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섬, 가을의 들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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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섬, 가을의 들길을 걷는다
  • 최정숙
  • 승인 2016.10.14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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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섬섬]
(17) 백령도 이야기 - 아홉번째


< 북녘땅이 보이는 들길 따라 바닷가에. 종이, 수채 35x25cm >


아침 7시50분 하모니호를 타고 조용히 백령섬에 들어왔어요.

오후가 되니 하늬바다는 화창한 가을 볕 때문인지 바닷물도 파랗고요,

북쪽으로 황해도 장연 땅이 보이는 산 모양들이 평화로운 느낌으로 다가 옵니다.

바다를 앞에 둔 섬의 가을 들판은 멋진 대지의 작품입니다.

길 따라 혼자 걷다 가만히 길가에 서 봅니다.

 



< 백령섬, 언덕을 오르는 갈대밭길.  종이, 수채 54x39cm >


 

섬 안의 밝은 대지의 기운이 들녘으로 가득, 정적이 흐르며 고요합니다.

개구리들이 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밭고랑사이로 이따끔 작은 음량으로 들려옵니다.

메밀밭의 하이얀 메밀꽃들이 바람결에 곱게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아깝기만 하고요 가을걷이 채소들이 밭에 빼꼭 차올라 주인의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백령섬, 갈아 놓은 땅.  종이, 수채 35x25cm >


 

섬에 오면 함부로 낭비했던 기운들을 모을 수 있어 좋아요.

삶을 돌아 돌아 마치 엄마의 자궁 안으로 들어온 듯 편안한 안식을 갖습니다.

백령섬은 제가 어릴적 긴 햇수를 살지 않았는데도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항상 반겨주는 것 같아 기운이 납니다.

낯선 길을 걸어도 낯설지 않고요, 인적이 없는 길을 걸어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동네 마을 길을 벗어나 얕은 언덕길이나 밭 사잇길을 걷노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트럭 한대가 지나가기도 하네요.

 



< 백령섬, 대지의 드로잉.  종이, 수채 54x39cm >


 

섬이라 하면 누구에게 바다가 먼저 떠오르지만 백령도는 땅이 아주 많고 넓어요.

원래 백령섬은 섬 한 가운데까지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던 갯펄이 넓게 펼쳐져 있었지요. 그 곳을 여러 해 동안 개간하여 간척지를 만들었답니다. 제가 만난 최씨 아저씨의 말씀이 그 땅에 1년 농사를 지으면 섬사람들이 5년이나 먹을 쌀이 수확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십니다. 참 풍족한 백령도가 되었네요.


 
 
< 백령섬, 길가의 푸른 창고.  종이, 수채 54x39cm >
 

하늬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너른 들판에는 파아란 비닐이 덮여 있는 제법 큰 밭들이 여러 군데 있어요. 인삼들을 심어 놓은 밭인데 6년을 기다려서야 삼을 거둔다하네요.

백령섬에 놀고 있는 밭들이 많아 인삼들을 심기 시작했대요. 청정해역의 바다 바람을 맞은 인삼은 뿌리가 튼실해서 밭 전체를 인삼공사가 전량 수매해 간답니다.

6년을 기다려 드디어 인삼을 캔다는 최씨 아저씨가 내일 일찍 나와서 구경하라네요.

처음 보는 일이라 궁금하여 이른 아침 나갔더니 30여분 가까운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이미 일을 하고 계십니다. 큰 바퀴를 가진 트렉터가 밭을 긁고 지나가면 땅 속에서 6년을 기다렸다가 막 올라온 굵은 인삼들이 푸대에 담아집니다.

 



< 백령섬, 들녘에 우뚝 세워논 저장탱크.  종이, 수채 54x39cm >

 

 

하얀 속살을 드러낸 인삼뿌리들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차 보는 자체로도 신비한 에너지를 받습니다. 최씨 아저씨가 술 담그라고 굵은 인삼 한 뿌리를 건네주시네요. 야호~~~

 

 
< 백령섬- 모를 심어 놓은 논, 드로잉이다. 종이, 수채 54x39cm >


                                        글 ,그림  최 정숙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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