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명백히 못밝힌다면 엄청난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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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명백히 못밝힌다면 엄청난 자충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7.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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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 논란, 의혹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필 유서. 자료 삭제를 인정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도입 및 대국민 사찰 논란과 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건 등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천시민들도 자세한 내용을 아느냐 아니냐의 여부를 떠나, 현재 인천의 다른 현안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개요와 사실을 접하고 있는 대중들의 반응 및 의혹, 그리고 인천지역의 시민사회와 정가의 반응 등을 살펴보았다.
 
사건개요와 진행상황
 
사건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해킹 전문회사 ‘해킹팀’이 다른 해커들에 의해 해킹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이 해커들은 이 해킹팀의 서버 내부자료를 해킹하고, 이렇게 알아낸 자료들을 인터넷에 전면 공개해버린 것.
 
그런데 이렇게 나타난 자료들 가운데 해킹 전문회사의 고객 중에서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위장명칭 5163부대)이 있음이 밝혀졌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지며 정치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킹 전문회사의 고객이라면 해킹을 청탁한 것인데, 국정원이 해킹을 통해 감시하고자 했던 대상이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대선 댓글개입사건, 간첩조작 사건 등 그간의 국정원의 행태에 비추어 대다수 대중들은 이 의혹을 기정사실화고 있다. 결국, 국회에서 곧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오랜 기간 컴퓨터 백신연구를 했던 보안 전문가 안철수 의원이 있었기 때문. 이에 새정연은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출범, 안 의원을 이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또 전문가로는 권석철 큐브피아 대표를 섭외, 국정원이 구입한 제품에 비해 원격삭제 기능은 없는 해킹 프로그램으로 시연하였는데, 이 시연을 통해 ‘국민 메신저’로 통용되는 카카오톡의 불법 열람 및 폰 사용자가 켜지도 않은 전면 카메라의 불법 작동 등이 가능다는 것이 공개되며 국민을 경악케 했다.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던 지난 18일, 국정원 직원인 임모씨(45)가 해킹에 관련한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 임씨의 가족들은 출근한지 5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0시께 “임씨가 오전 5시께 밖으로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고, 소방서는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수색을 벌이던 중 2시간만인 낮 12시에 숨진 임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사건과 관련해서는 임씨가 쓴 것으로 확인된 3장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유서에는 해킹과 관련된 내용이 있다는 보도가 복수의 매체를 통해 전달됐다. 본디 유족들은 유서의 내용 공개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수 편향의 언론사인 조선일보에서 느닷없이 3장 중 한 장의 내용이 공개됐고, 이후 유서 전문이 공개됐다. 20일, 경찰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고 당일 행적을 파악하면 수사를 종결할 것이라 전했다.
 
대중들이 제기하는 의혹들
 
일단 가장 의심할 것은 국정원의 최고위급 직원도 아닌 사람이 윗선의 허락도 없이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이 유서 내용을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반 회사들도 자료의 첨부 및 삭제에는 대표의 결제가 필요한 것이 상식이거늘, 이 직원은 보고도 없이 삭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국가 최고 기관으로 보안이 생명이라 하는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냐에 대해 대중들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혹자는 그날 새벽에 출근한 연유에 대해 의혹을 보내기도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새벽에 출근할 수도 있는 것이 국정원 직원들의 운명이기도 하니 나간 시각에 의혹을 제기할 것은 별로 없다.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부인이 오전 10시 30분 경 실종신고를 했다는데, 아이도 아니고 40대의 멀쩡한 성인 남성 가장이 몇 시간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했다는 점이다.
 
사실 일반 직장에서도 회의를 하다 보면 몇 시간 통화 안 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기자가 뭔가 질문할 것이 있어 시민단체나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화할 때도 회의나 강연 등 여러 이유로 몇 시간 통화 못하는 등은 일반적인 일. 그런데 다섯 시간 정도 연락이 안 된 것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는 이유로 실종신고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10시 30분에 신고 접수를 받은 지 1시간 반여 만에 숲 속에서 시신이 발견됐다고 한다.
 
과거 유정복 인천시장도 연루됐다고 알려졌던 성완종씨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경찰이 수색헬기까지 띄운 끝에 마지막 통화가 끝난 후 7시간여 만이었다. 그렇다면, 외진 숲 속에서 그것도 두 시간도 안 되어 조기에 발견했다는 발표 내용은 국민의 입장에서 의심의 여지가 충분하다.
 
시신이 발견된 직후의 상황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번개탄을 피워 사망한 흔적이 나왔다고 해도, 엄중한 상황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투입되고, 이러한 국과수 투입 이후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는 데에 걸리는 하루 이상의 시간을 모두 생략한 채 경찰에서 짧은 시간만에 결론을 냈다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 투입된 몇몇 기자들이 기자에게 전해준 말에 의하면, 경찰이 증거 보전을 위해 현장을 통제하는 등의 행위를 해야 함이 일반적임에도 기본적인 촬영은 물론 세부 촬영 시 나올 수 있는 증거 훼손 등에 대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이 기자들의 전언이 맞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족들이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던 유서가 유족들의 입장 발표 직후 언론사에 의해 공개되고, 그 최초 공개된 언론사가 보수 편향의 조선일보라는 점, 그리고 절대 공개하지 않겠다던 유서가 짧은 시간 만에 조선일보의 보도 직후 모두 공개된 점도 의심의 사고 있다. 그 외에 이렇게 조선일보에서 유서 일부를 내놓은 직후 새누리당에서 “야당이 국정원을 압박해서 직원이 부담을 느껴 자살했다”며 정쟁화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이나,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의 유서에서 ‘감사합니다’ 등의 단어가 나오는 등 일반적인 유서와는 확연히 다른 어휘 등도 국민의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임모씨가 번개탄을 피워 숨졌다고 하는 승용차 안. 경찰의 조사 이후 시신을 빼낸 직후에도 연기가 자욱히 남아 있어 이점 역시 국민들의 의심 대상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천지역사회의 반응 :
시민단체와 시민들 대부분은 ‘의심’, 정치인들은 입장 따라 ‘어긋’

 
인천지역에서도 국정원의 해킹 및 직원 자살 등 이번 사건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 보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실이 드러나기 전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국정원이 지난 2012년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댓글 등으로 불법 정치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몇 가지 증거들을 통해 드러나고, 이후로도 국민을 상대로 메신저를 해킹하는 등의 정황들이 꾸준히 문제가 됐다.
 
특히 지난해 검찰이 인터넷 검열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이 설치된 이후, 이 부서에 의해 카카오톡 등의 불법 사찰 등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이 몇몇 진보인사들로 하여듬 폭로가 됐고, 사실을 접한 수많은 모바일 유저들이 러시아산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등으로 이용을 옮기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등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사건이기에, 국정원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해킹 프로그램을 쓰고 불법적인 사찰 등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진실이 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하고 국민 인권 침해의 가능성 및 예산 사용 등에 대해서는 투명히 공개되고 감시되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본다”서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직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이에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기가 어렵게 됐다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사실을 밝히기 힘들거나 의지가 없다면 국회에서 특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에서 자꾸 보안을 운운하고 있는데, 필요는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국민들이 알아야 하는 권리까지도 막고, 이를 통해 특정 정권에 유리하도록 정치적인 선거 개입을 했음이 알려졌는데, 사실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시민들 역시 대부분 의심의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남구 시민 김모씨(43)은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왜 지령한 사람들은 꽁무니를 빼고, 정작 애먼 실무자들만 전전긍긍하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인지 안타깝다”면서 “애도를 하면서도 그 뒤에 무언가를 덮으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구 시민 이모씨(38)는 “국정원 직원의 자살은 누가 봐도 타이밍이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뜬금없는 일”이라며 “이 죽음에 대해 국정원의 개입이 있지 않냐는 생각이 들게한다"며 “시국이 70년대로 다시 회귀한 느낌에 헛웃음만 나온다”며 허탈해 했다.
 
인천지역 역시 정치권 만큼은 당에 따라 해석이 다른다. 사찰이 일어났다면 그 진실 규명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시선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
 
새누리당 소속의 김정헌 시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간인 사찰이 정말로 진행됐다면 어느 범위에서 어떻게 진행한 것인지 명확히 공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정원의 존재 이유가 정보 수집 및 국익 등에 있고 그걸 위해 비밀 유지를 할 내용에 대해서는 감수할 부분도 있으며 국민 역시 신뢰할 필요가 있는데 야당의 문제 제기는 좀 난감하게 다가왔다”면서 “자꾸 범죄자로 몰아가니 자살과 같은 비극이 나오는데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김진규 시의원은 “이미 국민들 대다수가 대국민 불법 사찰을 의도하는 해킹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윗선의 허락 없이 자료가 삭제되고 이런 저런 내용들이 번복되는 등의 정황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현 정부에서 처벌할 의지가 없을 것 같고 다음 정부 때 심판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의지를 보여주셔야 한다”고 비판했다.
 
6대 시의원을 지냈던 정의당 소속 강병수 전 시의원은 “우연한 기회에 해외의 자료들을 통해 국정원의 불법 행위가 밝혀지고 이것이 어떤 의도였는지가 밝혀지려는 상황에서 사건 4일만에 ‘의문의 죽음’이라는 불행이 닥쳤는데, 오히려 이 자살로 인해 의혹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이어 “국민들에게 이건 명백한 꼬리 자르기로 각인될 수 있고 죽음으로 사건을 정리하려 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진실을 명백히 밝히지 못한다면 현 정부에 엄청난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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