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 깜짝하지 말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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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깜짝하지 말란 말이냐?"
  • 김인자
  • 승인 2017.05.0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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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고함치시는 엄니
 
오뉴월도 아닌 4월 끝자락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지난 겨울에도 감기에 걸려 한겨울 내내 병원약을 끼고 살았는데 또 걸리고 말았다. 불과 1,2년 전 만해도 감기란 놈이 와서는 슬쩍 쳐다만보고 가더니 이젠 감기조차도 나에게 오면 특별한 인연이 되고 싶은가 보다. 이리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걸 보니. 작년에도 한겨울 내내 나는 감기에 걸려 정말 죽도록 고생했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도 소용이 없고 그냥 아픈게 아니라 정말 아파도 너무 아팠다.
그런 감기에 또 잡혔다. 그것도 심계옥엄니 왠종일 집에 계시는 5월 황금연휴에.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노동절까지 이어진 사랑터 연휴로 3일째 집에 계시는 울 심계옥엄니. 요즘 우리 심계옥엄니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기분이 별루시다. 어제 새벽에도 목욕을 시켜드리는데 귀에 물이 들어갔다시며 머리를 안감으시겠다는거다. 샴푸질 잔뜩 해놨는데...
하긴 목욕도 하기 싫다시는 걸 살살 꼬셔서 목욕을 시작했는데 끝날 때까지 눈이 맵다, 물이 왜 이렇게 뜨겁냐? 목욕시켜드리는 내내 화를 내시는거다.
"물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와? 물 바가지로 조금씩 부어가면서 해야 되는데 이 샤워긴지 뭔지 땜에 물이 귀에 다 들어갔다. 다시는 내가 목욕을 안한다. 그러니 너도 그런줄 알아라." 이것이 어제 새벽의 일이다.

감기 때문에 머리도 아프고 나도 몸이 안 좋아 그러시라고 얼릉 목욕 마무리를 하고 옷을 입혀드렸는데 목욕탕 청소를 하고 나와보니 심계옥엄니 언제 화를 냈냐는 얼굴로 평온한 표정으로 부추를 다듬고 계셨다.
"엄니, 부추전 해드려요?"
"그르게 부추전이 먹구싶네." 하셔서 부추랑 팽이버섯이랑 두부랑 넣어 전을 부쳐드렸더니 맛나게 드셨다.
이것도 어제 일이다.
 
그리고 식구들 밥챙기고 이거 저거 하다가 구토가 나길래 밤 9시 넘어 잠깐 누운 것이 나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독서실에서 온 두 아이 간식 챙겨 먹이고 이거 저거 하니라 매일 밤 10시에 올리는 심계옥 엄니 책읽어 주기 동영상 올리는걸 깜박하고 놓쳤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45분이다. 에고 그 시간이 될 때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거기다 미식미식 속은 니글거리고 급기야 구토를 하고 나와 소파에 늘어져 누워있는데 심계옥엄니 주방서 방으로 바쁘게 왔다갔다 하시는거다. 물 드시려나보다 하고 별 신경 안쓰고 그렇게 새벽을 맞아 심계옥엄니 목욕시켜드릴 시간이 되었는데...
"엄니 목욕하셔야죠?" 하고 방문을 열어보니 아고야 울 심계옥엄니 방안에 장을 벌이셨다. 낮에 해드린 부추전이 맛있으셨나? 심계옥엄니 밀가루 한 포를 온 방안에 부쳐 놓으셨다. 다른 날 같으면 그냥 웃으며 치웠을 건데 몸이 아프니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아.. 쫌만 참을걸)
"아 엄마아~~~~!!"
 
심계옥엄니 깜짝 놀라 "손도 깜짝하지말란 말이냐?" 하며 더 크게 고함을 치신다.
그것도 다른 때 같으면 "아고 깜짝이야? 울 엄니 기차화통을 삶아드셨나?" 하며 웃고 넘어갈 일을 날이 날이었나보다. 너무 서럽고 속상해서 이불 쓰고 소리 죽여 엉엉 울었다.
나는 왜 이럴때 힘든걸 함께 나눌 형제자매 하나 없는 것이냐? 내아부지는 왜 이렇게 일찍 돌아가셔서 나만 힘들게 하냐?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마구 마구 질렀다. 물론 속으로. 겉으로 소리내어 말할 수 없어 이불 말아 물고 속으로 소리 소리 질렀다. 그러면서 너무 서러워서 엉엉 울었다.그것도 소리 못내고... 나 진짜 힘들다. 그러믄서 엉엉 울었다. 소리가 밖으로 새지않게 이불을 깍 물고(에잉 글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네.)
그러구 한참을 울었나보다.
 
그래도 아침밥은 해야하니 울지 않은 척하며 누룽지 눌려 누룽지밥 끓이고 계란찜해서 대장 출근시키고 계란 삶고 과일 도시락 싸서 두 아이 학교 보내고 두릅 데쳐 된장국이랑 부추전 부쳐 심계옥엄니 식사 챙겨드리고 화장실 들어와 거울을 보니 가관이다. 퉁퉁 불은 문어같다.
어디 가서 실컷 울다가 왔음 좋겠다. 소리 내어 한 십 분 만이라도 남 눈치 안보고 엉엉 울고 왔음 좋겠다.
속이라도 시원하게..
감기란 놈이 정나미 떨어져서 멀리 멀리 도망가게 그렇게 막 소리내어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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