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참여하는 필리버스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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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참여하는 필리버스터가 필요하다
  • 조강희
  • 승인 2016.02.2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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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 조강희 / 인천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장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4일 오전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10시간 18분를 기록했다>

정말 토론이 그리웠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는 다수결이라는 민주적 제도를 편협하게 적용하여 중요 사안마다 깊은 토론보다는 숫자의 많고 적음을 통한 입장의 관철이라는 의사결정 구조가 선호되곤 했다. 특히 정치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 휴일인데도 국회를 방청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은 그 단면을 보여준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야당의원들이 행하고 있는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filibuster) 행위를 보기 위함이다.
 
개념적으로 필리버스터란 의회 안에서의 주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합법적인 행위를 뜻한다. 초기 야당이 의도했던 것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였지만 이제는 오랜시간 발언하는 필리버스터의 원론적 목적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억지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단상에서 요리책을 읽거나 성경책을 읽는 미국 드라마에서의 사례는 불필요하다. 국민은 그런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국회에서 벌어지는 필리버스터는 원래의 수단의 의미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발언시간이 아니라 발언 내용이 더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필리버스터에 참여하여 발언한 야당 국회의원들의 발언내용을 모두 모아놓은 사이트가 생기는가 하면, 하루만에 수십만명이 방문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발언내용도 갈수록 충실해지고 있고, 그동안 우리 국민이 잘 알지 국회의원의 성향과 사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더불어 테러방지법의 문제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에 혹자는 국회가 민주주의 학교가 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예로 2010년 부유층의 세금 감면 법안을 비판하며 8시간이상을 발언했던 미국의 샌더스 의원의 연설내용은 한권의 책으로 까지 발간되어 큰 인기를 끌정도로 내용이 충실했다.
 
지난 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법 85조에 따라 현재 한국이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해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였다. 국회의장의 인식으로 보면 지금 한국은 국가 비상사태다. 하지만 그 누구도 현재 한국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지는 않는 듯 한다. 군인들의 휴가는 평상시와 같이 나오고 있고, 공무원들도 휴일에 따로 비상근무도 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새누리당만의 비상사태냐고 비아냥거린다.

게다가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테러를 막기위한 방지 방안은 이미 충분히 있다는게 정설이다. 도리어 황교안 국민총리는 본인이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임인지 모를 정도로 기존 제도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테러방지법이라는 같은 이름의 법안만 없을뿐이지 테러태세를 막을 유사한 법률은 이미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은가 야당은 의심한다. 테러방지법이 도리어 국정원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는 법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다. 외국의 경우 인권침해 문제로 이와 유사한 법을 찾아볼 수가 없다.
 
찬반양론을 떠나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되면 국정원은 테러가 의심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휴대전화등 모든 개인사생활의 사찰이 가능하다. 이는 단순히 테러를 해서 조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테러를 할 의심이 되는 모든 국민들이 합법적인 사찰의 대상이 된다. 60,70,80년대의 시절의 군사독재 시대의 막걸리 보안법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필리버스터로 시작된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곧 다가올 총선에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러한 토론에 참여하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누더기가 되어버린 선거구 획정논의로 국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총선연기를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필리버스터가 단순히 국회내에서만 벌어지는 의사진행 행위로만 국한된다면 또하나의 단순히 국회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이후 여야는 또다시 물밑합의를 할 것이고, 서로 이해를 조정하여 국민과 무관한 또 다른 타협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총선에서 표를 달라고 또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더 이상 이런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등록한 예비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이번 총선이 국회의원 선거인지 아니면 구의원이나 시의원선거를 헷갈릴 정도로 자신의 지역구의 이해기반에만 관심을 둔 선거공약이 천편일률이었다. 그렇다보니 여야의 구분도 어려웠다. 이제는 예비후보들도 자기방식의 필리버스터를 하기를 촉구한다. 북한핵문제, 사드배치문제, 개성공단철수문제, 한일위안부합의문제, 노동법개정문제, 핵발전소건설문제, 설악산케이블카문제등 국회의원후보라면 당연히 입장을 가져야할 정치현안에 대해 시민들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혹자는 말한다. 쥐들만의 세상에서 대표를 선택하는데 검은고양이를 뽑을지 흰고양이를 뽑을지 고민해서는 안된다고... 우리가 뽑아야 할 대표는 고양이가 아니라 쥐라고...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한다. 시민들이 항상 방관자로 있는 한 우리네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일부 혹 나아진다하더라고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물론 지방의회도 나서야 한다. 지역의 문제는 중앙 정치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는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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