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대기실'의 시리아 난민 28명 전원 입국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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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대기실'의 시리아 난민 28명 전원 입국가능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6.27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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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늑장대응, 재판은 벌써 끝났는데 '대기실 구금상태'

인천국제공항내 송환대기실에 억류되어있던 시리아 난민 28명 전원의 국내 입국이 가능해졌다.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7일에 있었던 시리아 난민 19명에 대한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 취소'에서 전원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데 이어, 나머지 9명에 대해서도 23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따라 시리아 난민 28명 전원이 국내로 입국할 수 있게 됐으며, 국내에서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7일 국내 입국이 가능해진 19명이 아직까지도 인천공항내 송환대기실에 구금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 인천지방법원
 
재판부는 이번 9명의 난민에 대한 행정심판 역시 지난 재판과 마찬가지로 행정당국의 행정절차법 위반과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을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출입국사무소는 난민신청자들에게 문서로 입국거부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음은 물론 시리아 당국 등으로부터 강제징집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난민들의 변호를 맡았던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법원 판결 이후 하루, 이틀 사이에 난민들이 국내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23일 재판을 받은 9명은 물론 지난 17일 재판을 받았던 19명의 난민들도 아직 송환대기실에 구금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이일 변호사는 "아마도 28명 전원을 한꺼번에 입국시키기 위해 기다렸던 것은 아닐까 한다"며, "이번에야 말로 판결 직후, 즉시 난민들을 입국조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이겼는데 왜 송환대기실을 못 나가나? 

시리아 난민 28명은 이번 재판을 끝으로 난민심사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출입국사무소(법무부)가 난민들의 입국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달 세네갈과 라이베리아에서 한국으로 난민신청을 희망했던 난민들의 경우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을 진행,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출입국사무소가 이에 항소하는 등 이들을 계속 송환대기실에 구금해두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송환대기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누울 공간도 없어 맨 바닥에 누워있다. © 공익법센터 '어필'
 
이일 변호사는 "법원에서 이미 판결이 났고, 이후 항소를 진행 한다고 하더라도 난민들은 우선 입국조치를 해야만 하는데, 이들을 계속 송환대기실에 사실상 구금해 두고 있는 상황"이며, "(세네갈과 라이베리아 출신)두 사람의 경우 소송이 끝난 이후 1주일 동안 음식이 배급되지 않아서 변호사 접견 당시 변호사들이 음식을 사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법무부의 태도는 현재 송환대기실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실질적인 구금상태에 놓여있음은 물론 그것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수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 활동가(한국이주인권센터) 역시 이런 법무부의 태도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즉각 이행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인권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난민지위라는 것이 매우 불안정하고, 만일 불법 부당한 이유로 난민지위를 신청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언제든지 박탈이 가능한 것"이 '난민의 지위'라며, "송환대기실에 있는 그들이 하루 빨리 그곳을 나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법무부의 태도에 대해 이일 변호사는 "예전에는 일 년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이 몇 명 없어서였는지, 추후에 항소를 하더라도, 우선적으로는 입국 처리를 했는데 이번에는 시리아 난민 28명 등 난민신청이 많아지면서 한꺼번에 처리하기위한 태도가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리아 난민 28명에 대해서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시리아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난민 문제가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법무부도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27일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법원으로부터 전체 판결문이 송달 되는대로 판결문을 검토하여 28명 전체에 대한 처리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17일 재판의 판결문이 송달 된 상황임을 고려할때 이런 법무부의 태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23일 판결에 대해서도 법원 판결문이 송달된 이후 입국 절차를 진행하는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언제쯤 송환대기실에서 나올 수 있을지 역시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난민' 인정을 받기 까지.... 

이번에 입국하게 되는 난민들은 국내에 체류하며 난인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난민 신청을 받기 까지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난민심사에서 '불인정' 판정, 즉 '난민이 아님' 판정을 받게 되면 이후 행정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인천공항 내 송환대기실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의 실태를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인천이주운동연대

하지만, 법무부의 생계비 지원 심사를 받기까지는 최대 50일이라는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각종 서류를 만들고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고 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생계활동을 할 수도 없다. 

또한, 난민의 경우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직장가입자로 가입해야 하는데, 난민신청자가 생계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법무부가 지정한 직종에서 근무해야 하며, 취업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를 법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 일용직이거나 단순작업을 요하는 공정임을 감안하면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소외계층 응급지원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응급한 상황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병원으로가서 각종 서류를 확인하고 이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생계가 막막하거나 한국에 체류할 마땅한 곳이 없는 난민의 경우 영종도에 있는 '난민지원센터'에서 최장 6개월까지 머무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센터역시 고립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형 활동가는 "난민신청자의 지위에서든, 난민을 인정받고 난 이후든 이들은 늘 불완전하게 인정받은 상태인 것은 물론 난민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언제든 그 자격 박탈이 가능하며, 때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법무부 조사에 의해 국적을 박탈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 지위의 박탈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추방을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입국하게 될 시리아 난민 28명 역시 위와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에 대해 이일 변호사는 "현재 시리아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전쟁 상황임이 드러나는 것은 물론, 연일 외신을 통해 그곳의 참상이 알려짐에 따라, 만일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도적 방식의 체류 자격은 부여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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