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수학소녀의 위기?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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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수학소녀의 위기? 몰락?
  • 윤현위
  • 승인 2015.06.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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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컬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얼마 전 토마스제퍼슨 과학고에서 수학하고 있는 한국인 여고생이 스탠포드대학과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명문대학 여러 군데에 합격했다는 기사가 주요 일간지에 타전됐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많은 SNS에서 링크되고 회자됐다. 필자는 다소 의아스러웠다. 공식적인 발표만으로 어학연수를 포함하여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생은 20만명이 넘는다. 그 중에서 유명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어디 한 두명일까? 하버드대학이 명문대학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겠으나 한국 학생이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미국의 유명대학에 입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것이 주요 일간지에 기사거리가 되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제가 된 것은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에 들어간 것 자체가 아니라, 입학의 내용이었다. 김양은 1?2학년은 스탠포드에서 수학하고, 3?4학년은 하버드에서 수학한 후 최종 졸업할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니 한국의 독자들이 열광할 수 밖에......

한 가지 궁금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너무 파격적이지 않나 싶었다. 이 상황을 한국에 적용해 보자. 우리나라에 몇몇 대학에는 한국에서 일정부분 수학하고 외국에 있는 협력대학 간에 3+1, 2+2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입전형에서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연세대에서 2년 고려대에서 2년을 수학하는 프로그램이 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대학끼리 학점을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일부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제한적이고, 그나마 세부적으로 조율을 거쳐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분명이 다른 나라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요 언론들은 단지 받아쓰는 수준이 아니라 일정 부분 사실을 검증하고서 기사를 냈어야하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따른다. 물론 우리나라 언론시장의 경쟁이 심한 특성을 간과하고자함은 아니다. 검증을 하지 않은 기사작성으로 인해서 합격의 진위를 떠나서 유명세를 치룬 김모양이 받을 수 있는 피해와 기사를 접한 시민들이 오해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한번 보자. 짧은 기간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대학을 서열화시키는 작업을 되물림 하면서까지 수 십년을 해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탠포드와 하버드에 열광했다. 대학을 서열화시키는 풍토는 사실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전공별로 순위를 가려서 자신의 원하는 전공을 결정할 때 참고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학교 이름 자체를 중시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에 대학평가가 도입됐을 당시부터 나온 우려의 목소리지만 대학이나 학부모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대학평가에서 높은 순위로 선정되는 부분이 있으면 학교정문에 크게 걸어놓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이제 우리 사회는 미국의 대학들도 한국의 대학들도 서열화해서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것은 아닌가 싶다.

 

올해 우리나라에 수능을 볼 대상인 고3학생들의 수는 63만 명이다.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남자기준으로 대략 80년대 말이나 90년대 중반 학번들일 것이다. 이들은 입시지옥을 거친 세대들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대학정원이 더 적었으면서도 학생들은 더 많았던 시기였다. 당시 학력고사를 보던 학생들의 수는 90만명 정도였다. 그렇게 입시지옥을 거친 사람들이 다시 부모가 되었고 대학원정원은 오히려 늘어났지만 입시지옥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정교화되고 더 많은 자본이 투하되고 있다.

 

인성교육의 강화, 공고육 강화, 사교육 철폐 이런 구호들은 이제 지치고 지겹기까지 하다. 물론 이 중에서 어느 것 하나 성과를 이룩한 것은 이거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인 없어 보인다. 그 사이에 영어유치원이 생겨났고, 방학을 이용해서 어학연수를 다녀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와 부모의 학력이 자식에게 되물림되는 학력자본의 재생산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들이 나왔다. 그뿐이다.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한가지 예전에 없었던 풍경 하나가 더 있다. 대학입시철이 되면 학부모 대기실이란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략 5년 전부터 생긴 것 같다. 대입전형이 다양해 지면서 수능말고도 학생이 해당학교에 직접 와서 고사를 치루어야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모든 학생들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논술이나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는 날이면 대학은 학생들을 태운 수많은 학부모들이 모이느라 금새 혼잡스러워진다. 일단 온 학부모들은 돌아가지 않고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래서 학부모 대기실이 생긴거다.

 

많은 돈을 받는 대학에서 그 정도 서비스도 못하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다. 난 한국 학부모들의 유난스러움, 학력, 그리고 대입에 대한 집착을 말하고 싶은거다. 우리는 대학 줄세우기를 앞으로 얼마간 더 해야만 할까?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언제쯤 버릴 수 있을까? 참고로 지금 초등학교 1학년들은 32만명이다. 저출산 시대의 결과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빨리 찾아오고 있는 중이다. 이들에게도 입시지옥을 선사할 것인가? 먼 미래 일 것 같지만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 대학생이 되는 것도 그렇게 먼 미래만은 아니다. 그 사이 우린 얼마큼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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