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가 상업적 매춘부였다"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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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대가 상업적 매춘부였다" 라고요?
  • 이한수
  • 승인 2015.12.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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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선생의 공감 팩트]④ KBS 광복 70주년 특집극 '눈길'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들 하는데 저는 ‘대화’ 대신 ‘공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슴이 울리지 않는 역사 공부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비인간적으로 만들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 감성을 울리지 않는 역사 공부는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최근 KBS 이사장이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 건국 공로를 부인해 논란거리가 되었는데 이는 ‘이인호’ 이사장이 속해 있는 ‘뉴라이트’의 일관된 주장이라 그 의도가 뻔해 보입니다. 그들이 1945년 광복을 부인하고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요. 인척 중에 한 분이라도 일제의 만행을 몸으로 직접 겪은 이가 있다면 이럴 수 있을까요.

‘안병직’ 뉴라이트 이사장의 수제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가 일제시대 정신대는 성노예가 아니라 상업적 매춘부였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는데, 그는 주장의 근거로 한국인 매춘업소 주인 명단이나 위안소에 다녀온 한국인의 증언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과학적인 연구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학자이니 함부로 말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역사 연구가 영혼이 없는 산술(算術)처럼 되어 버리는 것만큼 비인간적인 일이 없다는 걸 그는 모르는 걸까요? 이런 식으로 과거사에 접근하는 것은 역사를 권력 다툼과 전략의 수단으로 더럽히는 것입니다. 후학들을 이렇게 오도하는 짓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 마땅한 큰 잘못이란 걸 모르지 않을 텐데 그는 어찌하여 이럴 수 있을까요. 일제시대에 동포들이 쏟은 피의 대가로 그들의 누린 영락(榮樂)과 누대에 걸칠 더러운 잇속을 조금이라도 들추어 보면 저들이 왜 저렇게 역사 왜곡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가슴이 울리지 않는 역사 서술이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힘없어 핍박받는 자의 시선으로 과거사를 보도록 늘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눈물 없이 과거를 마주할 수 없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저들처럼 뻔뻔해지지 않기 위해서, 나 자신이 진실한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약한 자가 누구일까요. 가난한 집 여자 아이가 겪는 전쟁보다 더 끔찍한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일제가 저지른 전쟁으로 그 아이들이 받은 고통은 다시 떠올리기 고통스러울 만큼 끔찍하지만 그 시대를 돌아보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직시해야 합니다. 눈물 흐르지 않는 역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공감하게 만드는 팩션(역사적 사실에 바탕으로 지어낸 이야기) 『눈물』이 참 고맙고 아름답습니다.



 
‘종분’이네가 사는 집의 모습입니다. ‘종분’이 ‘종길’이 남매 이야기는 드라마 첫머리부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우리를 그 때 그 곳으로 데리고 가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도록 합니다. 아빠는 먼 곳으로 일 나가셔 안 계시고 엄마가 봇짐장수 나가시면 ‘종분’이가 동생 ‘종길’이를 다 거두어야 합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민중들의 삶의 모습을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어린 나이에 ‘종분’이는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 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그렇게 살았지요. 그런데 엄마가 장사 나간 사이 한 밤중에 남정네들이 들이닥쳐 ‘종분’이를 끌고 갑니다. 부잣집 딸 ‘강영애’는 학교에서 최고의 모범생이고 ‘여자근로정신대’로 뽑혀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종분’이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집 아이들은 강제로 끌려갔고 ‘영애’처럼 좀 부유하고 힘 있는 집 아이들은 많은 보수와 특혜를 준다고 속여서 데리고 갔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최고 우등생인 ‘영애’는 일본으로 건너가 교사가 되어 돌아오는 꿈에 부풀어 ‘여자근로정신대’에 자원합니다.
 


 
『눈길』에서 그리고 있는 ‘여자근로정신대’의 모습입니다. 1944년 6월경에 촬영된 실제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이야기이지만 역사적 사실 그대로라는 걸 여러 사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 징집된 소녀들의 나이가 13~15세였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종분’이가 너무 어린 나이에 성노예로 끌려가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중학생 정도의 애들이 정신대로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끌려간 어린 청춘들은 성노예로 착취당하거나 군수물자 공장에서 무임금 중노동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강제로 끌려갔든 자발적으로 지원을 했든 그들은 죄수들을 호송하는 듯한 끔찍한 기차에 강제로 태워지고 거기에서 한 동네에 살지만 지체가 달라 서로 어울리지 않았던 ‘종분’이와 ‘영애’는 만나게 됩니다. 기차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 가는 같은 처지이면서 ‘영애’는 너랑은 처지가 다르다고 ‘종분’이를 멀리합니다. 그들은 만주로 실려 갑니다. 거기서 성노예로 착취당합니다. 어럴 적 집안 출신은 다르지만 더럽고 비참해진 조선 여성으로 똑같은 신세가 된 것입니다. 중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는 어린 여자 아이들이 군인들의 성노예로 착취당하는 장면은 끔찍하기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눈길』은 TV 방송용으로 제작된 것이라 실제로는 이보다 더 끔찍했을 것이라 짐작이 됩니다.
 

 

『눈길』에서 성병에 걸린 위안부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총살당하는 장면입니다. 설마 이런 끔찍한 짓까지 했을까 의문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런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답니다. 곧 발표될 영화 『귀향』에서는 더 끔찍한 장면도 나온답니다. 『귀향』을 만들고 있는 영화 감독은 실존 인물 ‘강일출’ 할머니의 경험담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잊히지 않아 영화 『귀향(鬼鄕)』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강일출’ 할머니는 1943년 열여섯 살 나이에 끌려가 성노예로 시달리다가 병에 걸려 일본군이 불에 태워 죽이려고 하던 찰나에 가까스로 살아났다고 합니다. 2000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미술심리치료를 받을 때 그리신 그림이 바로 <태워지는 소녀들>입니다. 드라마 『눈물』에서는 일본군이 부대를 이동시키면서 위안부들을 모두 총살하는 끔찍한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은 이렇게 태워 버리는 일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강일출 태워지는 노녀들.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35pixel, 세로 611pixel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소녀들>입니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어떻게 돈 벌려고 군대를 따라다니며 매춘을 했다고 말하는지 정말 억장이 무너집니다. 고향으로 돌아온(歸鄕) 게 아니고 불에 타 죽은 어린 혼령들을 고향으로 부른다(鬼鄕)는 의미로 제목을 붙인 게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도대체 누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가 절규하게 만듭니다. 『눈길』의 ‘종분’이는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옵니다. 조국은 해방이 되었지만 그 끔찍한 일을 당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지하 셋방에서 날품팔이로 근근이 살아가는 할머니 ‘종분’씨의 모습이 지금 우리 한국의 실상입니다. 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자들은 온갖 영화를 누리며 살아왔으며 지금도 저렇게 파렴치하게 ‘바른 역사관’을 운운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누가 역가를 왜곡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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