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메르스 사태, 정부는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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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메르스 사태, 정부는 어디에 있나?
  • 박인규
  • 승인 2015.06.1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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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컬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메르스 광풍이 한국사회를 휘몰아치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메르스 사태 진전에 쏠려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및 격리대상자들 속에서 국민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람에게 자신의 생명과 관련된 일만큼 중요한 것이 없으니 정부와 전문가들이 불안과 공포로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해도 국민들에게는 쇠귀에 경읽기다. 여기에 매출이 급감한 상인들의 근심어린 한숨은 커져만 가고 있고, 비어가는 공연장과 관광객의 감소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민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 국가보건의료체계의 허술함이 전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발생한 국가 신인도 하락과 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4차 감염자가 발생하고 격리대상자가 5,000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건강한 사람을 포함한 사망자 비율도 10%를 넘어서고 있지만 사태의 진전에 대한 정부 당국의 예상과 국민들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산되는 조짐마저 나타나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 대응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 감염병원 공개를 거부하면서 메르스 확산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고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안이하게 방관하다가 사태를 키우고 나서야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뒷북행정에 몰두하고 있다.

 

질병을 통제하고 국민들에게 안정과 신뢰를 주어야 할 정부는 뻥 뚫린 방역망에 허둥대며 사태 발생초기부터 무능과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격리해야할 대상자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가 격리된 의심자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마저 부족했다. 심지어는 대형병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가면서도 감염자가 발생하거나 내원한 병원 명단의 공개를 거부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모자라서 급기야는 병원이 아닌 “국가가 뚫렸다”는 적반하장격 면박을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받는 수모까지 당할 지경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는 이 병원의 오만과 무책임도 문제이지만 정당성 없는 예외 인정과 지나친 배려 속에 국민들의 생명을 방치하는 정부의 직무유기에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이러한 국가의 공백사태를 보다 못한 서울시장이 밤늦게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정부의 정보공개와 보다 철저하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정부 대응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하였다. 또한 수원의 성빈센트 병원은 정부의 통보가 없었음에도 스스로 의심 환자를 격리조치해서 단 한명의 추가 환자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정부와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의 미숙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과는 달리 인력도 적고 규모도 작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병원들의 침착하고 빈틈없는 대응이 신선하다 못해 속시원하기까지 하며, 새삼 지방자치의 고마움을 실감한다.

 

국가적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기뻐할 수는 없지만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르스 사태와 이에 대한 대응은 인천시민으로의 안도감을 넘어서서 자긍심마저 느끼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인천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없는 가운데 인천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가장 앞서 책임져야 할 인천의료원이 보여주고 있는 적절한 대응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의 국내 진입의 통로가 되고 있는 인천공항에서 감염자가 감지될 경우 1차로 국가지정병원인 인천의료원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인천은 메르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4명의 감염자가 철저한 격리속에 치료 중에 있으며, 어떠한 추가 감염자도 발생하고 있지 않는 등 의심환자 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적자를 이유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상황과 비교해 보면 공공의료의 필요성과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 인천시와 관내 의료기관 및 인천공항 당국의 유기적 협조 속에서 상황관리가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수많은 병원들이 이익을 앞세우면서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가운데 다른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한 메르스 환자를 받아 치료하기로 한 인하대학교병원의 태도야말로 대한항공 회항사태로 인해 받은 그룹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제스쳐가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추구해야 할 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 1년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국가적 재난관리체계의 허술함을 300명이 넘는 무고한 생명의 희생과 전국민적 슬픔속에서 진저리나도록 지켜보면서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겠다는 다짐을 수 천번 수 만번도 더 해왔지만 여전히 집단 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듯 보이는 정부가 정부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정치인의 행보는 그것이 무엇이든 정치적인 해석을 불러오기 마련이지만 이 엄중한 상황에서마저 대선용 이벤트를 거론하며 상대 정치인 때리기에 골몰하는 저급한 정치권의 행태나 잠재적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변동이나 들먹이면서 은밀히 정치권의 치졸한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일부 언론의 한심한 작태 속에서 삼성서울병원의 환자를 받지 못하겠다는 강남의 대학병원이 나오는 것도 감염 증상이 있는데도 생계 등의 이유로 신고조차 하지 않는 시민의식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무엇보다도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은 국가적 총역량을 동원하여 메르스 확산방지에 진력해야 한다. 국가가 초래한 공백을 누구라도 나서서 메울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 난장판이 정리가 되고 모든 상황이 종료되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사태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가운데 관련기관 및 책임자에 대한 도의적, 물질적 책임뿐만 아니라 가장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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