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맛사지 한다구 발 닦으러 가서 쾅 했어."
상태바
"발 맛사지 한다구 발 닦으러 가서 쾅 했어."
  • 김인자
  • 승인 2017.09.05 0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6) 낙상 조심
 
금요일에 사랑터에서 심계옥엄니가 쓰러지셨단다. 그 얘길 어제 들었다. 작은 딸아이한테...
사랑터에서 집에 오는 차에 타시려다 바로 옆으로 철푸덕 주저앉으셨단다.
요양사 선생님 말씀이 나 걱정한다고 딸한테는 얘기 하지 말라고 하셨단다.
"엄니, 나한테 말 안하는게 더 걱정하게 하는 거예요. 담부턴 그러지마여.나한테 젤 먼저 말해야지.."
예전에 울 심계옥엄니 시골서 혼자 사실때 빙판길에서 넘어지셔서 다리가 부러지셨을 때도 나 걱정한다고 말씀 안하셔서 나중에 병원서 전화오게 하고 교통사고 났을 때도 나 걱정한다고 나중에 나한테 병원서 연락오게 하고 ?
 
"알았어.나도 모르게 픽~
늙어서 그런거다. 걱정허지 말어."
"속상하다.진짜..."
"내 걱정은 말아라.나는 살만큼은 살았으니... 니가 걱정이지. 나는 너만 건강하믄 지금 죽어도 아무 여한이 읎다."
"엄니는 무슨 그런 말을 해..."
이러다간 눈물 바람 콧물 바람 홍수 나겠다. 이럴 때는 화제를 얼른 다른 곳으로 돌리는게 상책.
 
"오늘은 울엄니 센터에서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나아?"
"재미난 일이 뭐가 있가네?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오늘은 발맛사지 안 했어."
"왜요? 엄니 발 맛사지 하는거 좋아하시잖아."
"좋아하는데 안 했어.나랑 동갑내기 할머니 있잖아?"
"응, 얼마 전에 센터에 새로 오셨다는?"
"응, 힘도 쎄구 씩씩하게 잘 걷는다고 했잖아 내가. 머리 하얗구. 노래도 잘 부르고."
"응, 그랬지. 그 할머니가 왜?"
"발 씻는다구 들어갔다가 쾅 했어."
"쾅 했다구? 어디서 쾅을 해?"
"화장실에서."
"화장실에서?"
"응, 발 맛사지 한다구 발 안 닦구 왔다구 냄새 난다구 발닦으러 들어가서 쾅 했어."
"이런 이런 큰일 난다. 혼자서 발을 닦으러 들어가신거야? 아무도 몰랐어?"
"아무도 몰랐지.누가 발 닦으러 간 줄 알았나? 화장실 간 줄 알았지. 쾅 소리 나서 모두 쫒아가 봤더니 뒤로 넘어져 있더래."
"이런 그래서?"
"꼼짝 못 하고 고자리서 못 일어나서 휠체어 타고 병원갔지. 간호사 선생님이랑"
"큰일 날 뻔하셨네."
"거기가 어디라고 어디서 발을 닦어?"
"그러니까... 할무니들은 이야기가 되셔서 발을 닦아도 된다고 생각하신거지. 아고 그나저나 많이 안 다치셨음 좋겠다."
"가만 있어도 그냥 넘어져.우리 늙으이들은. 뭘 안해도."
"그러니까. 혼자 다니시면 안돼."
"그 할무니 그러구 넘어지고 난 담부텀은 휘청대는 할무니들은 넘어질까봐 화장실만 가두 선생님들이 따라다녀."
"잘하시는거네. 그르셔야지."
"나두 따라 다녀. 화장실 가두 선생님이 쫒아오고 물 먹으러 가도 선생님이 쫒아오고 그른다.미안해죽겄다 아주. 헐일도 많은데 나 쫒아댕기느라 선생님들이 을매나 구찮겄냐."
"귀찮아 하지 않으실거야.좋은 선생님들이니까."
 
그나저나 걱정이다.
낼 사랑터에서 우리 심계옥엄니 강화풍물시장에 가을 소풍가신다고 하셨는데. 심계옥엄니 지팽이 짚고 잘 다녀오실 수 있으시려나? 멀미는 안 하시려나? 걷는거 많아서 안 가신다고 하셨는데 고 다음날 신청서에 간다고 똥글뱅이 쳐달라고 하셔서 쳐들이긴 했는데 선생님들 너무 고생시켜 드리는건 아닌가 맘이 무겁다.
"나 내일 소풍간대.강화로."
"그런대? 좋으시겠네 울엄니."
"그래서 나 일찍 자야된다."
울 심계옥 엄니 멀미 하지않고 많이 힘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사랑터 선생님들 우리 심계옥엄니 잘 부탁 드려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