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사)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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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사)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 어깨나눔
  • 승인 2016.04.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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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받던 회사가 후원하는 회사로 성장
 <탐방>한국근로자장애인진흥회를 찾아서
 
“사회로부터 후원받던 회사가 이젠 후원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사)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윤기상(55) 대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회사를 만들고 흐른 6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 함께 고생하며 회사를 키운 직원들이 생각났다.



중증장애인 5명을 데리고 시작한 사업인데, 이젠 40명의 직원이 연간 15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체장애인들은 몸만 불편해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은 돌발행동으로 신경 쓸 일이 많다. 출근 하루 만에 그만두는 직원이 있는가하면 출근길을 잃어버려 헤매는 장애인들도 상당수였다.
 
“기다림입니다. 장애인들과 함께 일을 하려면 능률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말아야죠. 그들의 손에 일이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일이 익숙해지면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윤 대표는 그렇게 직원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던 직원이 이젠 거뜬이 해내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약을 복용하던 직원이 양을 줄이고, 어느 날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처방소식을 듣고 느낀 것이 ‘노동의 가치’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능률이다. 그러나 그 것을 포기하고 직원들이 숙련공이 될 때까지 믿고 기다려 온 것이다.





직원들 간에 신뢰가 쌓여 가면서 회사 영업도 활황을 탔다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얼핏 보면 장애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윤 대표와 직원들 간에 신뢰가 쌓여 가면서 회사 영업도 활황을 탔다.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월등하다보니 주문이 쏟아졌다. 직원들의 급여도 덩달아 올랐다. 다른 장애인고용 기업보다 5~6배가 많다. 작년에는 상여금도 150%지급했다. 얼마 전에는 직원과 가족 30여명이 일본으로 워크숍을 다녀왔다. 매년 2차례에 걸쳐 1박2일 연수를 다녀온다. 구성원간의 사랑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면서 느낀 보람이 가족들의 고마움입니다. 집이나 시설원에 있으면 가슴앓이를 하는데 일터에 나가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생활하는 것을 보는 가족들의 맘은 어떻겠습니까.”
 
회사 형편이 나아지면서 이제 그 동안 사회에서 졌던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 노인정이나 장애인복지관 등을 찾아 기부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김장을 담가 주기도 했다. 도움만 받던 직원들이 도움을 주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 회사는 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2011년 말에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부텁니다. 최대 18명까지 급여 지원을 받았어요. 초창기 어느 회사나 겪는 인건비 절감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경영노하우가 부족했는데 전문 인력까지 지원해줬어요. 그래서 신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회사가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분들과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의 '모델 기업'이다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의 모델 기업이다. 지원받으면서 회사를 제대로 성장시켜 이젠 튼튼한 자립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도 사회소외계층 사람들을 채용한다. 업무 특성상 비장애인을 쓸 때는 경력단절여성이나 노인, 청년 등 일자리를 얻는데 취약한 계층에서 뽑는다.

직원들에게 주 5일과 공휴일 휴무를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일감이 밀려 휴무일에 일을 하려면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것이 윤 대표의 소신이다. 정부의 사회적기업 지원정책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년 인원을 늘려갑니다. 올해도 충원 계획이 있습니다. 직원의 80%는 중증장애인이지만 나머지도 취약계층에서 채용합니다.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종이에서부터 인쇄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복사용지, 신문용지, 종이컵, 화장지, 각종 문서보관 파일류 등 종류가 다양하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인쇄공장에서는 디자인에서 인쇄까지 풀코스의 시설을 갖췄다. 카렌더, 다이어리, 팬시 등 각종 인쇄물은 손끝이 꼼꼼한 장애인의 ‘핸드 메이드’로 이뤄진다.

일부에서는 장애인생산품을 강매해 사회적 물의가 있기도 했지만, 이 회사는 가격과 품질로 승부를 건 지 오래다. 법원전용 용지를 비롯해 IBK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등에 납품하는 사무용지도 당당하게 조달청 입찰로 공급하고 있다.

 더 많은 장애인 고용으로 사회에 보답





“장애인생산품을 사달라고 하는 것도 이젠 안 통하는 것 같아요. 사회적기업과 장애인생산품이라는 우선 구매조건이 갖춰져 있는데도 수의계약을 꺼립니다. 결국 가격과 품질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젠 우리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 판로가 수월합니다.”
 
이젠 갚아야죠. 열심히 사업해서 더 많은 장애인을 고용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그의 부채 상환계획이다. 그러면서 “우리 직원들이 어디 장애인으로 보입니까. 그렇지 않죠?” “그렇다”는 답을 듣고서야 말머리를 돌렸다.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젠 어엿한 사회경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곱씹어야 할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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