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서 박경리 시인을 추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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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서 박경리 시인을 추모하다
  • 신은주
  • 승인 2015.11.0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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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0회 배다리 시낭송회 열려


제90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10월 31일 오후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 책방 이층 다락방에서 열렸다.
 
배다리 시낭송회는 매년 작고 시인을 추모하는 자리를 1회 혹은 2회 마련하는 데 이번 달에는 박경리 시인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를 추모하게 된 것은 작가의 약력에 1948년 인천 동구 금곡동에서 헌책방을 운영했고, 인천 배다리에서 삶을 일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회고하셨다는 박경리 작가와 인천의 인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는 글 읽기를 즐기시던 작가의 삶과 정신을 만나 다양한 독서의 힘으로 일구어낸 ‘토지’가 만인의 양식이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마음에서 추모의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했다.
 
박경리 시인이 펴낸 시집으로는 「못 떠나는 배」,「우리들의 시간」,「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가 있다.
 
“견디기 힘들 때는 시가 위안이었다”는 박경리 시인의 시는 삶에서 느끼는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사랑이 듬뿍 담긴 어른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시낭송회에는 참석자들이 박경리 시인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인을 추억하면서 잘 사는 삶에 대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90회 배다리 시낭송회를  맞아 곽현숙 대표는 배다리 시낭송회가 걸어 온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여 참석자들에게 나눠 주었다.


91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11월28일(토) 오후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에서 최종규 시인을 모시고 열린다.
 
 
 
산다는 것
                           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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