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반’ 된 인천UTD, 재정난 속 인천시의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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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반’ 된 인천UTD, 재정난 속 인천시의 책임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10.0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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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프런트 급여 체불에도 소극적... 유정복 시장 “할 수 없었나?”
올해 상반기 포항 스틸러스(횐색 유니폼)와 홈 경기를 치르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파랑색 유니폼). ⓒ배영수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난 4일 성남과의 원정 경기서 패하며 결국 하위 스플릿에 속하게 됐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올 시즌 구단이 보여준 성적 덕분에 강등의 가능성은 없지만, 인천시가 최소한 임금 체불 등 악화일로를 걷지 않게 구단을 지원했다면 상위 스플릿에 속했을 수도 있다면서 “유정복 시장이 나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남FC와의 정규리그 최종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었던 인천 구단은 이 경기에서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했어야 했다. 12개 팀이 성적에 따라 ‘우열반’의 개념인 상위와 하위 스플릿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비기기만 했어도 제주를 물리치고 상위 스플릿에 포함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위 스플릿에 속할 경우 같은 그룹에 속한 팀들과 한 경기씩 총 5경기를 더 치러 이 그룹의 1위부터 3위까지 주어지는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진출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하위 스플릿에 속하게 되면 역시 같은 그룹 팀들과의 5경기를 통해 꼴찌는 2부 강등이 확정되고 11위는 챌린지 플레이오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지면 12위 꼴찌와 마찬가지로 강등이 확정된다. 물론, 강등이 된다 해도 하위 스플릿 그룹 가운데서는 가장 좋은 성적인 7위를 기록하고 있어 강등의 위험으로부터는 자유롭긴 하다.
 
그러나 4일 성남과의 경기에서 인천 구단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후반 37분 성남 황의조의 골이 터졌고 이는 그대로 결승골이 돼 0-1로 진 것이다. 무엇보다 시즌 중 팀 공격의 주축이 됐던 용병 케빈이 이날따라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했다. 같은 날 인천과 스플릿 경쟁을 하던 제주가 전북에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챙겨 6위로 올라서면서, 인천은 7위로 떨어져 결국 상위 스플릿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인천 구단이 이같이 상위 스플릿 진입에 실패한 것은 시의 극심한 재정난 속에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선수들 때문이 아니다. 바로 소극적인 시의 지원이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놨다는 것이다. 시의 재정난으로 최고 대여섯 벌 이상 있어야 할 유니폼 마져도 두어 벌밖에 지급받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보내던 차에, 이 기간 선수들의 급여가 체불되는 상황까지 생겼다. 주축 선수들이 이적하며 시와 시의회에서도 적잖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주)올리브크리에이티브의 정의석 대표가 신임 단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축구행정을 잘 모르는 공직자 위주로 이루어진 구단 조직도 큰 문제였다. 실례로 지난해 계약 기간을 1년 남겨둔 김봉길 전 감독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전화와 메일로 일방 통보하며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까지 일었다. 이 여론으로 인해 이후 구단은 이임생 감독을 선임하려 했지만 이 감독이 김 전 감독의 경질 과정에 대해 전해 듣고는 감독직을 고사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김도훈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사진 오른쪽). ⓒ배영수
 
결국 유 시장이 올해 초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구단 개선의 방침을 알렸다. 당시 시 관계자는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해 인천구단 내 사장 선임을 비롯해 선수 및 조직 구성, 팀 운영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한 후 해결책을 찾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몇몇 전문가의 의견뿐만 아니라 시민과 축구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비슷한 시기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출신 김도훈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개막까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입된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적잖이 힘든 적응을 해야 했다. 결국 올해 초 개막 전까지도 인천은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에게 ‘강등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이렇게 답이 없었던 구단이 김 감독의 지도 아래 개막 이후 선전하며 결과를 냈다. 특히 타 팀에서 방출 위기까지 몰렸던 조수철과 김동석 등의 합류는 시즌 내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선수들과 프런트 직원들의 임금 체불은 또다시 이어졌다. 지난 6월 프런트 직원들의 4~5월 급여와 일부 선수들의 5월 급여가 체불됐고, 급여를 해결하자마자 6~7월의 급여가 다시 체불되며 후원사들이 주기로 한 후원금을 당겨 받는 방법으로 이를 간신히 해결했다. 그러나 또다시 8월 급여부터 체불되기 시작했고 그 상태로 추석 연휴를 보내야 했다.
 
밀린 급여는 조만간 인천공항공사가 후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급여 외 수당도 밀려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과 프런트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다. 유 시장이 구단 컨설팅을 강행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기간 동안 임시방편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체불의 원인 중 하나였다. 때문에 공항공사 등 후원사가 있는 상황에서 시의 지원이 모자랐다면, 유 시장이 이 후원사들과 어떻게든 협력해 최소한 임금 체불 사태는 막았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7월 정 단장을 영입한 구단은 조직 개편을 통해 프런트 직원이던 여승철 팀장을 운영지원실장으로 임명하고 공무원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고 재정 운용을 개선하는 등 나름의 타개책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 마련에 시가 적극적이지 못했고 이는 선수들의 투지만으로는 결과를 낼 수 없었다. 구단 관계자는 “상위 스플릿에 포함됐다면 재정난을 이유로 지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인천시에 할 말도 더 생기고, 요구도 좀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축구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올해 인천이 기대보다 큰 성과를 거뒀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올해 인천 구단이 하나은행 FA컵 4강에 진출하는 데에 성공해 결승 진출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김 감독은 4일 경기 직후 “상위 스플릿에 들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FA컵에서 최선을 다해 아쉬움을 달래겠다”며 “남은 하위 스플릿 그룹의 경기에서는 부담이 없는 만큼 출장 횟수가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 한다”고 밝혔다.
한 인천 축구 팬은 “사정이 열악한 것을 잘 안다”며 “김 감독이 부임 첫 해 아주 많은 일들을 했음을 알기에 하위 스플릿에 속했다는 이유로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고 시가 구단을 좀 더 챙겨주는 자세를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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