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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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디어다
  • 류이
  • 승인 2015.07.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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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컬럼] 류이 / 미디어교육연구소 이사장
내가 소셜 미디어에 가입하여 친구 사이를 맺고 내 담벼락에서 나를 표현하는 사진이나 글을 올려서 친구들이 보게 하고 뉴스피드에서 친구가 올린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트윗’을 딸깍합니다. 그 순간 이미 “나는 미디어다”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미디어가 되어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스스로 자기 자신이 미디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 ‘나도 모르는 사이에’라는 데 비밀이 있습니다. 이제 그 비밀을 풀어보기로 합시다.
 
 
하늘그물은 넓고 커서 눈이 성기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
 
“하늘그물(天網)은 넓고 커서 눈이 성기지만 놓치는 것이 없다”(천망회회소이부루, 天網恢恢疎而不漏), 노자(老子)에 나오는 말입니다. 천망(天網)은 하늘신의 그물이라는 뜻입니다. 고대의 자연신은 자연의 이름 그대로를 자신의 이름으로 썼습니다. 여기서 ‘하늘신’의 이름은 ‘하늘’입니다. 그러므로 ‘하늘’=‘하늘신’입니다. 화엄경에 보면 인드라가 사는 하늘의 궁전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드라는 인도의 하늘(신)입니다. 신들의 왕, 왕중왕입니다. 불교에 들어와서 제석천왕이 되어 붓다를 수호하느라 고생하고 있지요. 궁전에는 아름답고 푸른 구슬그물이 드리워져 있는데 그물코를 이루고 있는 투명구슬 하나하나가 서로서로 비춰가며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인드라망이라고 합니다. 하늘그물과 같은 뜻입니다.
 
구슬 하나에는 다른 하나의 영상이 서로 비춰져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치 거울과 거울을 마주 세워놓은 것처럼 거울마다 거울들이 중첩되어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중중무진(重重無盡)입니다. 그 구슬 모두에는 사바세계 전체가 비추어진다고 합니다. 화엄경에서는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이라고 하여 개체마다 전체가 투영되어 있고 전체가 곧 개체라는 뜻으로 풀이합니다. 인드라망은 곧 삼천대천세계, 즉 우주의 실상을 보여주고 움직이는 메타-우주인 것입니다.
 
인드라망의 고대 사상을 디지털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소셜 미디어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내가 친구가 올린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친구에게 ‘좋아요’라고 가볍게 응답하자, 이렇게 단순하게 말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친구들에게 “이 콘텐츠가 재미있어, 봐~!”라고 매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친구 사이를 맺은 친구들이 평균 300여 명이 된다면, 그 친구들 뉴스피드에 다 올린 셈이 되는 것이지요. 그들 가운데 5%가 ‘좋아요’를 가볍게 눌렀습니다. 그 친구 15명의 친구들이 각각 300명이라면 15명×300명=4,500명의 친구의 친구들 뉴스피드에 ‘매개’하는 것입니다. 그 콘텐츠를 본 친구들 가운데 5%가 또 ‘좋아요’을 누르면 4,500명×5%×300명=67,500명의 뉴스피드에 또 ‘매개’합니다. 그 친구들 가운데 5%가 ‘좋아요’을 눌렀다면? 67,500명×5%×300명=1,012,500명의 뉴스피드에 친구의 콘텐츠를 ‘매개’하는 것입니다. 그 친구의 친구들로 한 번 더 가면 15,187,500명이 되고요, 또 한 번 더 가면 227,812,500명이 됩니다. 순식간에 2억 2천을 넘어서는 ‘매개’가 실현이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친구의 그물코 나선을 타는 방법으로 싸이가 유튜브에 올린 노래 ‘강남 스타일’이 2012년 7월 15일 공개 52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고 2014년 5월 31일에는 유튜브 사상 최초로 20억 뷰를 넘어섰습니다. 결국 2014년 12월 1일에 단일 동영상으로는 최초로 유튜브 운영 시스템인 ‘32비트 정수’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 조회 수 ‘21억 4748만 3647건’을 넘어서서 유튜브가 조회 집계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도록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곧 세계이고 세계가 곧 나인 미디어
 
내가 친구에게 ‘매개’한 콘텐츠가 친구의 친구, 그 친구들, 또 그 친구들 순으로 기하급수로 ‘재매개’의 중중무진 나선형 그물코를 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는 ‘좋아요’를 누르는 순간, 이미 매개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나 스스로가 인드라망의 거울이 되어 세계를 반사하는 미디어인 것입니다. 나 속에 세계가 있고 세계 속에 내가 있는 것입니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내가 곧 세계이고 세계가 곧 나인 것입니다.

내 머릿속은 나만이 아니라 친구들의 콘텐츠까지 하이퍼미디어로 왔다 갔다 합니다. 그 말과 영상들이 나에게 들어와서(in) 섞이고(mix) 새롭게 만들어져서(create) 나가는(out) 창조체험 과정 자체가 내 몸속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콘텐츠를 친구의 친구들 아니 ‘나 아닌 나’들에게 매개하므로 나야말로 미디어 그 자체로서 하늘그물코의 코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친구의 친구들’로 엮는 그물‘코’가 ‘쌍방향’의 다중심이며 디지털이 되는 과정(디지털화)이고 미디어혁명의 결과인 것입니다. 이제야 비로소 말씀이 천지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내가 곧 말씀이고, 내가 천지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미디어다”입니다.
 

디지털 나 잇기’ : 전 세계에서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SNS 전자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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