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해야 한다
상태바
인천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해야 한다
  • 김규원 선임기자
  • 승인 2016.05.09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칼럼]'인천문화의 거리' 실패 교훈 삼아 적극 나서야

<지난 2013년 5월  중구 신포동 상인, 주민, 예술가들과 함께 마련한 ‘인천 플레이 신포 페스티벌'. 원도심 신포동을 중심으로 한 문화활동은 최근 꾸준히 전개돼왔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인천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인천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서울 신촌, 홍대, 대학로, 인사동 등 문화지대가 상업 자본에 밀려 황폐해지면서 나타난 악마의 표현이다. 전국적으로 수 년 전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런데 인천시는 도대체 ‘뭔 소리냐'는 반응이다.

'인천 문화의거리'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사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운동은 인천에서 먼저 일어났다. 십년도 더 지난 2000년대 초.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건너편 수협사거리 일대에 미술을 하는 화실, 스튜디오, 음악연습실 등 30군데가 넘게 문화예술인들이 몰려 있었다.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고, 문예회관이 가까워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문화의 거리’ 조성에 나섰다. 화가들이 출연한 작품을 팔아 3천500만원 정도를 모았다. 거리공연을 하고, 전시회도 열었다.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응원도 펼쳤다. 문화예술인이 몰리면서 막걸리, 소주집도 생겼다. 문화가 있고 풍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부동산업자인 악마의 손길이 뻗쳤다. 그 들이 집주인들을 꼬드겼다.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면서 입주자 예정자가 많으니 가격을 올리라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2~3배로 뛰었다.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은 하나 둘씩 쫓겨났다.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문화의 거리’는 추억으로 남고, 이젠 ‘먹자골목’이 대신하고 있다.

그 뒤로 흩어졌던 문화예술인들은 신포동, 동인천 등을 배경으로 문예부흥을 펼쳐왔다.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이면서 임대료가 싼 이들 지역이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음악을 중심으로 모여든 예술인들의 힘이 오랫동안 잠들었던 신포동, 동인천을 깨우기 시작했다. 차이나타운, 동화마을에 몰렸던 관광객들의 행보가 넓어지고 있다.
올 2월에 수인선이 연결되면서 이 곳의 관심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한동안 숨겨졌던 신포동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신포동, 동인천 악마의 손길 미쳐

또 다시 악마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인천in>이 심층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부동산업자들이 개입하면서 상가 임대료가 들썩이고 있다. 임대료 인상도 문제지만 임대계약서에서 집주인들의 갑질이다. 낡은 건물의 개보수나 계약해지 권한 등에 까다로운 조건을 더하고 있다. 싫으면 나가라는 소리다. 신포동과 동인천의 젠트리피케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시나 중구청은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드러났듯이 “私경제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다. 처음 듣는 얘기다. 상황파악을 못했다” 등으로 답변을 일관하고 있다. 십 수년전에 인천에서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이 재현되고 있는데도 인천시 공무원들에겐 남의 동네 이야기다. 문화예술인과 소상공인들은 ‘놀던동네 늬우스’라는 신문까지 만들어 '악마'와 대항하고 있는데, 인천시는 외면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 ‘도시가치 재창조’ 등이 헛구호로 들리는 이유다.

서울시를 보자. 올 해 200억원의 예산을 세워 ‘젠트리피케이션’의 막겠다는 계획이다. △건물주, 임차인, 지자체 상생협약 △시에서 건물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 △임대료 동결조건으로 건물 리모델링 지원 △소상공인, 문화예술인에게 건물 매입비 지원 △변호사, 세무사 등 법률지원단 구성 △상가임대차보호를 위한 조례 제정 △민관협의체 구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공론화 등 7대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성동구와 중구도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처하고 있다.
대전과 대구, 부산, 제주 등지에서도 현안인 원도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인천시가 적극 나서야

젠트리피케이션은 빈곤층의 정체지역에 중산층이 들어가 낙후지역에 활기를 넣으면서 원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값싼 작업공간을 찾아 예술가들이 조성한 문화지대를 개발업자들이 들어가 이윤을 극대화시키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인천은 그 동안 지역불균형에 시달려왔다. 송도, 청라, 영종, 논현 등 새로운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도시기반시설은 물론 문화예술까지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인천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원주민이 살아남는 도시발전을 위해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있다. 이제 인천시가 나서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