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치매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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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치매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 김인자
  • 승인 2017.06.0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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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힐링도예체험
 
난생 처음 해보는 것들은 결과에 상관 없이 그냥 막 설레고 좋다.
지난 달에 일주일에 한번씩 네 번을 심계옥엄니가 다니시는 치매센터인 사랑터로 도예체험을 하러 갔다.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보호자들에게 잠시 쉬어가라고 사랑터선생님들이 귀하게 만들어 주신 '힐링 도예 체험 시간'.
손으로 만드는 것에는 도당시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강연시간과 겹치는 날이 두번 이나 있어서 다른 분들께 폐가 될까봐 신청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참여자가 없으면 이 귀한 시간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하셔서 인원수는 채워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랑터 선생님이 시간까지 변경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첫번째 도예시간에 참석했다.
그런데 사랑터 보호자모임이 있는 날이면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시던 정준회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으셨다.짝꿍인 연임할머니를 목욕시키시다가 목욕탕에서 넘어지셔서 허리를 다치셨단다. 다행히 많이 다치시지는 않으셨다는데 늘 옆자리에 앉으셔서 "이게 무슨 글잔가? 내가 안보여서... 김 선생님이 좀 읽어주실텐가?" 하시던 정준회할아버지가 오시지 않으시니 많이 허전했다. 첫 날엔 빠지셨어도 두번째 시간부터는 오시겠지 했는데 두번째 시간에도 정준회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다.
 
첫번째 날에는 참석자들 모두가 머그컵을 만들었다.다른 분들은 라면용기처럼 크게 만들었는데 나는 일부러 좀 작게 만들었다. 나는 머그컵 대신 물컵을 만들었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들이 별다방, 초원다방 등에 앉아 쌍화차 한 잔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실 때 우리 할아버지들의 마른 입을 적셔주었던 엽차 잔을 만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컵은 짝꿍인 연임할머니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정준회할아버지 드리려고 만든 엽차 잔이다. 우리 정준회할아버지 치매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기도하며 만든 물컵. 옛날 옛적 갓날 적에 우리 정준회할아버지가 별다방에서 짝꿍인 연임할머니를 처음 만나셨을때 부끄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계실 때 바짝바짝 타는 우리 정준회할아버지 마른 입을 적셔주었던 고마운 엽차 잔. 커피를 드시지 않는 정준회할아버지가 뜨거운 물을 따라 드실 때 손 데지 마시라고 손잡이도 만들었다.
 
한달 후. 조물조물 흙으로 만든 것이 불가마속에서 인내의 시간을 거쳐 이렇게 이쁜 애들이 되어 내 앞에 왔다.
처음엔 똑같은 평범한 흙덩이여도 한 사람이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쓰다듬어주고 만져주고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면 특별한 존재가 된다.
평범한 흙덩이에게 몹시도 힘들고 아픈 고통의 시간이 와도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걸 알면 아무리 뜨거운 불구덩속에 혼자 있어도 꿋꿋하게 잘 이겨낼 수 있다.
 
"흙덩이야, 고맙구나. 고통스러운 불가마속에서도 의연히 잘 참고 견뎌줘서 참으로 고맙다.
사람들에게 유용한 그릇이 되어줘서 참으로 고맙다 흙덩이야."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오랜시간 당신들의 몸은 돌보지 않고 그저 자식들을 위해 가족들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사셨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제는 늙고 허약해진 몸에 치매까지 걸리신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사랑받아 마땅한 분들이시다. 우리 사랑터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모두 치매라는 어려운 병을 앓고 계시지만 당신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보호자들이 있어 잘 견디어 내고 계신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흘 전 서울요양원을 방문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했다. 현재 20%인 치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추고, 치매지원센터를 늘리며, 환자에게 전문요양사를 파견하겠다는 내용이다. 한데 예방책이 미흡하다. 치료도 치료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덜려면 예방도 중요하다. 우선 해볼만 한게 사랑터처럼 치매보호자들에 대한 힐링교육이다. 치매가족 보호자들도 치매예방을 해야한다.중장년일수록 예방효과가 좋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이번에 치매가족보호자들을 위해 만들어준 사랑터의 도예체험시간은 보호자들의 치매예방을 위한 아주 유용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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