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병원에 계시면 할머니는 누가 돌봐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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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병원에 계시면 할머니는 누가 돌봐드려?
  • 김인자
  • 승인 2017.10.24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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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귀가길의 사랑터 차 안에서
 
심계옥엄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는 오후 네 시 삼십 분.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여름 내내 늘 그래왔듯이 맨발에 슬리퍼를 꿰어신고 후다닥 심계옥엄니를 마중하러 나오는길. 해 떨어지는 시간이 가까이 다가와서일까? 해가 쨍쨍한 한 낮이랑은 온도차가 크다.
 
"아 춥다."
"그럼요,이제 시월도 다갔는데 추울 날만 남았죠."
차에서 내리는 심계옥엄니를 부축하며 요양사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그러더니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내 발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신발 한 짝을 벗어주신다.
"아고 추워. 선생님 발에 동상 걸린다. 이제 맨발 안되요."
 
그러자 차에 계시던 순재할머니가 "춥기는 더워죽겠구만. 왜 추운줄 알아?
옷을 안입으니까 춥지."
"할머니, 저 옷 입었는데여.~"하고 말씀드리니 "누가 그 천깝데기 말하나? 왜 이렇게 얼굴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어? 뭐한다구 싸돌아 댕기길래 살껍데기가 없이 몸이 그 모냥이 됐냐고? 밥 안먹어? 에고 나이도 젊은 것이 벌써부터 저 허리 구부러진 것 좀 봐라 똑땍이 안 서!!"
 
순재할머니 불같은 호령에 예! 하며 차려 자세로 똑바로 서니 차 안에 있던 사랑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하고 고개를 빼시고는 모두 다 함께 웃으신다.
 
"아이고, 무시라 선생님 잡는 호랭이 할무니네." 하는 영선할머니 말씀에 "똑바로 안하믄 선생님도 혼나야지." 하며 "안 늦었어? 빨리 가요." 하며 운전하시는 요양사 선생님에게 또 한번 호령하신다.

그러고 보니 오늘 순재할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신가 아파트정문에 차가 서고 사랑터차문이 열리면 맨 앞자리에 앉아계신 순재할머니가 젤 먼저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셨는데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웃지도 않으신거 같다.
"엄니, 오늘 사랑터에서 순재할무니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왜? 선생님들이 잘 돌봐주시는데 일이 있을게 뭐야? 아 그 할아부지 병원에 입원했대."
"그 할아부지 누구?"
"왜 잘 웃는 할무니 있잖아."
"아 그 웃기 잘하는 할무니?"
"응, 그 잘 웃는 할무니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대."
"그럼 여태 할아부지가 할무니 돌보셨는데 할아버지 병원에 계시면 할머니는 누가 돌봐드려? 두 분이서만 사셨잖아.요양사선생님이 오시나?"
"딸이 와서 돌보나봐. 근데 얼굴이 말이 아냐. 할아부지가 돌볼 때 같지가 않아."
"에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시믄 안되는데."
"그러게 말이다. 그르케 웃기 잘하는 할무니가 잘 웃지도 않아."
"할아부지가 아프신건 어떻게 알았어?"
"어떤 할무니가 그 웃기 잘하는 할무니한테 물었어. 어디 아프냐고. 왜 요즘 꼴이 그러냐고."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래서 슬프다." 그렇게 말하더라고 내가 옆에서 똑땍이 들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얼굴이 안됐어. '아 왜 저렇게 얼굴이 안됐지. 무슨 일이 있구나' 속으로 그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할아부지는 병원에 가있으면서 할무니 걱정을 또 얼마나 할거야 그래."
 
심계옥엄니 걱정 많은 얼굴로 갑자기 생각난듯 말씀하신다.
"요즘에 어디 병원에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라고 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자손 둘이 끊어주라고 승낙을 해줘야 병원에서도 해준대.
나도 이담에 그런 지경이 되믄 끊어줘."
"엄니는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아니 선생님이 신문 보고 얘기를 해줘서 알지. 그것 참 좋은 방도다. 자손들도 환자헌테도.서로 고생안하고 좋은 제도네 하고 생각했다."
"그러셨어? 그런 얘길 들으셔서 순재할머니가 기분이 안 좋으셨나?"
"늙으이헌테 기분 좋을게 뭐가 있냐?
찬바람 불믄 갈 때가 가 까워지는구나 허는 생각이 들지. 그런 기분이 드는데 좋진 않지.왜 너한테 뭐라고 그래? 남자처럼 옷 입고 다닌다고 또 뭐라고 하드냐?"
"아니 그냥 순재할무니 오늘 기분이 별로신거 같아서 무슨 일 있으신가하고."
 
"요즘에 그 할무니도 션찮아. 병원에 다니나부드라. 아프믄 너도 제까닥 병원에 가. 어트게된게 남들은 조금만 어디 아프다 그러믄 좋다는거 다 찾아먹고 병원 쫒아 댕기고 지건강 챙기는게 우선 인데 너는 어떻게 된게 지 몸탱이 하나 있는거 그리 혹독하게 굴려 먹기만 하냐? 니가 천 년 만 년 살거 같으냐? 너만 건강하믄 내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엄니, 나도 병원가요.열심히,자주..."
 
우리 심계옥 엄니는 내가 요즘 병원에 거의 매일 출근 도장찍는걸 모르신다.지난번에 장염으로 14일을 입원해 있을 때도 외국에 강연 갔다온 걸로 알고 계신다. 자주 병원에 가니 집에 없으면 지방 강연을 간 걸로 아신다. 금새 까먹어서 백 통쯤 전화하신 적도 있지만 병원간 걸 나는 심계옥엄니 모르게 한다.
잠도 안자고 걱정하실게 뻔하니까.
 
찬바람이 불며언~~
나는 온 세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걱정이 된다.요맘때 쯤 할머니 할아버지들 부고 소식이 많다.
몸이 아프고 괴롭지만 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겨울 잘 지내시고 따뜻한 새봄에 쑥떡쑥떡 재미난 얘기 많이 들려주시길 이 밤 간절한 마음으로 두손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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