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서 보여준 선거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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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서 보여준 선거 이변
  • 이승배
  • 승인 2017.09.0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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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 학생회장 선거 / 이승배·강화고 교사



요즘 대학교에서는 학생회장 선거 입후보자가 없어서 난리라고 한다. 학생회장 경력이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 입후보자가 없어서 비상대책위원회로 학생회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학생들은 학생회장 경력이 취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기피하는 대신 취업·창업동아리나 프레젠테이션 동아리 또는 경영학 관련 동아리에 몰린다고 한다. 대학입시에 리더십 전형이 남아 있어서일까? 고등학교는 아직도 학생회장선거분위기가 뜨겁고 대부분의 학교는 1학기말에 학생회장선거를 마치고 이번 2학기부터 새로운 집행부가 활동하고 있다.
 

강화지역도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는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치러졌다. 다만 시내지역과 다른 점은 학생들이 대부분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서 공약이나 후보자의 자질보다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든지 같은 학원에 다녔다든지 후보자와 친하다든지에 따라 학생회장에 선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중학교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후보자가 학생회장 선거 유세현장에서 삭발한다든지 물을 뒤집어쓴다든지 하여 회장에 당선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회장선거에 이슈가 없었고 인맥이나 쇼맨십을 통해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대통령선거의 영향일지도 모르지만 강화지역 고등학교에 후보자 토론회가 도입된 학교가 두 군데 있다. 먼저 강화고등학교의 경우 학생회장선거에 토론회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작년부터 학생들 사이에 돌고 있었다. 인기와 인맥에 따라 당선된 회장단은 학생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다고 보인 모양이다. 하지만 전교생 앞에서 토론을 하는 것은 후보자들에게 큰 부담이었던 같다. 작년에도 선거관리위원들이 토론회를 추진하다가 반쪽 토론회에서 끝났다. 즉, 후보자들 간에 서로 물어보고 싶은 것을 준비하여 제출한 후 그것을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식의 불완전한 토론회였던 것이다.



올해도 선거관리위원장인 전년도 회장이 찾아와 진짜 토론회를 추진해 보겠다고 하였다. 당연히 선생님들은 환영했고 입후보자 등록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토론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며칠 후 전년도 회장이 다시 찾아와 올해도 진짜 토론회는 힘들 것 같다고 말하였다. 입후보자들이 부담스럽다며 회장을 찾아갔던 모양이다. 회장으로서도 후배들의 말을 묵살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선거 담당 선생님은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토론 동아리를 통해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학교장에게까지 최종 결재를 맡았는데 실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토론회가 전교생들이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아쉬워했다. 그래서 입후보자들과 회장단을 불러서 물어본 결과 2명을 빼고 나머지 후보자들은 토론회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아마도 회장 및 부회장에 출마하기 전에 나름대로 인맥관리를 해왔던 것 같고 대부분 자신들의 계산으로는 당선된다고 확신했던 것 같다.


전교생 앞에서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대선토론회처럼 등록한 일부 학생들 앞에서 토론회를 하고 나중에 각반별로 방영해 주는 것이 어떤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렇게 추진하기로 하였다. 모든 준비는 되어 있었고 선거일까지 일정에 쫓기는 관계로 3일 후에 멀티영상실에 모여 토론회를 개최하고 비디오 녹화까지 마쳤다. 그런데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의 방송시설이 낙후되어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었는데 서버용량이 적어서 잘못하면 서버가 다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후보자들을 다시 모아 토론하기 시작했다. 한 후보자가 유튜브에 올리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자율활동 시간에 다운받아 전교생에게 보게 하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다른 후보자가 반대하였다. 유튜브는 아무나 볼 수 있고 파일이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 지,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므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은 전교생 앞에서 토론하되 후보자들 간의 질문은 녹화할 때 서로 주고받았던 질문 중 1개를 미리 알려 주고 새로운 질문 1개를 더 추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받기로 하였다.


토론회는 80분간 진행되었다. 유권자들은 똑똑했다. 선거벽보의 공약을 꼼꼼히 보았는지 공약이 예산상 현실성이 있는지 물어 보기도 하고 공약이 실현되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단점에 대해 답하게 하는 등 치열하게 토론회는 진행되었다. 그리고 선거 결과도 놀라웠다. 강화고등학교 역사상 최초로 시내학교 출신의 학생회장이 당선된 것이다.
 

인근 S고등학교에서도 올해 처음 학생회장선거에 토론회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 학교에서도 예상을 깨고 남자후보를 제치고 여자후보가 학생회장에 당선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는 후보자의 공약 가운데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반드시 담당선생님과 행정실에 문의하여 실현 가능한지 알아오라고 하였단다. 후보자들의 선심성 공약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몇 년 전 지방선거에서 강화군 가선거구 출신의 후보가 강화군 나선거구에 출마하였을 때 어르신들께서 외지사람이라고 안 뽑아 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우리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강화도에서도 지연과 학연보다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이 당선 여부를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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