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하늬바다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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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하늬바다를 찾아서
  • 최정숙
  • 승인 2016.06.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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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섬섬]
(9)백령도 이야기, 5번째


<아름다운하늬바다, 아크릴 캔버스,41x32cm>

 
다섯 번째 백령도 이야기는 하늬바다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지난번 글에 오촌할머니와 손잡고 참외밭을 가려면 동고몰을 지나 하늬바다로 가는 길이라 했지요. 그 하늬바다는 진촌 할머니 집에서 동고몰 사이 마을길 지나, 들길, 밭길을 15분쯤 쭈욱 걸어가면 나옵니다.

 

<그리운 하늬바다 아크릴 캔버스,100x40cm>
 

그 바닷가에는 빙 둘러 옹벽과 철조망을 쳐놓아 시멘트 벽사이로 만들어 놓은 철망 문이 열려 있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백령도의 해안가는 참 안타깝게도 민간인을 통제해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합니다.
해안초소가 곳곳마다 자리잡아 군인들이 24시간 NLL해역 경계 바다를 향해 망을 보고 있지요. 그러니 섬 주민들이 바닷가에 나가 굴이나 해초를 따려면 물 때에 맞춰야합니다. 일몰 시간, 대략 오후 5시경까지만 출입문들을 열어두니 그 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철조망 쳐 놓은 하늬바다 감람암, 수채,54x39cm>

 
백령도가 북쪽이라 춘삼월에도 아직 바람이 차갑고 바닷물도 시려워 섬사람들은 바닷풀등을 따지 못합니다.
찾아간 날이 사월 하순께이어서인지 봄 바닷바람이 제법 따스하고, 밝은 햇살이 하늬바다 위로 가득한게 파아란 바다가 그지없이 아름답습니다.
물 나간 때에 맞춰 진촌 사는 할머니,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두꺼운 옷과 얼굴을 꽁꽁 싸매고는 바구니를 들고 많이들 나오셨네요.
굴 따랴, 미역, 더붕이, 파래 등 바닷풀들을 따랴, 바위 사이를 옮겨 다니며 분주합니다.
오랜만에 그 곳에서 더붕이풀을 뜯으시던 친척 할머니를 만났는데 ‘아니 네가 웬일이냐’시는듯, 맑은 미소로 반기십니다.
 
“다리가 아프셔서 걷기도 불편하신데 모 하러 나오셨어요?”
“집에 우두커니 있음 모하누?
새끼들한테라도 보내 주고시퍼서리... ㅎㅎ"
 
매 멀미로 뭍으로 못 나가시니 그저 손주새끼 보고픈 맘을 시원한 바닷가에 나와 달래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작년에 뵈었던 할머니의 그 미소가 아직 눈에 선한데, 올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답니다.
그날 두손에 용돈 좀 드린게 좋으셨던지 백령도를 떠나오기 전날 저를 불러 바닷풀 따온걸 꽁공 싸매어 주셨었습니다.
“아가다야! 네 오빠도 갖다주고 잉!.....”
 


<맑고 시리운 하늬바다, 수채,29x21cm>


<봄날, 해초로 단장한 하늬바다 수채,29x21cm>
 

그러나 그 아름다운 하늬 바닷가에는 지금도 여전히 조국의 현실을 일깨우는 인공 구조물들이 있습니다. 북한 배가 해안으로 접근을 못하게 뾰죽하게, 기다란 철심을 박은 용치들이 하늘 향해 열을 지어 꽂혀 있습니다. 바닷가 이 끝에서 저끝까지, 콘크리트로 만든 용치 밑둥에는 그 쓰임새를 아는지 모르는지, 오랜 세월처럼, 굴 딱지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네요.


 <하늬바다에 열 세워놓은 용치, 아크릴 캔버스 45.5x 33.5cm>


<용치는 누구를 향하고 있니? 아크릴 캔버스 45.5x 33.5cm>


 <하늬바다와 용치, 아크릴 캔버스 45.5x 33.5cm>


어릴적, 여름 방학이 되어 할머니 집에가면 사촌 친척들 언니, 또래, 동생들과 함께 시원한 하늬바다로 물놀이를 나갔습니다.
난 바닷물에 들어가지 못하여 편편한 돌 바위에 앉아 화판 위 도화지에다 바다풍경을 그렸지요. 지금 그 사진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지만 언젠가 그때 찍어놓은 사진 속에 입었던 옷과 내 모습이 눈에 아른 기억이 납니다.

우리들은 하늬 바닷가 절벽 바위에 자갈돌을 던져 구멍 맞추기 놀이를 하였답니다.
갑자기 그 구멍 안에서 뱀 한마리가 뚝 떨어지는 거여요. 너무도 놀라고 무서웠던지 줄 행랑을 치고 있는데 섬 사내아이들은 하하 호호 웃어 젖히며 좋아했습니다. 바닷새가 둥지를 튼 그 구멍 안으로 새 알을 먹으러 왔던 뱀일겝니다.
철없던 어린시절 50여년도 넘어버린 시간 속 여행을 하며 돌을 주었다 놓았다 사진 찍기 놀이에 시간가는 줄 몰랐답니다.



 <하늬바닷가 놀던 바위앞에서, 아크릴 캔버스, 45.5x33.5cm>
 
2016.06.24 글·그림 최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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