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죄 풀려가지고 흐느적거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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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죄 풀려가지고 흐느적거리니..."
  • 김인자
  • 승인 2017.04.1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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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섹시했던 걸음걸이
 
"찬아,예림이두 과자 좀 줘어"
5살오빠 찬이와 3살 여동생 예림이가 어린이집에 간다. 심계옥할머니 사랑터 가는길에 늘 만나는 꼬마친구들이다.
오빠 찬이는 주고 싶지 않은 얼굴인데 엄마는 자꾸만 과자 한 개만 동생을 주란다.
"과자주기 싫지이 그치이? 찬이야아~"
찬이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 끄덕.
"찬이야,우리 과자 주기 싫으니까 딱 한 개만 줄까? 절대로 두 개 주지말고 딱 한 개만 주자, 알겠지?"
어린이집에 늦는다고 계속 아이들을 채근 하는 엄마한테 불통이 튈게 뻔한 오빠 찬이. 찬이 혼날까봐 내가 얼른 중도에 나섰다.
그러자 찬이가 꼭 움켜잡고 있던 하얀 봉다리안에서 강냉이를 꺼낸다.
한 개가 아니고 한 웅~~~큼.
"아유, 이뽀라.역시 우리 찬이는 멋진 형님이야.
잘~갔다와 찬이야."
 
이랬던 5살 오빠 찬이와 3살 동생 예림이
오늘 심계옥엄니 사랑터 마중하다가 동생 예림이를 만났다.
우와 예림아~~~~
하고 부르자 예림이가 부끄러워하며 엄마 뒤로 숨는다.
"예림이 어린이집에 갔다와요?"
"나 어제 어린이집 안 가요.이제 유치원에 다녀요. 형님되서여."
"아 그렇구나. 우리 예림이 선생님이 못 본 사이에 형님이 됐구나아~"
"네, 나 이제 달님반이에요~"
"우와 그렀구나. 진짜 많이 컸다 우리 예림이~~찬이오빠는?"
"태권도 학원 갔어여."
태권도 학원간 오빠 덕분에 엄마를 독차지한 예림이.
엄마가 어와둥둥을 해준다.
독사세요 ~독사세요~
와 예림이는 좋겠다~
까르르 까르르 소리내어 웃는 예림이 얼굴이 봄이다.
 
"거기서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 있어?"
예림이가 엄마랑 독을 다 팔 때까지 정신놓고 쳐다보는데 누가 어깨를 툭 친다.
어 백만불짜리 다리 할머니시다.
"할머니, 어디 다녀오세요?"
"응, 마트. 근데 우리 이뿐 김선생님은 맨날 뭐가 그리 좋아서 혼자 싱글벙글거리고 있어?"
"아 예 예림이가 어와둥둥하고 엄마랑 독을 팔고 있어서여."
"예림이? 우리 김선생님은 온 동네 애들 이름도 다 알아?
할마씨들도 다 알고, 애들도 다 알고?"
"하하 다 알진 못해요, 할머니.
할머니 근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다리가 힘이 없어. 점점 힘이 빠져서 이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서있지도 못하는거 아닌가 그런 무선 생각도 들어. 내가 작년까지만해도 이렇게 문어 맹키로 흐느적 흐느적 다리 풀려서 모냥새 빠지게 걷지는 않았는데."
"이렇게가 어떤건데여 할머니?"
"이렇게가 어떤거냐고? 겁나 섹시하게 걸었지.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모시적삼에 풀 멕인거 맹키로 뽀다구나게 그렇게."
"우와 뽀다구나게요? 할머니? 어디 한번 걸어보세요 할머니 뽀다구나게 걸으시는거 보고싶어요."
"섹시하게 걷는다구 궁데짝을 너무 흔들어 재껴서는 안돼. 살랑살랑 봄바람 맹키로 보일듯 말듯 그렇게 해야지."
"이렇게요?할머니?"
할머니 기분 좀 좋아지시라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니 백만 불짜리 다리 할머니가 그제서야 아이처럼 웃으신다.
"그르치.궁뎅이를 너무 흔들어 재끼믄 싸구려로 보이거든. 허리를 쫙 펴고 눈은 착 내리깔고 도도하게.
자 김선생도 따라해봐."
"저요? 하하 그르까요 할머니?
저 한번도 섹시하게 안걸어봐서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할머니가 잘 가르쳐주세요."
"걱정말어. 내가 지금이야 늙어빠져서 다리가 풀려서 그러지 위를 이 만큼 잘라내고도 병원서 링거 매달고 운동할 때도 옆에 보호자들이 슬금슬금 훔쳐보고 그랬다니까."
"우와 훔쳐봤어요 할머니? 왜요? 할머니"
"왜기는? 내가 미끈한 다리로 섹시하게 걸으니까 멋있어서 그르지.그것도 모르나? 똑똑한 울 선생님이?"
"하하 그르쿠나아."
"아 그랬던 내가 지금은 다리가 죄 풀려가지고 이렇게 흐느적 흐느적 걷고 있으니 예림이같은 애기독은 서로 사간다고 허지 나 같은 늙은 독은 져다가 깊은 산속에 갖다버려도 꼼짝없이 나 죽었구나지."
"에구 할무니 걱정마세요. 할머니가 독파신다고 하시믄 제가 비싼값을 쳐서 사드리께여 그러니 아무 걱정마세요. 할무니 아라찌여"
"에고 말만 들어도 고맙네. 나도 울 엄니 아부지헌테는 비싼 독이었는데."
 
바싼독할머니가 걸어가신다.
허리는 꾸부정해서
뒤뚱뒤뚱 뒤뚱뒤뚱
오리처럼 걸어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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