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해외여행’ 욕심내는 시의원들, 결과보고도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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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성 해외여행’ 욕심내는 시의원들, 결과보고도 ‘부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8.16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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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막을 수만은 없어 당위성 기회줬음에도, 매우 실망”

 

지역사회 차원에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시장 등 포함) 및 시의원들의 공무 국외여행에 대해 인천시의회가 ‘투명성’을 목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로 결과보고회를 열었다.

그러나 시의원들의 결과보고 내용이 대부분 부실해 ‘공무성’보다 사실상 ‘외유성’의 목적이 드러나는 만큼, 단순한 결과보고회만으로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16일 오후 시의회 각 상임위원회별 공무국외여행을 실시한 결과보고회 및 공무국외여행이 예정돼 있는 위원회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의회운영위원장인 공병건 의원 주무로 열린 이날 보고회에서는 이미 공무여행을 마친 4개 위원회(산업경제위, 문화복지위, 교육위, 기획행정위)가 보고했고 9월 비회기에 공무여행을 예정하고 있는 건설교통위원회가 이에 대한 심사를 받았다.
 
이날 결과보고에 따르면 산경위는 김정헌 의원의 발표 하에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일본의 치바 시와 요코하마 시 등을 방문해 드론활용 사업과 정수 및 쓰레기처리 시설, 도시농업공원 시설 등을 시찰하는 일정을 보고했다. 이어진 문복위는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현지 노인복지 및 아동시설과 센토사 섬 등 관광지를 시찰했던 내용을 황흥구 의원이 보고했다.
 
또 교육위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방문해 말레이시아의 선웨이 국제학교와 싱가포르의 도서관 등을 시찰한 내용을 신은호 의원이 보고했고, 기획위는 중국 심천시의 지방의회를 비롯해 세계적인 소방수준으로 유명한 홍콩의 침사추이 소방서, 카지노 외 관광개발이 한창인 마카오 등을 방문한 일정을 허준 의원이 보고했다.

 

의회운영위원장인 공병건 시의원. 시민사회진영에서 요청한 “공무여행에 대한 결과보고” 도입을 수용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배영수


 
◆ 교육위, 공교육 고민한다면서 다녀온 곳은 ‘해외 국제학교’
 
오래 전부터 시의원들의 공무여행은 논란이 많았다. 시민 혈세로 해외를 다녀오는 가운데 관련해 기껏해야 보도자료 한두 장 내지 기념사진 몇 장 내놓는 것이 전부였던 데다, 다녀오는 곳들도 대부분 관광지여서 사실상 지역사회는 이를 ‘외유’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 또 지역 혹은 국가적으로 큰 일이 있을 때도 ‘정해놨던 일정’이라며 여론을 무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큰 수해가 났던 충북의 도의회 의원들이 이 여론을 외면하고 세금으로 해외행에 올라 비판을 받자 이들 중 한 명이 비판 여론을 향해 ‘쥐새끼(레밍)’ 발언까지 하는 등의 비상식적 언행으로 인해, 현재 기초 및 광역의원들에 대한 전국적인 여론은 몹시 좋지 않다.
 
혈세가 드는 해외 여행를 하면 그만큼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결과보고를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날 시의원들의 보고내용도 대부분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보고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실제 이날 보고회에서도 ‘지역 공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위원회가 ‘한심할 정도’의 내용을 보고한 것은 향후에도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공교육 발전을 모색한다면서 싱가포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정작 다녀왔다는 선웨이 국제학교는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사립국제학교’로 인천의 공교육 현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기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이 학교의 커리큘럼 등 특징을 인천 공교육에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적용할지’ 등에 대해서도 현지에서 직접 만든 자료내용은 전혀 없다. 사실상 ‘단순 시찰’을 한 것으로 사실상 보고내용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혈세를 이런데 쓴다는 것은 잘못된 관행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위원장인 신은호 시의원. ⓒ배영수

 

◆ 시의원들, 꼭 해외 나가야 공감대 형성하나
 
교육위원회만 엉망인 게 아니다. 다른 상임위의 경우에도 시찰 이상의 의미 있는 자료들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산경위의 경우 온시 하코네 현립공원 시찰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애경사 건물 등의 보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는데, 이를 “꼭 해외까지 나가야 공감을 하겠느냐”는 등의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애경사를 지키고 있던 시민단체들 및 언론인들은 일본을 안 가도 이미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
 
또 드론산업 현장이나 쓰레기처리시설 등은 ‘선출직’으로 전문지식이 없는 시의원들이 시찰하는 것을 의미 부여를 하기도 힘들거니와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얻기도 힘들 수밖에 없다. 만약 필요하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 관계부처 공직자들이 가서 직접 자료를 얻어오고 교류약속을 하고 오는 게 더 성과가 낫다는 지적이다.
 
문복위 역시 해당 일정에 관광지인 싱가포르 센토사 섬을 방문하면서 현지의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 등을 시찰하러 갔다는 명목을 만든 것 역시 연구보다 외유에 더 가까운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 그 외 시티투어버스나 복지시설 방문을 했다는 내용은 앞선 산경위의 경우처럼 꼭 해외를 나가야 체감하고 연구할 수 있는 부류는 아니라는 점에서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홍콩과 중국, 마카오를 다녀온 기획위 역시 단 한명의 관계분야 전문가 없이 현지 소방서와 관광지 등을 다녀온 것을 지역사회가 헤아리고 공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재성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가 시의원들의 공무여행 결과보고에 ‘실망했다’는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배영수

 

◆ 시의원들 ‘외유 욕심’ 생각보다 커... ‘염불보다 잿밥’
 
문제는 또 있다. 해당 위원회가 향후 각 상임위마다 공무여행을 심사토록 했지만 과연 이같은 외유성 해외연수에 제동을 걸 수 있겠냐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날 운영위는 건교위가 9월 예정하고 있는 공무해외여행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심사에 참여한 시의원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 모두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
 
사실 예정된 결과이기도 했다. 인천보다 사전 심사를 먼저 도입한 경기도의회의 경우 무분별한 외유성 연수를 막기 위한 심사위원회가 있지만 해당 심사위가 연수 계획에 제동을 건 사례가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 사실상 같은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자주 마주치는 만큼, 반대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상임위 별로 주기와 여론을 고려해 공무여행 순서를 조절해서 위원회 별로 2년 정도에 한 번씩 다녀오도록 나름의 관행을 정해놓기는 했다. 그러나 올해처럼 내년 지방선거가 있는 경우 사실상 내년엔 외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의원들의 욕심이 도져 모든 상임위가 같은 연도에 외유에 참여했다. 이 역시 비판 여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올해만 해도 9월 건교위까지 싱가포르 등을 다녀오면 사실상 모든 상임위가 외유성 연수를 다녀오게 된다. 외유에 대한 시의원들의 ‘욕망’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외유가 의원들의 특권이라는 잘못된 의식이 자리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박재성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는 “교육위가 인천시에 적용도 하기 힘든 해외 국제학교를 다녀오고 현지의 자료도 없이 단순히 다녀와서 고민했다는 등의 내용만 밝히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면서 “여론이 좋지 않지만 해외연수를 무조건 막기만 할 수도 없어 나름대로 결과보고를 내놓는 것으로 소위 ‘당위성’의 기회를 준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향후에도 오늘과 수준의 결과보고를 내놓는다면 지역 차원의 격한 반대여론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이창운 인천YMCA 회장(사진)을 비롯해 인하대 정일섭 교수 등 ‘시의원들의 공무해외여행 심사위원’들은 전체적으로 시의원들의 결과발표에 ‘실망했다’는 듯한 뉘앙스를 여러 번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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