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가야 할 정치개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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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도 가야 할 정치개혁의 길
  • 박인규
  • 승인 2015.09.09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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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박인규 / (사)시민과대안연구소 소장
 
바야흐로 정치의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 선거의 시절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늘 우리가 접하는 게 정치이다 보니 조용하든 시끄럽든 정치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으면서 보이듯 보이지 않듯 우리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정치에 변화에 주고 활기를 불어넣는 선거야 말로 정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 권력의 향배가 정해지니 정당은 정당대로 후보자들은 후보자들대로 선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대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니 이미 선거는 시작된 것이다.

모든 경기가 그렇듯 경기에는 상호 지켜야 할 경기의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이 애초부터 한 편에 유불리하게 만들어지거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또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르더라도 그 결과를 온당하다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선거라는 권력을 놓고 다투는 경기는 일반 스포츠와는 달리 한 번 끝나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에 걸쳐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하여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라는 수많은 심판이 관계하는 거대한 집단 경기이기에 경기규칙은 더욱 공정하고 엄격해야 한다. 그래서 그 경기규칙을 둘러싼 논란이 큰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그 경기규칙을 둘러싼 대립과 공방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야 정당간은 물론이고 정당내부의 계파 간에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시민사회까지 가세하여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는 거야 정치가 본업인 사람들에는 자신들의 밥그릇이 달려있으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시민사회가 나서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오면 늘 있어왔던 현상이니 이제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대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낙후된 정당정치의 문화 속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지탄이 대상이 되고 있으니 시민사회의 역할이 자못 크게 느껴진다.

이미 전국적으로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2015정치개혁연대를 출범시켰고 인천에서도 인천정치개혁연대를 결성하고 활동에 나섰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활동은 한국의 정치제도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시민사회가 다양한 정치개혁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단연 관심과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의원정수와 비례대표의 문제도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수확대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시민사회가 강력히 요구하고 2000년 총선에서 시민사회가 벌인 낙천낙선운동의 위력을 실감한 정치권이 이를 수용하면서 도입되었고 이제는 그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시와는 달라진 정치 환경 속에서 정당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진일보한 선거제도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경청할 만한 충분한 의의가 있다.

지난 8월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의원 정수를 현행대로 300명으로 유지하자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가 발표되면서 의원정수를 둘러싼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2대 1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시지역의 지역구는 늘어나는 반면에 농촌지역의 지역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농촌출신 정치인들의 반발이 커지게 되고 또한 전체적으로는 지역구 의원의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된 비례대표 의원의 수가 오히려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양당의 합의는 비례대표의 확대를 통한 의회진출에 절박한 이해를 갖고 있는 진보정당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고, 시민사회 또한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야합이라 비판하면서 비례대표 확대를 전제로 한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양당 간의 의원정수 동결은 겉으로 보면 정수 확대에 부정적인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당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기득권 챙기기임 또한 분명하다.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이 있고 보니 정수 확대 주장은 정치적 자살골이 되기 십상이어서 정치권은 속으로야 정수 확대를 통해 밥그릇을 한껏 키우고 싶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정치적 역풍을 맞기 보다는 안전하게 챙길 것 챙기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제도내에서 자신들의 이권을 보장받는 승부를 벌일 심산이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통해서 지역정치 구도 타파라는 명분도 얻고 실제로 여당보다 한 석이라도 더 얻을 수 있는 실리도 챙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경기규칙을 바꿀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 오히려 야당보다 더 강력하게 오픈프라이머리를 제기하면서 개혁적인 이미지를 한껏 발산하고 보이지 않게 선거구 조정에서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의도와 행보가 마뜩치 않다보니 보다 못한 시민사회가 나서게 되었다. 정치권 누구도 쉽지 주장하지 못하는 비례대표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현행 정수를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확대 하는 것이 정치권의 반발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수를 늘림으로써 비례대표 확대를 통한 정치개혁의 성과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정치개혁에서 넘어야 한 큰 산은 역시 국민들의 시선이다. 여기에는 시민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연간 의원 1인당 1억원이 넘는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고 그것으로 정수확대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고충을 앞서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고 시민사회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과연 정수확대와 정치개혁을 이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렵더라도 가야할 개혁의 길이라면 애써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시민사회의 정치개혁 활동이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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