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발효, 중국발 리스크 波高(파고) 넘을까?
상태바
한중FTA 발효, 중국발 리스크 波高(파고) 넘을까?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1.08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인천지역 주요현안 점검] - 경제 1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전경. ⓒ남동구
 
지난해 6월 부분 개장을 시작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천신항이 항로 수심의 증심 공사 등을 연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 얼마 전 발표됐다. 이러한 신항 개발의 가속화와 함께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 목표치를 250만TEU로 확정했다. 중국 및 베트남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 효과, 그리고 신항 추가 개장 등으로 물동량이 늘어날 거라는 예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과의 FTA를 통해 한중 관계가 한층 가까워지고, 이 물류의 중심에 서게 될 인천이 FTA를 통해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거란 관측을 하고 있다. 사실 FTA만 놓고 보면 이 관측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양국은 최장 20년 안에 전체 품목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고 한다. 중국은 협정 발효 직후 총 958개(추산 연간 87억 달러 규모) 품목을 관세 철폐하고, 우리나라는 8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개방한다고 한다.
 
인천상공회의소 측은 “인천은 다른 도시에 비해 FTA의 경기 영향을 비교적 일찍 받는 도시로, 관내 수출입 기업들이 이에 대한 전략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인천상의는 기설치된 ‘FTA활용지원센터’를 통해 올해 관내 중국 대상 수출입 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키로 한 상태. 특히 ‘인차이나 센터’를 운영해 해당 분야별 전문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지원에 앞장선다는 계획도 있다.
 
FTA는 관내 관광 인프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출범한 인천관광공사는 사실상 올해 전략을 대중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FTA를 통한 효과를 극대화해보자는 심산이다. 이미 꽤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별그대 in 인천 뷰티웰빙투어’상품을 이어갈 만한 콘텐츠를 만들고 중국인들이 많이 방한하는 현지 명절과 국경일에 맞는 상품 개발, 그리고 중국인들을 전담하는 50여개의 여행사를 정해 이들과 함께 인천 홍보 등의 전략을 세워 요우커들의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것.
 
 

인천상공회의소가 분기별로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 보고서 중 BSI지수의 변화 추이를 반영한 그래프. (자료 = 인천상공회의소)
 

‘중국발 리스크’ 우려하는 인천 기업들 많아
 
FTA가 전국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여러 시선들이 있지만, 공단이 여러 지역에 산재해 많은 수의 중소제조기업들이 소재한 인천지역에는 분명 ‘호재’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에 우려를 보내는 시선이 적잖게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갈 문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우려를 보내는 시선들이 바로 관내 공단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이 중소기업들이 내는 목소리는 인천상공회의소가 분기별로 조사해 발표하는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의 최근 1년치는 이 기업체들이 얼마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현재 지난해 4/4분기 전망조사 결과까지가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기준치 100을 밑도는 ‘90’을 기록했다. 매년 2분기 혹은 3분기 경 이 지수는 기준치를 ‘턱걸이’로 웃도는 수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1분기와 4분기의 전망은 항상 어두웠다. 매해 경기침체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중 FTA에 관해 ‘일선’에서 체감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 중 상당히 높은 퍼센트가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점이 눈에 띈다. 근자의 중국 경제가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국제금융센터는 ‘연초 중국 주가 및 통화가치 급락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주가 급락 기저에는 중장기 성장 둔화 우려가 있고 표면적으로는 위안화 약세와 주가 하락이 상호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우려가 가중되면서 이것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 분기 가량 먼저 인천상의가 내놓은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 보고서의 내용에도 비슷한 전망이 나와 있다. 이른바 ‘중국발 리스크’와 관련해 기업인들의 의견을 모아봤더니, 중국의 성장 둔화와 자급률 향상 등 중국 리스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21.8% 정도의 인천 기업인들이 “지금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답한 것. 또 “지금은 부정적인 영향이 없지만 우려가 된다”는 의견도 54.5%로 나타났던 것이다.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의견은 23.7%에 불과했다.

 


인천 중소기업들이 의견을 보인 ‘지역경제에 관한 대내외 여건 영향’에 대한 분석 그래프(위)와 ‘정부(혹은 지자체)의 정책 요구사항’을 조사한 그래프. 관내 중소기업들이 내수시장 안정을 원하고 있음이 반영돼 있다. (자료 출처 = 인천상공회의소)
 

‘내수시장 붕괴’ 막지 못해 중국에 휘둘리는 지역경제
 
이러한 내용을 보면, 표면적으로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결국 인천의 기업 경제에 영향을 준다”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더 파고 들어가면,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가 다른 나라에 의해 좌우된다”는 다소 슬픈 현실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중소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웬만한 기업도 (국내외 기업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게 될 경우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영종도의 카지노 사업이 대표적일 터다. 카지노 유치와 관련해 중국 현지의 불황으로 인해 중국의 몇몇 민간자본이 유치 의향을 밝혔다가 철회한 사례도 있었던 것.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가 “중국 자본들의 신뢰도는 원래부터 좀 약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 자본 철회가 중국 경기의 영향임을 분석하는 보도는 꽤 여러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인천의 기업인들 대부분이, 한중FTA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결정적인 원동력이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인천 관내 지역 중소기업들이 ‘대내외 여건 영향’으로 꼽는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답이 나온다. 기업인들 중 절반 이상이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절반이 넘는 51.6%가 국내 소비시장의 둔화를 꼽았다. 물론 수출경쟁력 하락(13.4%), 미국 금리인상(8.1%), 중국 등 교역시장의 둔화(17.7%) 등을 모두 합쳐 39.2%라는 수치가 나오긴 했지만 내수시장을 올려주기만 해도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이 상당히 줄어들 거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들 중소기업들이 정부나 인천시의 정책에 원하는 요구사항들을 취합한 결과는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절대적임을 더 극명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 무려 52%에 이르는 비율이 내수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도 24.9%로 적잖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내수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한중FTA로 인한 효과가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여부를 떠나, 인천지역 중소기업인들의 간지러운 곳을 전반적으로 제대로 긁어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인천상의 측은 올해 1/4분기 BSI지수가 84로 전분기에 비해 소폭 더 하락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지속적인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어울’이 판매되고 있는 인천시 화장품 판매처 ‘휴띠끄’의 매장 내부. ⓒ배영수
 
관광객 통한 내수 진작은 분명한 한계 있다
 
최근 내수 시장의 침체와 관련해 인천시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럿 추진했던 사업들 중에서는 관내 화장품 제조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통합해 ‘어울’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해 국내에 유입된 중국 관광객들을 위주로 판매한 사례가 있다. 신진 브랜드로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거의 알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1분기여 만에 7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는데 대부분이 인천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소위 ‘싹쓸이’로 쇼핑을 했던 탓이다.
 
그런데 순풍에 돛을 다는 듯했던 이 어울이 지난해 한순간 매출이 90% 이상 급하락한 사태가 있었다. 바로 ‘메르스 후유증’ 때문이었다. 메르스로 인해 중국 관광객들이 거의 유입되지 않으면서 매출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왔고, 인천시 관계자들이 부랴부랴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7천여 만 원의 매출을 겨우 메웠던 것이다. 관광객으로 인한 내수에 어느 정도 활성화를 줬다고는 하나, 이것 역시 적잖은 리스크가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화장품 ‘어울’의 사례는 다른 나라의 상황 혹은 역병, 천재지변에 의한 여러 요인들로 해외 고객을 겨냥한 매출이 안정적인 지역 경제 기반이 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그나마 거대 규모의 자본을 보유한 대기업들은 한두 분기 엄청난 침체기를 겪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 한 분기만 침체가 지속돼도 도산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중소기업들이 결국 내수 시장에 안정성을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천 신세계백화점 내에서 ‘강화쌀 팔아주기’ 캠페인이 열리던 모습. ⓒ 강화군
 
지역생산품 캠페인 민-관 적극 나서야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 내수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중소기업 행정 관계자들은 지난해 인천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내수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지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 7월 인천지역 15개 중소기업단체로 구성된 ‘인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앞장서서 내수시장을 활성화하자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골목상권 이용과 청년채용운동의 기업 참여, 최상의 서비스 실천 등을 통해 내수시장 진작을 독려했던 바 있다. 지난해 백화점 등을 다니면서 강화 특산품 등 지역 생산품을 판매하는 것을 본 시민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는데 그것이 바로 그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움직임이다.
 
인천중소기업협의회는 당시 일어났던 이 캠페인을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인천중기협 측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온전한 자립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이른바 ‘인천판 물산장려운동’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인천중기협은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OECD 34개 국가 중 9번째에 해당하며,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내수시장의 조성에 적합하다는 얘기로 국민의 소득 기반 및 구매력 확대를 유도한다면 내수시장 안정화는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중기협 측은 “우선은 정부가 경제정책 기조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 바꾸고, 대통령과 각 광역지자체장들이 이를 독려하고 제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발걸음이 빠른 중소기업들을 통해 신성장동력 확보와 기업 간 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청년세대에게도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자리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끔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중기협 측은 “최근 인천의 경우 시장이 지역 경제와 관련 5개 단체장과 정례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볼 수 있다”며 “지자체장과 경제관련단체장들이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같은 지적들은 지역 경제단체인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최근 내한했던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한국의 내수 시장 인프라가 좋지 않다”며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되는 내수경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천 지역경제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공단들이 형성돼 있는 인천은 내수진작에 대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