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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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인천
  • 김진용
  • 승인 2015.06.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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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컬럼] 김진용 /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는 2012년 중동에서 처음 발생한 급성호흡기증후군을 부르는 말로 현재는 중동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소규모로 환자가 퍼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5년 5월,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상륙하였고 중동외의 여타 국가들과는 달리 전국적인 확산을 보여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중이다. 원인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하여 캐나다를 비롯하여 몇 개 국가에 퍼져 맹위를 떨쳤던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족보에 들어있어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감기의 원인균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가 사스와 메르스에서는 왜 이렇게 무서운 균으로 바뀌었을까? 원래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던 4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주로 코, 인후, 편도 등 상부 기도(氣道)에 염증을 일으킨다. 물론 일부에서는 폐나 기관지 같은 하부 기도에 까지 침범을 할 수도 있지만 그 빈도는 매우 작아 치명적인 결과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상부 기도에도 염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하부 기도까지 침범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에 따른 치명적인 폐 손상이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2~14일의 잠복기(균 노출부터 증상 발생까지의 기간)를 가진다고 하나 평균 5~7일정도의 잠복기를 보이고 있다. 증상은 주로 발열이 초기에 생기고 5일 전후에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발열이 어느 정도 지속되면서 폐를 침범한 경우에는 기계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 에크모(ECMO)라고 하는 폐를 대신하는 기계로 치료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자연히 낫고 완치되기도 하고, 또한 모든 감염자가 이런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발열도 거의 없이 자연히 치유되기도 한다.

 

진단은 호흡기 분비물(객담이나 상기도 분비물)에서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찾아내는 PCR이라는 검사를 해서 확인한다. 이 검사법은 민감한 검사이기는 하지만 위양성(바이러스가 없는데 있다고 보고하는 것) 또는 위음성(바이러스가 있는데 없다고 보고하는 것)의 위험이 있다. 최근 인천의 모 병원 간호사가 설사, 발열 증상으로 메르스 접촉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검사를 시행했다가 “양성” 결과가 나와서 병원을 몇일간 폐쇄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그 결과는 검사의 오류로 나온 “위양성”으로 판명되었고 역시 원인미상의 접촉자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 하였다.

 

지구상에 알려진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중동을 벗어나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한 달이 넘도록 전국을 휘젓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014년 5월 미국에 두 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와 비교해 보자. 당시 환자는 비행기도 이용했었고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했었고 접촉자들은 특별한 조치를 받은 것이 아니라 모두 자택격리를 했다. 미국정부는 시민들에게는 환자의 일자별 동선이나 경로 등을 자세히 알려주었고 접촉자들은 정부의 지시대로 자택격리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서 단 한명의 감염자도 없이 메르스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명의 환자가 이렇게 많은 감염자를 만들어 냈을까? 2015년 6월 방문한 WHO 메르스 합동 평가단은 대한민국의 메르스 확산 주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적하였다.

1) 의료진과 일반대중의 메르스에 대한 이해 부족

2) 병원내 감염 예방 및 통제 조치가 최적화 되지 않았음

3) 병원의 혼잡한 응급실과 다인병실에서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과 노출기간 증가

4) 여러 개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문화 (“의료 쇼핑”)

5) 많은 방문객과 환자가족이 병실에서 머무는 문화로 인해 접촉자들의 2차 감염이 활발

 

위의 다섯가지 사항 전에 한가지 생각해야 할 내용이 있다. 정부 뿐만 아니라 초기에 참여한 전문가들 조차도 “발생 병원”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는 동안 의료진들과 환자, 보호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낯선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동”에 머물러 있을때야 “중동 여행력”이 진단에 도움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 첫 발을 내딧은 후에는 “메르스 노출” 여부를 모르고는 병을 의심해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 후에 병원내에서 병원균이 퍼지는 데에는 WHO에서 지적한 다섯가지 사항들이 상승작용을 하며 논불처럼 번저나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 지금의 대응은 초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매일 환자발생 현황과 노출병원 정보들이 자세히 공개되고 있어 환자 접촉력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진료 및 검사가 이루어져 호흡기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격리를 함으로서 추가감염을 줄이고 있다. 병원안에서의 산발적인 감염이 발생하고는 있지만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들의 사투와 함께 점점 확진자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물론 몇 개의 병원이 아직 남아있는 잠복기간 동안의 환자들에게 오염이 될 수도 있어 산발적인 환자 발생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로는 분명히 메르스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시가 수도권 유일의 메르스 청청지역으로 남기위해 몇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1) 일단 병원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일반 시민은 메르스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현재까지는 어떤 근거로도 지역사회 전파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2) 병원환경과 같은 특수 환경에서는 감염력이 증폭되어 전파가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물론 아픈사람이 병원을 가지말라는 뜻이 아니다. 꼭 진료가 필요한 사람은 당연히 평소와 같이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한다.

3)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또는 감염노출이 된 병원에 비슷한 시기에 머물렀던 경우에는 지체하지말고 보건소에 연락하여 자택격리 및 발열감시를 시작해야 한다.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이 지역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음은 타 시도에서 충분히 많이 증명이 되었다. 감염 초기에 격리 및 치료를 받아야 사망률를 줄일 수 있고 주변으로의 전파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인간이 가지는 공포 중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공포는 가장 심하다고 한다. 메르스의 초기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았고 인위적으로 “모르게”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모든 자료는 공개하고 있으며 증상 초기부터 제압하여 전염력이 낮을 때 최대한 빨리 격리하고 있어 확진자는 줄어드는 추세이다. 위의 몇가지 과제만 잘 지킨다면 앞으로 유행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 후의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에 대해 뼈아픈 반성과 개선을 통해 다시는 이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할 시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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