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무니 이렇게 장사하시믄 뭐가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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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무니 이렇게 장사하시믄 뭐가 남아요"
  • 김인자
  • 승인 2017.06.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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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마늘 파시는 할머니

할무니 마늘까고 계신다.
길바닥에 철푸덕 앉아
두 발바닥을 마주보게 하고 앉으셔서
정열의 빨강모자 쓰시고 흰 팔토시하신
울 할무니 열심히 마늘까신다.
매우실건데...
 
"할무니, 손 맵지요?"
"응, 그래서 장갑 끼고 까."
"아, 잘하셨어요... 할무니. 할무니?"
"응, 왜."
"마스크도 쓰시믄 좋은데..."
"답답해서 꼈다가 뺏어.
더워서 땀이 질질나서 마스크는 빼버렸어."
"그르시죠. 오늘 날이 너무 더워서..."
차가 왕왕다니는 도로 옆에 앉아 마늘이랑 초록콩을 까서 파는 할머니, 마늘할머니.
 
마늘아 너 미세먼지보다 힘쎄지?
울 마늘할무니, 초록콩 할머니 기침 안하시게 도와줘...
 
"할무니, 마늘 한 사발만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까지 않은 마늘도 주세요."
"깐거만 사. 여린손으로 깔라믄 매워."
"할무니, 저 마늘 잘 까여. 저 까기대장이에요."
"하하 그랴? 퍽두 잘 까겠다. 내 보기에 이런거 생전 까서 먹어본 적 읍게 생겼구만."
"아녜요,할무니 저 마늘 완전 잘까여."
"에그 알았어요, 알았어... 조금씩 사다 먹어. 요즘 마늘 많이 나와."
"네, 할무니..."
오늘은 할머니가 까놓으신 마늘만 사야겠다. 지금 내가 암만 떼를 써도 우리 마늘할머니 오늘은 내게 까지 않은 마늘은 파시지 않을거 같다.
낼 또 사러오지 뭐.
 
"할머니~"
"응, 왜."
"이 콩은 밥에 넣어 먹어요?"
"응, 밥에 넣고 해먹어. 밥할 때 한 주먹씩 넣고 밥해 먹으면 입맛이 돌아."
"이것도 주세요."
"콩밥 좋아하나?
요즘 젊은 사람들 콩밥 안 좋아하던데."
"저는 젊은 사람이 아니라서 콩밥 좋아해요 할머니~"
"괜히 먹지 않을거믄 사지 말어."
"할무니 장사를 그렇게 하심 안되요.
다 사라 그르셔야죠."
"뭐하러 그래. 필요 하믄 사고 필요 없으믄 안 사고 그른거지."
"할무니 저는 콩밥 좋아하지 않는데 울 어무니가 콩밥 좋아하세요.
"그랴? 그름 사든가. 이거 맛좋아."
마늘 한 사발이랑 콩 한봉다리 값을 치루고 오려는데 마늘할머니가 콩 한 봉다리 집어 깜장 봉다리에 더 넣어주신다.
"할무니 이렇게 장사하시믄 뭐가 남아요..."
"안 남으믄 말고... 심심해서 나오는거야. 마늘은 깔라믄 고생헌다. 여린손 매워. 까먹기 힘드니 깐 콩이니 가져가. 어무니 모시느라 고생하누만. 고맙구만 내가..."
"고맙습니다. 할머니 잘 먹으께요."
"잘 먹어주면 내가 고맙지."
"근데 할무니?"
"응, 왜."
"할무니 은제 집에 가요?"
"이거 다 팔믄 가지."
"제가 다 사믄 안돼요?"
"안돼. 산거나 다 먹어."
"예..."
 
할머니 옆에 있는 물병에
반 남은 물이 다 없어지기 전까지는 이 초록 콩이랑 마늘이랑 다 팔렸으면 좋겠다.
 
나는 마늘 부자다.
아까 아침에 병원 댕겨 오면서 오십 개 반 접. 만 사천 원주고 사다 놨는데. 안깐거~~
병원 앞 할무니는 마늘대까지 망에 넣어 팔고 계시던데 다 파셨나...
울 할무니들 올해 마늘농사 많이 지셨나보다...
마늘 많이 사서 드세요. 몸에 좋대요.
울 할무니들이 길에서 파는 마늘도 많이 사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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