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년 담임교사의 다짐
상태바
일학년 담임교사의 다짐
  • 김국태
  • 승인 2017.04.06 0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24화 - 김국태 / 인천교육연구소, 인천가현초교사

나는 일학년 담임교사다. 아이 인생의 첫 단추를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무엇을 도와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25년 동안 1학년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다. 주로 5~학년 아이들을 맡아서 가르치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훨씬 더 재미있게, 조금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만을 해왔다. 왜냐하면 고학년 아이들은 선행 학습으로 산만해지고, 그동안 누적된 학력 스트레스로 흥미도가 떨어지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발표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처음 접해 보는 1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고민의 방향이 조금은 다르게 바뀌게 되었다. 3월을 함께 보내면서 내가 겪은 1학년 아이들은 늘 말이 많다. “선생님, 저요. 저요” 하며 수업시간에 서로의 생각을 다투어 말하고, 자신의 생각이 전달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으로 크게 소리를 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모든 부분에 호기심을 보이면서 옆에 있는 동료들과도 거침없이 다가간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를 찾으면서 “선생님,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면서 교사에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작년에 내가 5학년을 담임하면서 기대했던 모습이 바로 이 모습이었다. 이제 내 고민은 바로 ‘지금 1학년의 이 모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로 변화했다. “어떻게 하면 지금처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계속 키워갈 수 있을까”로 뒤집혔다.
 
사실 지금의 공교육은 1학년 아이들에게 서서히 ‘생각 없음’의 상태가 되도록 가르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늘 고정된 생각을 주입하고, 선다형 문제에서 정답을 선택하도록 하며 더 많은 정답을 맞힌 아이들에게 똑똑하다는 인증을 해주고 있다. 그러니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자기 생각보다는 교과서의 생각, 교사의 생각만을 따르게 된다. 그러니 나는 이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갖도록 하는 환경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일단 그 환경조건의 시작은 어떤 고정된 생각을 주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학년 아이들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이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책을 읽고, 생각을 스스로 써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다짐을 굳히게 한 계기는 유명한 팟 캐스트 ‘김용민 브리핑’에 출연하는 최동석의 칼럼에 소개된 독일 초등학교 교육의 경험담이었다. 젊은 시절 초등학교 교사였던 최동석씨는 유학시절 아이들을 독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독일인들은 왜 우리와 다른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가 파악한 독일 초등교육의 특징은 우선, 아이들에게 지식을 심어주는 일에는 크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는 자전거 배우기, 물론 자전거는 이미 입학 전에 다 탈 줄 알지만 자전거 주행법을 규칙에 따라 잘 탈 수 있도록 기초부터 다시 가르친다고 한다. 둘째는 수영이다. 누구나 기초적인 수영법을 익힌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셋째인데 서로 협력하도록 가르친다.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을 괴롭혔다가는 엄중한 지도를 받는다고 한다. 서로 경쟁하지 못하도록 하고 협력하도록 가르친다.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서열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모든 독일교육의 특징이다. 성적으로 학생을 서열화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독일 교육의 특징은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을 위해 글쓰기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텍스트를 읽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기를 반복시킨다. 그 다음 특정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도록 훈련시킨다. 이렇게 글쓰기 훈련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확장시켜 간다. 인문계 중등학교인 김나지움에서는 시험 자체가 전부 문장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선다형 시험은 상상할 수 없다. 재미있는 일화는 귀국 후, 한국의 공립학교 전학한 최동석씨 딸아이의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맞는 것을 여러 개 써놓고는 왜 그중에서 틀린 것을 고르라고 하지?”이었다.
 
독일교육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일학년 담임교사인 나의 다짐은 보다 명확해졌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정답을 찾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환경과 조건을 정비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담임인 나의 역할이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글쓰기 훈련을 끊임없이 시킨다는 것이다. 아직 일학년 아이들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따라 쓰기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자극하기 위하여 매일 한권씩 책을 읽어주고 있다. 3월부터 시작한 책 읽어주기는 벌써 한 달을 지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책 읽어주기는 일학년 담임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사실 나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 우리 반 아이들의 모든 눈이 책을 향해 웃으면서 바라보는 모습은 매일 봐도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지겹지 않은 이 모습을 이어가면서 한글 떼기를 마치면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글로 표현하는 기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