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문제를 만들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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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문제를 만들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 김인자
  • 승인 2017.12.26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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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할머니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다.
그냥 좋은 것도 아니고 많이 좋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는 대장이다. 어떤 대장이냐면 '할머니 할아버지 꼬시기 대장'이다.
온 세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몽땅 그림책으로 만들어 온세상 사람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야무진 꿈을 꾸는 대장.
 
'할머니 할아버지 꼬시기대장'
이 별명은 전라도에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지어줬다.
"선생님 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야기가 많으니까 선생님은 이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꼬시기 대장이에요."
 
'할머니 할아버지 꼬시기대장'
나는 이 별명이 참 맘에 든다. 이 별명을 얻은 뒤로 이름값을 하느라 그랬는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점점 더 좋다. 길이든 강연장이든 어디서든 내 눈에 할머니 할아버지들부터 보였다.
일주일에 한번씩 독거할머니들에게 책을 읽어드리러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이러저러한 일로 일주일에 서너번씩 찾아뵙게 되었다.
책도 읽어드리고 맛난거 있으면 사가지고 가서 함께 먹고 아무일 없어도 할머니보고 싶어 불쑥 찾아도 가고?
"새벽이슬 밟고 다니지마라." 걱정하셔도 이러저러한 핑계를 삼아 할머니들을 찾아 다녔다.할머니들 살아오신 이야기를 듣는게 좋았다. 들으면 마음도 아프고 할머니들이 안스럽기도 했지만 재밌고 행복했다.
그렇게 33년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 꽁무니를 쫒아다니는 동안 나와 인연이 깊은 18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셨다.
좋은 걸 좋아하는데는 그에 따른 댓가도 따르는 것 같다.
사람이 드는 자리는 몰라도 나는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내 이겨냄의 탄력성이 떨어져갔다.
슬프다가 힘들다가 그러다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김선생님 내가 늘 말씀드리지만, 봉사도 좋고 다 좋은데 김선생님이 아프믄 다 무슨 소용입니까.
아이들을 만나세요. 건강해지면 그때 할머니 할아버지들 만나러 다니시고요."
"예..."
"대답만 네네하지 마시고요."
의사선생님 말씀을 듣고 오는 날은 이제 고만 꼬시기대장해야지.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만 찾아다녀야지.하고 생각하지만 좋은걸 어떻하나.
 
"몸무게가 단시간 내에 이렇게 많이 빠지면 문제가 있는거예요. 6주 있다가 다시 사진 찍어보죠. 일단 약먹고 지켜보고, 제발 잠 좀 자고 일 좀 줄이고.
김선생님 이런 식으로 몸 살피지 않고 막 쓰시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도 아니고 심각해집니다.
아직은 심각한 건 아니니 조심하믄 되지.
아는게 병이라고 했던가
울 할머니들을 닮아가나. 좋아하면 닮는다더니.
 
문제가 거기에 있도록 내버려 두라.
문제 삼지만 말라.
사실 문제는 없다.
다만 현실에 대해 내가 문제라고 낙인찍고 있을 뿐.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내 스스로 이건 옳고 저건 틀리다고 생각함으로써 현실을 자기 생각에 끼워 맞추려 드는 것이다.
그 때부터 우리는 매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심초사하고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스스로 만든 것인지도 모른 채.
사실 현실은 그저 중립적이고, 나를 돕기 위한 ‘어떤 일’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을 뿐 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다만 있는 그대로 보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유행가 가사가 마음에 와 닿으면 사랑을 하고 있거나 이별을 한 경우라고 하던데
매일 문자로 보내주시는 제자 할머니ㅡ대학에서 강연할 때 인연을 맺은 ㅡ글이 오늘 내 마음에 들어온다.
 
문제에 대하여...
문제야 문제...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내 마음이 만든 것.
현실은 그저 중립적이고, 나를 돕기 위한 ‘어떤 일’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다만 있는 그대로 보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현실은 중립적이란다.
현실은 '어떤 일'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을 뿐이란다. 하물며 그 어떤 일은 나를 돕기위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거란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삶을
다만 있는 그대로 보라신다.
 
내 스스로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여쭙지 않았는데도 이런 현답을 문자로 보내주셨다. 매일 매일 어쩌면 이렇게 나한테 딱 맞는 글을 보내주시는지.
아프지만 이것이 바로 내가 할머니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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