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평생교육기관을 넘어 마을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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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평생교육기관을 넘어 마을과 만나다
  • 인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업지원팀
  • 승인 2015.08.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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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꿈나무 도서관' - 김광원 관장 인터뷰
<인천in>은 인천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기사 협력을 통해 인천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발간하는 웹진 기사 중 마을공동체를 소개하는 내용을 공유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 싣습니다.  처음 소개하는 마을공동체 '꿈나무도서관'(남동구 만수동) 김광원 관장과의 인터뷰 기사는  2015년 7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웹진 [인천 마을을 잇다] 17호 http://incheonmaeul.org/b/magazine/1467)에 먼저 실렸습니다.



▲꿈나무 도서관 자원봉사 선생님들. 좌측에서 두 번째가 김광원 관장


Q) 도서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꿈나무도서관>은 2009년 11월에 개관했다. 당시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던 벧엘교회는 도서관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생협에서 도서관을 운영하던 내게 운영을 제안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설립과 지원은 교회가 했지만 운영 을 포함한 모든 일은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꿈나무도서관> 안에는 ‘교회의 목적’과 ‘작은도서관의 목적’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에 다른 도서관과는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다른 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면서도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고민하는 것인데 그래서 책과 관련된 활동 뿐 아니라 이용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은 다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걸 진행할 수 있는 봉사자들이 있으면 진행하는 것이다. 도서관 운영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자원봉사자로 있기 때문에 지원사업이 없어도 주민들 역량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지역이 가진 필요를 도서관에서 풀어가자!

지금도 교회의 빈 강당 등을 활용해 세 곳에서 냅킨공예, 탁구, 피아노 소모임을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어린이 프로그램(30가지), 엄마들 프로그램(23가지) 등이 있는데, 혹자는 도서관이 무슨 문화센터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도서관의 목적에는 합당하지 않아 보일지라도 교회의 설립목적에는 합당하다. 그래서 이용하는 사람 중 원하는 사람이 있고, 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찾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름아름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있으니까 문화센터 역할처럼 된 것이다. 교회가 같이 있기 때문에 공간 등을 사용하는 혜택을 얻게 된다. 교육관이나 체육관 등을 활용해 생활체육을 진행한다던가, 음악 미술 등의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환경이면 만들다 보니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기본은 책이다.

프로그램과 도서관이 융화되는 연결 지점은 뭘 하더라도 일단 도서관 회원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있다. 사람들 중에는 프로그램만 이용하고 가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도서관 회원이기에 한 달에 한 번 씩은 책을 읽어달라고 독려를 한다. “탁구 치러 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 오시는 것”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월 1회씩 하는 독서모임이 만들어 졌다. ‘사금칠서(네 번째 금요일 일곱시에 책 읽는 모임)’, ‘사화사서(네 번째 화요일 네시에 책 읽는 모임)’가 그렇다. 아이들에게도 말한다. “너는 지금 도서관에 와 있는 거고, 지금 하는 놀이는 도서관에서 하는 놀이란다.”라고. 그렇게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위해 도서관에 오면서도 책을 빌리러 들리곤 한다. 물론 유도한 만큼 다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도서관은 다만 책에 초점을 맞추어 가며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도서관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책을 읽도록 하는 것’, ‘책이 재미있어지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서관 전경



Q) 처음 어떻게 도서관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푸른두레생협>에서 생협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남동구에 지부를 만들게 되었고,  지부장을 맡게 되었는데, 남는 공간을 활용해서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다가 나중엔 아예 도서관으로 바꾸게 되었다. 생협의 취지에 맞게 이름을 지은 <콩세알 도서관>이 그것이다. 남동구 안에서의 이러한 활동들을 교회가 알게 되면서 도서관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만들어진 것이다.



Q) 봉사로 참여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도서관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봉사자가 되고 봉사자가 후원자가 되는 식이다. 교회에서도 후원을 해 주시지만, 실질적인 후원자는 이용자들이다. 수많은 프로그램도 거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은 재료비를 포함하더라도 3달에 3만원이 기본인데, 무료 강좌가 아닌 이상 어디에도 이정도 비용으로 교육을 받는 곳은 잘 없다. 무료라는 건 강사가 봉사를 한다는 소리다. 미술, 피아노, 발레도 전부 수강료라고 해봐야 3만원이다. 싸고 좋은걸 아니까 이용하는 사람들이 고마워서 돕고 싶어 하고,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같이 있다 보면 도서관 취지를 알게 되면서 기꺼이 후원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순환 과정이 바람직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넉넉하진 않더라도 이런 방식으로도 충분히 계속해 나갈 수 있다.

봉사자들은 점심밥도 각자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곤 한다. 자원봉사센터에서도 밥은 주는데, 점심도 직접 해결해 가면서 봉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 많지 않다. 그런데 꿈나무는 매주 월요일 휴관일을 제외하곤 오전/오후/저녁 3교대로 봉사자들이 자리를 채운다. 봉사할 사람이 많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70~80명이 역할을 나눠서 도서관 운영에 참여한다. 프로그램에서도 강사로 봉사해주는 분들이 있는데 적은 수고비라도 어쨌든 수업료를 받는 강사는 봉사자로 보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 봉사자들은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여하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운영할 수 있다고 하니까 감사하다.




▲동화구연 연습을 하는 학부모들



Q) 돈으로 교환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이나 재능이 순환되고 다시 환원되는 과정이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도서관에 가보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사람이 없다” 라던가 “운영비, 인건비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반대로 인건비가 주어진다고 하면 겁이 날 것 같다. 만약 시청이나 구청에서 상근자의 인건비를 준다면 과연 누구한테 줘야 할까?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가 없다. 그리고 돈을 받게 되면 내가 할 일도 돈을 받는 저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이 된다. 사람이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할 일이 많다. 꿈나무 도서관처럼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 많은 사람들이 봉사를 하는 곳에서는 할 일이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할 거라면 전부 다 해 줘야 한다. 아니면 그것을 누가 할 것인가? 그러니까 애매한 지원은 되려 안 좋을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 지원의 경우는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유용할 수 있다. 그러한 자원은 “잘 놀라”는 의미니까. 필요한 책을 산다던가 컴퓨터를 산다던가 하는 운영비에 대한 지원은 좋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합리적으로 잘 진행되기가 어려운 편이니 그냥 재료 구입과 같은 사업 진행비 정도가 적절한 것이다.



Q) 상당히 의외입니다. 상근자나 책임자가 일을 총괄적으로 관할하는 것이 중요한 줄로 알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가 보네요.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누어서 모자이크처럼 채워 가며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는 거군요.

사람들이 한 가지씩 자기 재능에 맞춰서 일을 맡는 것이 좋다. 워낙 봉사자가 많고, 각자 의 일들이 다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에 누구의 역할은 중요하고 누구는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청소만 열심히 하는 분들이 있다. 저녁봉사를 해 주시는 한 어르신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청소야”라면서 걸레질을 해 주신다. 일주일에 한번만 해도 눈에 띄게 다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맡아서 해 주니까 다른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도서관의 자랑은 자원봉사자다. 다른 잘 하고 있는 곳에 가보면 한두명만 열심히 한다. 그런 점에서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다만 나는 하는 일이 없다.(웃음) 일을 총괄적으로 보면서 때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뿐이다.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아이들


Q)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맡아서 하면 함께 하는 재미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아요. 서로의 힘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낼 수 있으니까요. 사실 모든 일에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은데, 상근자가 그걸 전부 맡게 되면 지칠 수도 있죠. 지속 가능성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함께 채워가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느껴집니다.

이게 마을만들기라는 생각을 한다. 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이 한번 모이면  70-80명씩 모인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모여서 각자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어떤 분은 일주일에 한번 오셔서 전체적으로 책을 정리해 주신다. 일주일에 한번 오더라도 오면 내가 할 일이 있고, 내가 안하면 또 일주일 뒤에는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하게 된다.



Q) 그렇게 된 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나에게 보람이나 기쁨을 줬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서 봉사도 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처음부터 자발적인 것은 거의 없다. 그냥 보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다 하고 있는 일처럼 보이니까 봉사할 생각을 안 한다. 다만 이용자로 만나면서 친해지고, 친해지면 취지를 알게 되고, 그러면 이용만 하는 게 미안하고 고마워 선뜻 나서게 된다. 일주일에 한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니까 보람도 있고 충분한 것이다. 도서관에 와서 앉아만 있거나, 시키는 일만 해서는 오래 갈 수 없다. 봉사를 하더라도 자기가 이유나 의미를 찾아야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들려주는 독서여행



Q) 어쨌든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것은 동네가 가진 환경이나 특징에 기인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은 어떤 동네인가요?

다세대 주택 지역이 많은 이곳은 재개발이 일부 진행되곤 있지만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은 아이들만 맡길 곳이 필요하고, 지금은 만수2동 향촌아파트 도서관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이런 곳이 없었다. 의자에 앉아야 되고, 조용히 있어야 되는 도서관이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도서관이라는 점이 편안함을 안겨 주었던 것 같다. 여기는 처음부터 애기들하고 뒹굴고 놀아도 되고 자도 되고 뭐든지 해도 되는 곳이었다.

보통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요일별로, 주기적으로 오는데, 엄마마다 각자 오는 시간에 애기도 보고, 그 동안만 도서관을 맡아 달라는 식으로 제안을 했다. 그러던 엄마들이 맨 처음 봉사자가 되었다. 엄마들이 애기들 데리고 와서 하루 종일 놀면서, 도서관을 보다가 서로 만나게 되고, 두 명 세 명 같이 애기들을 돌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공동육아가 되었다. 엄마 한명이 서 네 명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다른 엄마들은 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장소로 처음엔 제공을 했다. 누군가가 책 빌리러 오면 공간을 제공하고. 그 시간 동안은 도서관을 맡겨 두었다. 그렇게 있다 보면 내부 사정을 알게 된다. 여기서 내가 마시는 커피값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책 한권에 만원인데, 한사람 앞에 5권씩 엄마랑 아이가 같이 빌려 가면 한 달이면 40만원을 버는 셈이잖아요?(웃음) 아이 이름으로 후원해 주세요. 그리고 우리 이왕이면 자녀를 도서관에서 크는 아이로 키워요.”



Q) 표현은 봉사자이지만, 이용자로 찾아왔던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이야기해 준다. “도서관은 네 거야. 엄마가 주인이고 네가 주인이란다.”라고.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니까 더 편안하게 이용하고, 스스로 직접 해야 하는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Q) 동네가 열악하다고 했는데 오래된 동네라서 그런 건가요?

다세대 쪽은 아이들은 맡기고 싶어도 엄마들은 직장엘 가야 한다. 그런 아이들, 그런 사람들이 프로그램 대상자가 된다. 간혹 3달에 3만원 내기도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한부모, 조부모, 다문화 가정 등의 아이들인데, 그런 아이들에겐 좀 더 신경을 써주는 것들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이용 할 때 이런 아이들은 무료로 이용한다.

선생님들 대부분이 봉사 개념으로 하시기 때문에 세 달에 3만원을 받더라도 처음 세달은 봉사로 시작한다. 세 달에 3만원을 받는다 해도 열 명 모아봐야 10만원이다. 그래서 그게 직업이 될 수는 없다. 헌데 시간이 지나니 지금은 진짜 직업이 되는 분들도 있다. 워낙 수요가 많아서 그렇다. 피아노 선생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을 해 주시는데 그것도 수요가 워낙 많고 항상 대기상태라서 늘려 주신 거다. 일주일에 두 번 오는데 50~60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미술은 애들이 많으니까 반이 늘어났다. 한 반에 15명씩도 배운다. 토요일 같은 날은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하신다. 그럼 선생님 강사료가 꽤 된다. 그렇게 하는걸 보고 다른 분들도 “여기는 정말 애들도 많고 얼마든지 가능하네!”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세 달에 3만원인 강사료가 우스운 것 같아도. 봉사를 해주겠다고 오셨던 분들게 해달라고 했던 부탁이 이제는 수고에 합당한 대가도 전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니 선생님들의 자질이 다 향상되었다. 이제는 강사가 필요하면 프로필도 보고 고르게 되었다. 워낙 강좌가 많으니까 우리도 관리가 어렵고, 아이들도 아이들 나름대로 너무 바쁘다. 한 가지만 배우는 아이들도 있지만 괜찮은 강좌라고 느끼면 여러 가지를 배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읽어주는 책

▼저자와의 만남



Q)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이 마을학교의 역할도 하고 있네요. 수요가 많으니까 십시일반을 통해서 자생력도 길러지네요. 그러다 보니 그 다음 단계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작은도서관의 장점이 참 많네요.

작은도서관은 일단 편하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유롭게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러워서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문제제기가 들어왔다. 그래도 “양해해 주세요” 였다. 처음부터 편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가 중점적이었기에. 다만 공간의 구획을 나눠서 용도를 달리 하려 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한쪽에서는 음식도 먹고, 젖먹이 아이도 돌보는 등 누구든지 내 도서관이라는 기분을 갖게끔 해 주고 싶었다.

초등학생까지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얻게 하는 공부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책을 좋아만 하면 된다. 어디서든지 책을 보고, 책이 놀이라는 것만 익혀주면 된다. 그래서 엄마들 교육이 중요하다. 너무 지식과 정보를 주려고 욕심부리지 않아도 된다, 만화책을 읽는 것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실은 도서관의 만화책은 정말 좋은 책을 선별해서 놓는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고 놓지는 않는다. 권장도서로서 읽힐 것들을 가져다 놓는 것이다. 중학생이 와서 눈 감고 아무 책이나 뽑아 읽어도 다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기 도서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까닭은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이 다시 봉사자가 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도서관 내에 꾸며 놓으면서“네가 그린 그림이 여기에 있으니 네가 도서관을 만든 사람이고, 네가 도서관을 키워 놓은 거란다”하고 강조한다. 엄마들에게도 아이를 혼자 키우지 말고 같이 키우자고 말한다. 그런 취지다. 작은도서관의 역할이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마음껏 봉사할 수 있고, 자기 재능을 기부할 수 있고, 그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 작은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떻게든 놀 수 있다.





Q) 그래도 중심은 책이라고 하셨는데, 책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기에 그런 건가요?

평생을 놓고 보아도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책은 내가 체험하지 못한 것, 모르는 것들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책 속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책은 모든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책이 좋은 것이고, 재미있고, 즐거운 놀잇감이라는 것이 익혀진다면 나중에도 얼마든지 자기가 책으로 모든 걸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관장님께서 작은도서관 일을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자기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뭐든지 배우는 건 참 좋아한다. 그래서 평생교육사, 사회복지사, 아동교육보육사 등의 공부를 계속 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독서지도나 심리치료, 숲 해설 같은 것들도 배우고 있었는데, 도서관을 하다 보니 이런 영역들이 한 곳에서 다 펼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도서관을 하기 전에는 생협활동이나 시립박물관 유물해설 등을 했는데, 그런 활동이 도서관 일에 다 도움이 되는게 신기하고 보람되다. 아동보육을 했지만 내 자식들이 다 커서 쓸 일이 없었는데 여기 오니까 초보 엄마들이 급한 게 느껴지니 조언도 해주게 되고, 이론적인 바탕이 되니까 엄마들에게 신뢰가 갔던 것 같다. 평생교육사 과정을 했으니까 프로그램 개발도 하게 되고. 사실 그런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연결될 지는 잘 몰랐는데, 도서관을 통해서 접점을 찾게 되니까 조금씩 배웠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 덕분에 하나로 펼쳐지는 장이 된 것 같아서 만족감을 느낀다. 당시에는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배웠지만, 이웃을 위해 역할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나무 이름표 달아주기


Q) 이번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에서는 나무 이름을 해설하는 콘텐츠를 진행하는데, 지역 여건이나 환경을 고려해서 하게 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제일 처음에는 아파트 도로에 하얀 나무들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데, 사람들이 나무가 예쁘고, 꽃이 예쁘다고들 하는데 무슨 나무인지는 잘 모르니까 그냥 지나치더라. 나는 이팝나무라는 것을 아는데,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일일이 해줄 수는 없고,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우리 동네에 있는 나무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우리 삶터 주변에 있는 나무들과 만나고 특징을 배우면서 나무 이름을 소개했다. 친구를 처음 사귈 때도 이름과 특징을 알면 더욱 친해지게 마련이다. 아이들과 함께 동네에 있는 나무를 알아보고, 주변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랐다. 많이 가르쳐주지 않고 한 번에 3~4개만 알려준다. 화살나무를 한번 알려주니 그 다음부턴 그 나무만 찾으러 돌아다니더라. 그게 너무 예뻐서 이웃들에게도 알려주는 일로 이어지게 되었다.



Q) 생태교육의 일환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름을 알아야 나한테 의미가 있는 대상이 되니까, 긍정적이겠네요. 도서관 활동의 일환으로 사람들 만나고 하는 새로운 꺼리가 되겠네요.

아이들과 같이 놀고. 엄마들과 노는, 같이 놀 수 있는 장소가 이런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엄마들이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다 보면 엄마들이 뭘 하겠나. 자연히 아이, 마을을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되는 거다. 나는 마을운동이 별것 아니고 상부상조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도서관이 계기가 되어서 만나고, 나중엔 도서관과 상관없이 이웃들 간에 왕래가 생긴다. 또한 그게 삶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 혼자 있지 잘 모이지 않는다. 요즘은 반상회도 잘 안 한다. 그런데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나가서 밥도 먹고, 다른 일도 같이 한다. 이런 게 마을운동 아닌가?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뭔가 아쉽고 힘든 게 있을 적에 해달라는 것을 다 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도서관 5주년 전시회


Q) 꿈나무 도서관이 앞으로 어떤 도서관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지금과 같은 형태면 충분하다. 서로 돕고, 서로가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고. 각자의 역할을 해줄 수만 있으면 좋은 도서관이 계속 영유될 수 있다. 더 많이, 더 큰 도서관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책도 이정도면 된다. 누가 읽어도 행복할, 권장할만한 책들이 지금 8천권 있다. 그정도 선에서 순환되면 되고. 봉사자도 이만큼 해서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하고, 놀고싶은 게 있으면 노는 도서관이면 좋겠다.

한계는 있다. 자원봉사는 어느 정도 하다보면 그만두게 된다. 그만 둘 때가 되면 스스로가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는, 도서관 활동이 디딤돌이 되어서 나갈 수 있게 하는 도서관이 되면 좋겠다. 도서관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직책은 다 있다. 사무국장, 실장, 간사, 운영위원까지 18명인데, 이 분들은 정말 봉사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다. 이 분들이 스스로 본인들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생각을 항상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육아 때문에 뭘 못하고 있더라도, 도서관에 있는 동안에 발전해서 각자 경력을 쌓아서 외부에 자원봉사 강사를 할 역량을 기른다던지 하면 그냥 내 아이만 키우던 엄마들이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존재다.", "선생님이다."라는 느낌을 갖게 될 수 있다. 본인들이 뭔가를 하고 있고, 그게 가치가 있고, 경력이 되고,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공부하는 게 기본이 되어서 사회복지나 아동교육을 공부하는 엄마들이 꽤 된다. 그런 역할을 작은도서관에서 하는 게 보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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