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송전선로 지중화 "나 몰라라"
상태바
인천시, 송전선로 지중화 "나 몰라라"
  • 이병기
  • 승인 2010.01.16 0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핫 이슈> 시민 건강 볼모로 한 '떠 넘기기'

송전선로가 이설되면 정면에 보이는 백운초 학생들의 통학로 바로 위로 연결된다.인천시의 안일한 대처로 부평구 백운초등학교 주변 십정동 주민들이 345kV의 고압선로에 노출될 위험에 처했다. 또한 400억원이 들어가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어 이웃 간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다.

한동수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 송전선로 운영팀 차장은 "한전에서 시행하는 지중화 사업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역 개발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 바로 시행은 하지 못하지만, 3년 후에 인천시와 한전이 50%씩 부담해 지중화하는 것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차장은 "그러나 한전이 주도적으로 지중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고, 지자체에서 협의가 들어오면 지중화심의위원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가부 결정을 내린다"며 "지중화 사업에 400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부평구에서 재원을 마련하긴 어려워 인천시에서 지중화 제의가 들어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시의 송전선로 떠넘기기 

인천시청 에너지정책과 김원호씨는 "얼마 전 조진형(부평갑) 국회의원과 실무자들이 모여 관계기관 회의를 했는데, 기초단체(부평구)에서 지중화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며 "한전과의 협의는 부평구에서 지중화 계획을 수립한 이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고 발뺌했다.

또 김씨는 "청라지구의 예나 전기사업법을 봐도 원칙적으로 지중화를 요청하는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지중화를 요구하는 십정동 주민들이 400억원의 반인 2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처럼 대답했다.

그러나 부평구 관계자는 송전탑 이설 문제로 몇 차례 시에 민원 내용을 보고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없던 시가 이제 와서 구가 직접 한전과 협의해 지중화를 추진하라는 지시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부평구 관계자는 "마음 같아서는 내 돈으로 지중화를 추진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주민들을 위해서는 지중화를 반드시 해야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4월 한전이 목화조합에 보낸 공문을 보면 "신인천송전선로 철탑 구간 지중화 사업은 시가지 선로에 대해 지자체가 지중화 공사비의 1/3(추후 한전의 경영사정으로 1/2로 변경됨) 이상 부담 시 우리회사의 지중화 심의 대상(1순위)에 해당된다"고 나와 있다.

시가 지중화 공사비 1/2을 부담해 지중화를 요청할 경우 조진형 의원과 협의한 대로 3년 후께 지중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시가 나서서 한전에 지중화를 제안하고, 주민들에게 3년 후 지중화를 약속한다면 이웃 간 갈등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십정동 지중화 실천위 "주민, 학생들 건강 영향 조사해야"


부평도서관 위쪽에서 부평문화예술회관을 지나 백운초교 뒷편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이설 공사는 지난 2000년에 처음 논의됐다. 기존 선로 아래 위치했던 목화연립은 재건축을 앞두고 송전선로 이전을 한전에 요청했고, 이전 비용을 목화연립재건축사업조합(이하 목화조합)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한전과 목화조합은 협정서를 체결했다.

이후 송전선로 이설 공사를 2005년 착수했지만, 송전선로를 코 앞에 둔 백운초 학부모대책위와 선하지(선로 아래 부지) 민원으로 2006년 공사중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아이들의 등교 거부 운동까지 진행했던 주민들은 공사중지가처분 결정 후 송전선로 이설 문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선하지 보상이 완료되고 지난해 9월 공사에 들아가자 공사현장을 점거하고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송전선로 이설 공사를 막는 과정에서 목화조합의 선로 이설공사 위탁을 받은 시공사가 업무방해죄로 주민대표들을 고소하면서 이웃 간의 갈등은 깊어져 갔다.

주민들은 '십정동 송전탑 지중화 실천위원회(이하 지중화 실천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중화 실천위는 지난해 11월 17일 인천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송전탑을 지중화할 것 △부평구청은 민원해결 후 사업시행하라는 인가 조건대로 고압송전탑 이설공사를 중단할 것 △학교 및 주거지역 송전탑을 지중화 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할 것 △송전탑 인근 주민과 학생들의 인체상 건강 영향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목화조합측은 그들대로 사업이 늦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목화연립에 살고 있는 주민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지만, 아직도 몇 가구가 남아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시공사 역시 공사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태다.

인천시의 지중화 추진 의지에 따라 십정동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