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좋은 글에 내가 잘 그릴수 있을까?"
상태바
"이 좋은 글에 내가 잘 그릴수 있을까?"
  • 김인자
  • 승인 2017.04.07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5) 민화 할아버지 선생님
 
"선생님~"
"예, 어디까지 오셨어요?"
"저희가 지금 농협 사거리거든요."
"아, 거기서 직진해서 왼쪽으로 들어오시면 되요."
"어느 만큼 가서 왼쪽이요? 선생님 저 길치에요."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민화 그리시는 초등학교 선배님이랑 우리나라 민화계의 최고봉이신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길. 길치인 김인자 시흥에서 오시는 선배님을 소풍터미널로 모시러 가면서 이미 한 시간 이상을 헤맨터라 초면인 할아버지 선생님을 목전에 두고서 수 분을 계속 헤매고 있다. 한참 전 부터 할아버지 선생님은 한길까지 나오셔서 계속 전화를 하시며 기다리고 계셨고 길치인 나는 일차선에서도 계속 헤매고 있었다. 아 진짜 차를 버리고 냅따 뛰어서 선생님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할아버지 선생님이 먼저 내 차를 보시고 이렇게 저렇게 오라고 말씀해주셨고 어찌구 저찌구하여 드디어 나는 고생 고생끝에 우리나라 민화계의 큰 어른이신 정하정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었다.
어렵사리 만나뵌 정하정 선생님은 유명한 분이 아니라 여름방학때 외가집에 놀러 온 그리운 손녀딸을 맞이하는 할아버지처럼 내가 차를 주차장에 댈 때까지 손신호를 해주시며 오라이 오라이를 하셨다.
오늘따라 왜 그렇게 주차도 안되는 것인지 할아버지 선생님은 여자들이 주차가 어렵지 하시며 차에서 내리는 나를 안스럽게 쳐다보신다.
선생님 저 운전한지 삼십 년도 넘는데요, 오늘따라 나 왜 이러냐? 진짜. 죄송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설촌 창작민화연구소》
선배님과 할아버지 선생님을 따라 들어간 민화 작업실.
들어서자마자 곳곳에 걸려있는 웃는 호랑이 때문에 덩달아 따라 웃게 되는 나.
벽에 걸려진 호랑이도 물고기도 모두가 다정한 쌍쌍이다. 화목한 호랑이 가족도 있고. 민화 할아버지의 그림은 모두가 스마일이다.
"이것은 벚꽃놀이 갔다가 벚꽃 속에 숨어서 울 할망구랑 뽑호를 했지. 그걸 기념해서 그린거야."
벚꽂 속에서 뽑호하는 호랑이 그림을 보며 할아버지 선생님이 묻지도 않았는데 신나게 설명을 해주신다. 그 말씀 속에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엄청 사랑하시는구나하는 설레는 마음이 느껴졌다.
할아버지 민화속에는 혼자있는 호랑이가 많다. 혼자있는 호랑이는 할아버지 자화상이란다. 둘이 있는 호랑이는 모두 할아버지와 짝궁할머니를 그리신거란다. 그림에서 뿐 아니라 할아버지 선생님 말씀에서도 짝꿍할머니에 대한 달콤한 사랑이 뚝뚝 떨어지신다.아이고 이뿌셔라.

 
"내가 우리 집안의 맏아들인데 집안이 너무 어려워서 집안을 살리려고 결혼을 안할라고 했어여. 근데 주변에서 여자들이 엄청 많이 나를 따르는거야. 에스 여자들이 들끓었지. 그래도 어려운 집안 살릴려고 결혼은 안하려고 했지. 그랬더니 우리 어무니가 그럼 죽겠다고 하시는거야. 그래서 헐수 없어서 결혼은 해야겠다 결심을 하고 여러 명의 에스 동생 중에서 심성이 가장 단단한 여인을 불러내서 함께 하자고 했지.
그 많은 여인들 중에 우리 태자가 제일 똑똑했거든. 내가 호를 수정이라고 지어줬지. 수정이가 바로 우리 마누라야. 하루는 태자를 불러서 너랑 결혼을 하고 싶다 그랬지. 그런데 내가 지금 너한테 거절을 당하면 다시는 너를 볼 자신이 없을거 같다 그랬거든?"
"그랬더니 할머니가 뭐라셔요? 할머니도 선생님이 좋다셨어요?"
"좀 시간을 달라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잠시후에 좋다. 결혼하자. 그러더라고."
"와~ 진짜여? 두 분 너무 로맨틱하시다.
그럼 그 많은 에스 여성분들은요?"
"싹 다 떨어져 나갔지."
"하하 그르셨구나."
 
"선생님...
저 ,이거 한번만 봐주세요."
"이게 뭔데요?"
"선생님 생각하면서 쓴 글이에요."
"나를 생각하면서요?"
"예...
제가 요즘에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거든요. 며칠 전에 오늘 선생님이 제자 삼고 싶어하시는 울 선배님이랑 문자하다가 언니 나 우울해요 하니까 언니가 선생님 그림 한 점을 톡으로 보여주셨어요."
"무슨 그림을요?"
"호랑이 그림이요.
제가 슬퍼서 울고 있다가 선생님 호랑이 그림을 보고 막 웃었잖아여. 그리고 언니를 졸라서 선생님 만나게 해달라고 막 졸랐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언니랑 선생님 찾아 뵌거예요."
"아고, 고맙네요.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이글 제가 선생님이 그림으로 그려주셨으면 하고 제가 선생님 생각하면서 쓴 글이예요."
주인공은 실제 치매에 걸리신 할아버지시구요, 실화예요."
 
"아, 그래요."
민화할아버지선생님이 천천히 내 글을 읽으신다.
 
"글이 참 재밌네요."
"선생님, 제가 읽어드릴까요?
제가 읽어드리면 선생님이 이걸 한번 그림으로 그려봐야겠다 혹은 이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드실거거든요."
그리고 나는 천천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민화 할아버지 선생님에게 콩콩이 할아버지를 읽어드렸다. 내가 콩콩이 할아버지를 읽어드리자 민화 할아버지 선생님은 "참 훌륭한 일을 하시네." 하고 말씀하셨다.
"선생님, 저는 재연된 민화말고 선생님이 직접 창작하신 민화를 온세상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좋은 그림책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저는 그림책에 글을 쓰는 글작가이니 민화를 그리시는 선생님께서 그림책에 꼭 민화를 그려 주셨으면해요."
조심스럽게 내가 꼭 하고 싶었던 말씀을 드리니 민화 할아버지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내가 쓴 글을 천천히 다시 읽어 내려 가셨다. 아무 말씀 없이 글을 읽으시는 민화 할아버지 선생님을 보니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마지막 장까지 내가 쓴 글을 다 읽으신 민화 할아버지 선생님께서 드디어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 좋은 글에 내가 잘 그릴수 있을까?"
"그럼요, 선생님이 꼭 그려주셨으면 해요.
부디 우리 아이들이 재연한 민화가 아니라 선생님이 창작한 좋은 민화를 그림책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할머니 꼬시기 대장 오늘은 할아버지 꼬시기 대장이 되었으니 부디 약발이 잘 들어서 우리 민화 할아버지가 그림책에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발 제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길 두손 모읍니다.
 
"선생님, 배고파여. 밥먹으러가여."
할아버지 선생님이 그리신 호랑이 그림보랴, 할아버지 선생님의 재미난 민화 이야기 들으랴
할아버지 꼬시랴 이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라 밥때를 놓쳐 굴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뜨거운 돌솥밥을 먹느라 땀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민화 할아버지선생님에게서 그림책에 그림을 그려주시겠다는 확답을 받지못한 조급함 때문인지 등짝에서 식은 땀이 줄줄 난다.
드디어 밥을 다 먹고 나자 전전긍긍하는 내가 안스러우셨는가 나는 드디어 정하정 민화 할아버지 선생님에게서 그림책에 민화 그림을 그려주시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앗싸~~~~~
심봤다~~~
정하정 민화할아버지 선생님은 올해 말까지 그림을 완성해서 넘겨주시기로 약속하셨다.
신나 신나~~
이제 정하정 민화 선생님과 김인자 작가의 환상의 콜라보를 좋은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실 출판사만 꼬시믄 되는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