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달리는 인천UTD 문제, 인천시 제대로 짚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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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달리는 인천UTD 문제, 인천시 제대로 짚고 있나?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8.03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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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주기로 감독 교체 미봉책... 외국인 선수 탓?

 

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이하 구단)에 최근 유정복 시장이 성적부진 등의 문제가 왜 일어나고 있는 지 파악해 보라고 내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구단만큼 성적을 위해 많은 돈을 쓸 수 없는 시민구단의 현실에 구단의 만성적자 등 경제적인 부분이 주원인으로 꼽힐 듯하지만, 그간 성적부진에 대한 구단의 대처가 ‘미봉책’이었다는 지적 역시 적잖다.
 
전반기가 종료된 현재 인천 구단의 성적은 단 3승을 거두는 동안 10무 10패라는 험난한 시기를 달렸다. 리그 꼴찌(12팀 중 12위)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임 감독(이기형)을 포함해 지난 2016년 경질됐던 김도훈 전임 감독이 부임했던 2015년에는 기대 이상의 성적(리그 성적은 8위였지만 FA컵 준우승을 이뤄냈다)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팬들과 시민들에게 전해지는 소식은 실망스럽기 만 하다.





◆ 시민구단 한계에 시 재정난 및 광고수입 감소 등 어려움 온 건 사실
 
인천 구단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경영’이다. 단순히 ‘돈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천시장이 구단주가 돼 사실상 시민들의 세금 지원을 받아 움직이는 ‘시민구단’으로서의 문제도 겹친다. 실제 인천시가 지난 2010년경부터 본격적인 재정난에 허덕이기 전까지는 -연도별 성적이 다소 들쭉날쭉하긴 했지만- 성적부진이 본격화됐다고 하긴 어려웠다.
 
오히려 장외룡 감독 시절 ‘황금기’였던 2005년에는 리그 준우승(정규리그는 통합성적 1위로 현재 리그 룰대로라면 우승 트로피도 안았을 것이지만, 당시엔 플레이오프 제도가 있어 챔피언전에서 인천 구단을 이긴 울산 현대의 몫이 되고 말았다.)까지 했을 정도로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문제는 그때도 있었다. 안상수 시장 시절의 인천 구단은 타 시·도민구단과 달리 총예산(선수들 인건비 운영비 모두 포함)을 웬만한 기업구단 급으로 사용했던 상황이었다. 스포츠 및 체육계에서는 반길만한 일이었지만, 엄연히 이는 옳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스포츠에 거액을 쓴다고 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미 야구나 축구 등은 인기 스포츠 대열에 있는 종목으로 지자체의 임무는 비인기 및 비주류 종목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010년 시작된 재정난은 자의든 타의든 구단에 대한 시의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재정난이 본격화되던 시절 지방선거에 당선돼 구단주 자리에 앉은 송영길 전 시장은 결국 임기 대부분 구단의 지원 요청을 외면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팀을 이끌고 호성적(16강)을 기록한 허정무 감독을 영입해 그의 현장전술로 어느 정도 이를 메우려 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유능한 감독 한 명이 구단 전체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증명한 셈. 또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광고수입의 감소도 여기에 타격을 크게 줬다.
 

◆ 시민구단으로서 몸집 계획 잘 잡았어야

재정난과 광고수입 감소는 자연히 구단의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어야 했고, 시와 구단 프런트 역시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줄어드는 몸집에 적응해야 했다. 물론 시나 구단에서 그 노력을 안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물론 인천공항공사에서 ‘사회공헌’ 명목으로 시민구단인 인천 구단에 연 20억 원을 지원(2013년에 5년 간 총 100억 원 지원)키로 했지만 구단이 써야 하는 돈으로는 상당히 모자란 수치다. 급기야 지난해 4월 구단의 전·현직 선수들이 구단을 상대로 2014년과 2015년에 받지 못한 출전 수당과 승리 수당을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거는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2년여 간 선수나 프런트 등에 지급하지 못한 수당이 10억 원 가까이 될 거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올해 구단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병일 이사(전 인천시 행정부시장)는 “지난해 구단의 부채가 130억 원 규모였고 올해 1월 기준으로는 90억 원 가량 된다”면서 “공직사회에 몸담았던 경험으로 쌓인 인맥들을 알아보면서 협찬이 가능한 스폰서를 지속적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며 2018년까지는 채무액을 모두 상환할 계획을 현재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성적부진 원인이 외국인 선수들 때문일까?
 
최근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의 지시도 있었던 관계로 인천 구단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대강의 파악에 임했다. 그 결과, 시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의사소통 문제 등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1차 결론을 내렸다고 알여지고 있다.

그러나 올해 인천구단이 영입한 외국인선수 중 계약해지는 장신 공격수 달리(이 선수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한 명이었고, 이를 곧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인 엔조 마이다나로 바꿨다. 나머지는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아니다. 수비 용병인 고르단 부노자는 기량보다 스타일 자체가 이기형 현 감독의 전술 스타일과 맞지 않아 순위에서 배제된다는 평가가 더 많고, 채프먼은 나름대로 괜찮게 활약하고 있다. 또 과거 전남과 부산 등에서 활약한 바 있는 웨슬리는 이미 검증된 용병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가 지금의 성적부진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 사실상 틀린 이유다. 오히려 영입된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감독 책임이라고 하는 게 차라리 낫다.
 
외려 선수를 문제 삼는다면 그간 훌륭하게 키운 선수들 팔아 재정을 마련해 전력을 약소화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간 인천 구단이 팔아 넘긴 선수들을 보면 이정수, 최태욱을 비롯해 최효진, 김치우, 유병수, 정인환, 이석현, 문상윤, 유현, 정인환, 정혁, 이규로, 김남일, 한교원, 그리고 최근 조수혁과 진성욱까지 '화려'하다. 용병 중에서도 라돈치치, 데얀, 케빈과 요니치 등이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타 팀으로 이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구단 서포터스 시민은 “경기 중 기량이 올라오며 발전하는 선수들 보면 팬들은 벌써부터 어느 구단에 팔릴까 고민부터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선수에서 문제를 짚는 것은 그리 효과적인 진맥이 아니다. 부자 구단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시민구단 입장과 아직 올라오지 못한 시 재정 등을 감안했을 때 당분간은 허리 졸라매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여기서 파생되는 선수 팔기 등도 부분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이렇게 주축 선수를 파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그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면서, 광고수입도 마련하고 자체적인 운영 상 몸집도 줄이는 등의 자구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 유정복 시장이 문제점 파악을 해 보라는 단순한 지시에 내부에서 몇 가지 피상적인 문제만을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쇼크 미봉책’보다 ‘운영 개선’할 생각이 먼저
 
성적부진을 이유로 감독을 계속 교체하는 것도 과연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냐는 지적 역시 나올 수 있다. 전임 김도훈 감독은 비록 전술이 단순하다는 등 문제를 지적받긴 했지만 2015년 FA컵 우승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고, 그 성과가 구단 상태가 그야말로 ‘암흑기’와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성적이 나오지 않자 강등을 우려한 구단은 곧바로 이를 이기형 감독으로 교체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3년이라고 보면 1년 반 임기로 감독을 갈아치운 셈이다.
 
문제는 그런 강수를 두고도 교체 이후 효과가 잠시 나타났을 뿐 올해는 또다시 경기마다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주심의 오심이 유독 인천 구단의 경기에서 많이 나타나 이길 걸 비기고 비길 걸 지는 등의 비운도 있었지만 이는 결정적인 부분은 사실 아니다. 프런트의 불안이 코칭스태프의 불안으로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종의 ‘쇼크’를 준다 해도 이는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구단 서포터스의 한 시민은 “대부분의 구단 팬들과 시민들이 강등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구단 운영의 정상화”라며 “직전 전임 혹은 현임 감독들이 다소 전술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훌륭한 감독이 온다고 해도 구단 운영 개선 및 재정난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개선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축구 팬은 “지자체장이 구단주가 되는 인천과 같은 시민구단은 운영비 확보 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면서도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고 시민구단으로서 정체성을 가지려면 협동조합 같은 형태로 경영구조를 만들던지 하는 방안을 과감히 추진해야 하고, 그게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프로축구단에 관심이 많은 기업에게 넘기는 게 최소한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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