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 꿈꾸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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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꿈꾸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 고제민
  • 승인 2017.03.03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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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괭이부리 마을


꿈꾸는마을 (만석-괭이부리) 80×117(cm) oil on canvas 2015

 
섬마을이나 포구에 가면 사람을 만납니다. 바다 물길이 아름다워 찾았다가 거기 사는 사람들한테서 우리 동네만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북성포구 끄트머리 괭이부리마을도 그렇게 만났습니다.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은 일제강점기, 동란 때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들어 생긴 마을입니다. 공장에 나가거나 부두에서 일하면서 고단한 삶을 꾸려냈습니다. 좁은 골목길, 낡은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는데, 어둠 속으로 남모르게 흐르는 따뜻한 온기가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괭이부리마을에 발길이 와 닿은 게 무슨 운명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허름한 집 앞, 따스한 햇볕 아래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고양이, 수취인을 못 찾은 우편물과 주인 없는 빈 의자,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 위로 돋아 오르는 새싹들, 좁은 골목길을 힘겹게 오르는 할머니 발걸음, 고달픈 우리 삶의 뒷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마냥 어둡기만 할 것 같은 동네 골목길을 돌면서, 희미한 전봇대 불빛은 골목길에 몰려 나와 놀고 있는 아이들 눈망울처럼 동네에 온기를 내려 주리라 믿고 싶습니다.
 
괭이부리마을은 재개발로 조금씩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애환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살고 있는 분들의 삶의 애환이 너무나 진해 이를 화폭에 담아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곧 사그라지고 말 삶의 빛깔을 기록하는 일만이라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오래된 앨범 속의 풍경으로 남아 언제나 펼쳐내 볼 수 있는 기억이 되길 바랍니다.
( 2017.3.2. 글 그림 고제민)

 

 괭이부리-빈의자  watercolor on paper 2016                     괭이부리-골목길  watercolor on paper 2016

 
                                 괭이부리 – 꽃그늘 52.8×45(cm) oil on canvas 2015
 

   
꿈꾸는마을 (만석-괭이부리) 130×162(cm) oil on canva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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