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원류 바이칼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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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의 원류 바이칼 호수
  • 김갑곤
  • 승인 2017.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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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바이칼 탐사기] 제5회 바이칼 호수(끝)

지난 5월29일부터 6월5일까지 동국대학교 부설 유라시아실크로드연구소는 우리 민족의 발원지 러시아 바이칼호와 독립운동가들이 활약했던 러시아 연해주 일대를 탐사했다. 탐사에는 공개모집한 시민 32명이 참여했다. 경기만포럼 연안보전네트워크 김갑곤 사무처장이 그 [연해주, 바이칼 탐사기]를 7월17일부터 격주로 <인천in>에 연재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울란우데를 지나고 감탄을 연발하는 바이칼 호수가 나타났다. 끝없는 숲과 강, 초원에 이어 바다 같은 바이칼 호수를 한참을 돌아서 이르쿠츠크에 도착하였다. 이번 우리 여정의 종착지인 바이칼은 동시베리아의 시원(始原)을 이루는 지역이다. 이르쿠츠크는 러시아 서쪽과 동쪽, 중국과 몽골을 잇는 교통요지여서 일찍이 군수산업도시로 개발되었다. 전통 있는 유럽도시들처럼 색감 있고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바이칼에서 발원한 이르쿠트강과 앙가라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앙가라강이 도시를 휘감아 돌면서 빠르게 흐르고 있다.


이르쿠츠크 앙가라 강변 ⓒ김갑곤


이르쿠츠크는 짜르 전제정치에 맨손으로 맞서 싸운 제카브리스트(러시아 근대 혁명가) 유형지로 뿌리를 내린 도시로도 유명하다. 그들이 귀족 신분을 떠나 험한 시베리아에서 개혁적 지식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톨스토이 작품에서 보듯이 대자연의 경외가 곧 민중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현장의 삶을 파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들의 혁명적 열정과 낭만이 유산이 되어 지금의 이르쿠츠크를 이루고 있다.

이르크추크 광장 ⓒ김갑곤


하바롭스크처럼 강과 연결된 멋들어진 키로프 광장에서 460년 도시수립 기념 축제가 열린다. 그리스 정교회 종소리는 어둠이 내린 도시를 마구 깨우고 앙가라 강변의 옛 캬작 전사 동상은 강렬한 인상으로 도시를 내려다본다. 서유럽으로 혁명전파 열망으로 서쪽을 향해 손을 벌리고 있다는 레닌동상이 있다.


바이칼 호수 ⓒ김갑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 알혼섬까진 256km. 바이칼은 '불이 멈춘 바다'라는 의미가 있고, 특히 흉노들은 바이칼을 '탱기스' 라 불렀다고 한다. 이는 '천지'라는 의미로, 언뜻 인상만으로는 백두산 천지와 다를 바 없다. 북방종족들은 모두 다 하늘과 해를 숭배하였고 흉노, 몽골, 여진, 부여,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우리 민족도 그렇다. 바이칼에 살았던 몽골리안들은 신석기시대를 축으로 북동부 아무르강 지역과 동북아시아 내몽고, 만주지역으로 이동하게 되고 일부는 몽고초원을 경유하여 발해지역과 중국 서북부 등으로 남하하게 된다. 바이칼 지역은 우리 문화의 원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알혼섬 13개 세르게(솟대) ⓒ김갑곤
 

우리가 바이칼을 찾아 갖게 되는 감동과 어떤 안위감 등은 바이칼이 자연적 과학적 대상으로서 라기보다는 신앙과 숭배의 대상, 신성한 호수로서 정신적 접근에 이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이칼은 샤머니즘의 원향(原鄕). 이곳은 신비롭고 기이한 상징들이 가득 차 있다. 바이칼의 대표적 신은 불칸신으로, '천신'이라는 의미와 함께 '부처'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이곳에 선교사들을 보내 짜르에 대한 충성과 기독교를 강요하면서 샤먼 등 민속성지를 파괴했으며, 스탈린은 종교지도자들을 포함 2만여 명 주민들을 죽였다. 소련이 무너지고 브리야트 자치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일부 샤먼들이 복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알혼섬 불칸바위 ⓒ김갑곤


바이칼에서 가장 큰 섬이 알혼 섬. '알혼'은 부랴트어로 '나무가 거의 없는' '작은 숲'이란 뜻으로 시베리아 샤머니즘 성소(聖所)이자 발원지다. 알혼 섬의 중요한 곳이 '부르한 바위'(불한, 불칸바위)인데 '밝다' '하얗다'는 뜻. 그 안에는 13번째의 신이 살고 있다고 하며, 동굴과 관련된 신화와 징기스칸이 묻혔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무당의 숲'과 함께 미지반도 알혼 섬 최고의 성지다.


알혼섬 전경 ⓒ김갑곤


바이칼은 숲과 나무, 초원문명으로 대표하는 북방민족의 신령스러운 '천지'이자, 수 만년, 수십만 년 자연적 호수를 유지한 천혜의 공간이다. 또한 우리가 지나온 시베리아와 동북부 만주 지역에서의 인간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비문명'의 대 자연과 신앙의 종착지이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신령함이란 그 장소가 품고 있는 기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그리고 아름다운 생명 현장일 거다. 바이칼은 그 신령한 자연의 선물이다.

한반도 원향탐사는 우리민족이 어디로부터 시원되는가 하는 먼 과거로의 여행만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 헤쳐 나가야 할  역사적이고 시대적 과제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문화가 지나치게 내륙과 일국 중심 사고에 편중해 있음으로 동북아 역사와 문화를 지리적 환경의 '장기지속' 과제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사를 해륙적 관점에서 주변국 교류와 지역사 차원으로 다루지 못한다면 우리 정체성 확장과 그 역사가 열어줄 새로운 문명적 미래가치를 담아낼 수 없다. 현재 우리가 겪는 이 분단체제 질곡과도 같이, 동북 북만주 항쟁의 역사에서 한민족의 완전한 독립은 성취되지 않았다. 동시베리아의 자연과 비문명, 바이칼의 오래된 전승은 서구자본주의 물질문명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의 문명적 토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제기하고 있다.
 
경기만포럼 연안보전네트워크 사무처장 김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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