출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도서출판 동연의 김영호 대표는 "최근 염려와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가 성찰하기 위해 그리고 돌아가야 할 지점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제적으로 기구한 운명의 약소국인 체코가 국민투표를 통해 기독교(개혁교회, 가톨릭, 동방정교회)를 버리고 사회주의를 택한 사회학적 토대가 얀 후스의 종교개혁과 맞물려 있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차례>
  
한국 독자들에게 – 토마시 부타
추천의 글 – 신재식, 홍지훈
감사의 글 - 이종실
 
1장. 서론
2장. 예수 복음의 진리에 대한 투쟁과 생애
3장. 대학 지성인
4장. 유명한 설교자
5장. 백성들의 교사
6장. 영가(靈歌) 작사자
7장. 신학자 그리고 교회 개혁자
8장. 목회자와 민족에게 보낸 시대를 초월한 편지
9장. 평화의 사도
10장. 후스의 살아 있는 유산의 어제와 오늘
 
부록 I. 체코 종교개혁 역사
부록 II. 프라하에 서려 있는 후스의 발자취
 
맺음말을 대신하며 – 고무송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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