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힘들수록 소중하다” <네이든(X Plus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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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힘들수록 소중하다” <네이든(X Plus Y)>
  • 김정욱 영화공간주안 관장 겸 프로그래머
  • 승인 2015.05.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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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의 영화이야기] 23.
 
필자가 영국에서 유학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영국인들의 일본 사랑은 각별한 것이었다. 일본의 문화와 예술을 거의 최고 수준의 것으로 칭찬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문화는 런던 중심가인 피카디리 서커스의 차이나타운에서 완탕 스프에 베이징 오리고기를 올린 밥 정도가 인정해주는 전부인 듯했다.

여기에는 1997년 중국반환 전까지 홍콩을 식민지로 두었던 근대사도 한 몫 했고, 영국의 대표 뮤지션인 비틀즈의 존 레논과 일본의 예술가인 요코 오노 커플의 영혼적 결속도 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영화들도 동양이 소재가 되거나 영국인과 동양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의 상대역은 당연 일본이며 일본인이었다. 같이 공부했던 상당수의 영국 남자들이 일본 유학생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도 흔한 풍경이었으며, 대만과 홍콩을 제외한 중국 유학생은 그 숫자 자체가 극소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닌듯하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중국인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바라보며 요우커들의 방문을 환대하고 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중국인들의 선호는 세계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이런 시대 변화는 당연히 영화에 우선적으로 반영된다. 6월 중순 개봉 예정인 영국 영화 <네이든>에서도 전세계의 수학 천재들이 경합을 벌이는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절대적 최고의 강국은 인도나 이스라엘, 한국, 일본이 아닌 중국이다. 영국 수학 천재 중 한 명인 주인공은 독학으로 수준급의 중국어를 하고, 중국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자폐증을 앓지만 수학에 남다른 능력을 가진 네이든이 어렸을 때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었던 아버지를 자신의 실수로 잃으며 시작된다. 영화는 그가 자폐아인 것에 중점을 두기보단 모든 이들에게 사람과의 진정한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동시에 소중한 것임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대상이 가족일수록 더 그렇다고 강조한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예비군 총기사건에 가족동반 자살사건에 스승의 날인 오늘은 선생의 폭언에 제자가 선생을 폭행하고, 5년 만에 주의력 결핍장애 정신과 환자가 12%나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라는 뉴스와 사실상 청년 3명 중의 1명은 백수상태라는 통계조사결과가 발표됐다. 2015년 5월 대한민국은 소통이 어려운 하나의 커다란 자폐국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6월 중순 전국 개봉하는 영화 <네이든>는 5월16일(토) 오후4시 인천 남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의 <제25회 사이코시네마 인천>에서 한 달 먼저, 더 깊이 있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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